[소년중앙] 집 밖에 나오면 친구·이웃 만나는 다정다감한 마을을 아시나요
학교·극장·가게···필요하면 뚝딱뚝딱
주민들 힘 모아 일군 ‘성미산마을’
예전엔 이웃끼리 힘든 일은 서로 나누고 도와주면서 왕래하는 게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제 그런 풍경은 거의 사라지고 없죠.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이웃의 정’ ‘마을’이라는 단어도 익숙하지 않은데요. 급속한 도시화와 물질적 가치만을 중시하는 풍토는 이웃 간 세대 간 단절과 인간소외로 이어졌죠. 마당 있는 집과 골목은 자취를 감춰 찾아보기 힘들고 아파트만 무성한 요즘, 이웃과 소통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꿈꾸면서 살아가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 활동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을 찾아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농사를 짓고 사는 농경문화인 우리 전통사회에선 마을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왔어요. 농사는 혼자 하기에는 무척 힘든 일이거든요. 그래서 온 마을 사람이 서로 품을 나누고 힘을 합쳐 농사를 지으며 서로 돕고 나누며 더불어 잘 살고자 하는 공동체 문화가 자연스레 생겨났죠. 농사뿐 아니라 혼례와 장례, 마을의 다리 놓기, 우물 청소, 논이나 소를 장만하는 일도 이웃끼리 힘을 합쳐 했죠. 내 일, 남의 집 일을 가리지 않고 모두 우리 마을 일이라고 여겼어요. 1980~90년대만 해도 서울에서도 장례를 집에서 치르고 이웃들이 도와주며 마음을 보탰는데, 이제 그런 풍경은 거의 사라지고 없죠.
관계는 멀어지고 공동체 문화는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도 서로 나누고 돕는 마을공동체가 있습니다. 주민 자치와 신뢰를 바탕으로 이웃과 함께 일상의 문제를 나누고, 더 나은 마을을 만들어가기 위한 주민 간 협력의 장을 이뤄 마을의제를 함께 발굴·해결하는 관계망으로, 지역문제 해결과 공동체 회복을 지향해요. 단순한 교류를 넘어, 공동의 관심사나 지역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도 하죠. 전국 각 지역에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마을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는 마을공동체지원센터도 운영되고 있어요.
공동육아에서 다양한 공동체로 확장한 ‘마을’
서울의 대표적 마을공동체인 성미산마을은 도시의 변화를 이끌며 마을공동체의 성공적 모델로 꼽히는 곳입니다. 성미산마을은 행정구역상의 명칭이 아니라 마포구에 있는 해발 66m의 작고 낮은 성미산을 중심으로 연결된 크고 작은 70여 개의 커뮤니티 네트워크(공동체들의 관계망)를 일컬어요. 행정구역으로 치면 성산동이 제일 많고, 서교동·망원동·연남동 일대를 포함하죠. 하지만 이곳에 살지 않아도 성미산마을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면 성미산마을 주민이라 여긴다고 해요.

성미산마을은 육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에서 비롯했어요. 어린이집을 필요로 하는 부모들이 모여 조합을 설립하고 출자금을 모아 목돈을 마련한 뒤, 국내 최초 1994년 공동육아를 위한 ‘공동육아협동조합’을 만들며 출발했죠.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성산동·망원동·합정동 일대에 공동육아 어린이집 4곳이 순차적으로 개원했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시가 2001년 성미산을 밀어버리고 도시개발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서 성미산마을 공동체는 오히려 더욱 단단해지고 확대됐어요. 원치 않는 개발을 막아내기 위해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려 저항하기 시작했고, 서울시는 2003년 8월 성미산 개발 계획을 철회했죠. 2004년 9월엔 12년제 초·중·고 과정 비인가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를 설립했고, 라디오방송 ‘마포FM’을 개국했으며, 성미산 마을극장 등 주민들의 현실적 욕구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생활·문화·주거·의료 공동체가 생겨났어요. 협동조합형 마을기업, 비영리단체, 동아리, 단기 소모임 등 형태도 각각입니다.
마을 내에서 특정 시설이나 활동에 대한 필요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직접 모여 만들고 네트워크를 형성해요. 필요에 의해 만든 다양한 공동체들이 개인의 삶과 지역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를 함께 해결하면서 오늘의 성미산마을로 확장했죠. 서울시는 2012년 9월 성미산마을의 성공 모델을 참고하여 2017년까지 975곳의 마을공동체를 조성하기 위한 ‘마을공동체 5개년 기본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어요. 성미산마을은 주민이 주체가 되어 삶의 질을 향상해가는 모범적인 마을공동체로서 그 의미가 큰 곳이죠. 성미산마을을 찾은 고가람 학생모델과 이시온·이한호 학생기자가 각각의 단체들을 연결해주는 사단법인 사람과 마을의 남미영 활동가를 만났습니다.

시온: 성미산마을에 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성미산마을에는 현재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5개가 있는데요. 공동육아가 아이들을 선행 교육하지 않고 너무 과한 경쟁에 몰아넣지 않고 편안한 상태로 키울 수 있다고 하고, 어린이집이 다 운영이 잘되고 있어 아이들 영유아기 때 들어왔어요. 그 후 대안교육도 만나고 다양한 마을 주민들도 만나고 하면서 좀 젖어들면서 살게 된 것 같아요. 아이들한테 그냥 의도해서 뭘 보여주는 게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공동체나 연대, 다정함, 사랑에 대한 감정들을 수시로 느낄 수 있죠. 그런 게 아이들한테 주는 편안함과 안전함이 크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필요해서 마을로 온 거고 그런 부분에 만족하고 있어요.
가람: 외부 사람들이 성미산마을에 관심을 가지고 오게 되는 동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예전에는 대부분 공동육아로 유입이 됐거든요. 근데 최근에는 장애 인권, 소수자 인권에 대한 지지 공간으로서 마을도 중요해지고 있고 그런 식으로 유입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요. 마을에서 동네퀴어위크를 진행한 후에는 다양한 가정, 다양한 취향,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분들이 자신을 옹호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 생각해서 찾아오시기도 해요. 발달장애 친구들도 동네에 많고요.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집에 숨어 있기가 쉬운데 마을 안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사회적 의미를 하고 있다는 뜻을 바탕으로 한 사부작이라는 공간도 있죠.
한호: 마을공동체 활동에 많이 참여하시는데 공동체로 살아가면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집 밖만 나오면 친구가 있는 거요. 성미산학교 앞에 벤치가 있었는데 거기 앉아 있으면 사람들이 와서 말 시키고 이러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다른 동네에 살았을 때는 밖에 나와서 앉아 있는 게 행복하거나 기쁘다는 감정이 느껴지지가 않았거든요. 너무 좋아요. 일상적 기쁨 같은 것들이 있는 게 마을이 좋은 점이에요.
시온: 마을공동체 활동에서 가장 유지하기 힘든 것은 무엇인가요.
요새 저희가 고민하는 부분 같아요. 이제 마을이 31년 됐고 성미산학교는 21년이 됐거든요. 처음에는 작았던 게 엄청 커지고 단단해졌잖아요. 어떤 단체가 생긴 다음, 한번 만들어지고 나면 바뀌는 게 쉽지가 않은데 지금 출생률도 현저하게 줄어들고 사회 문화도 공교육도 아동 친화적으로 많이 바뀌었잖아요. 공교육이 그러면 대안교육도 뭐가 됐든 간에 그 형태와 모양을 바꿔야 하는데 어렵더라고요. 바뀌어야 한다는 걸 모두 다 알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죠.
가람: 앞으로 준비하는 성미산마을 프로그램이 있나요.
사실 성미산마을에 그냥 와서 눈으로 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길눈이라는 마을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진행하는데, 마을에 대해 공부한 사람들이 마을 안내를 해드리는 거예요. 마을 투어 프로그램을 재정비해 다시 오픈 예정이니까 혹시 마을이 궁금하시거나 하면 많이 이용해 주세요.

이름 대신 별명 부르는 성미산학교 학생들
인터뷰를 마친 소중 학생기자단이 남 활동가와 함께 성미산마을을 둘러보러 나섰습니다. “오늘 우리는 성미산학교를 시작으로 여러 곳을 가볼 텐데 열심히 걸을 준비 됐죠.” 직접 가본 성미산마을은 높지 않은 아담한 뒷산을 끼고 있는 평범한 서울의 한 동네였어요. 하지만 주변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을을 일궈온 흔적들이 엿보이죠. 주민들이 직접 차린 학교와 가게, 어린이집들이 마을 곳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남 활동가가 마을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이름을 부르며 인사 나누는 게 인상적이었죠.

먼저 마을의 중심에 위치한 성미산학교를 방문했어요. 점심시간이 막 끝난 터라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왁자지껄 떠들며 자유롭게 놀고 있었죠. 학생들이 숲이라고 이름을 지은 라운지에서는 여러 학생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어요. 보드게임도 하고 탁구도 칠 수 있는 공간이죠. 수업실에 이어 학생들이 풍물을 배우고, 밴드 동아리 활동을 하는 음악실도 둘러봤죠. 성미산학교는 화장실이 인상적인데요.
모두의 화장실이라고 성별이나 성적 지향,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사용하는 게 특징이죠. 마지막으로 둘러본 목공실까지 일반 학교와 비슷한 듯 다른 곳들이 눈에 띄었고, 학생들의 활기찬 분위기가 시선을 모았어요. 학교 내부를 둘러본 소중 학생기자단이 성미산학교 7학년 태경, 8학년 김대훈, 8학년 이서준 학생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한호: 성미산학교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태경: 성미산마을도 그렇지만 성미산학교에서는 서로를 이름 대신 별명으로 불러요. 그 이유가 학교 소개랑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형·누나처럼 누군가의 성별을 다른 사람이 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대훈이 형 이렇게 안 부르고 ‘달곰’ 이런 식으로 별명을 부르거든요. 그런 학교인 거죠. 또 이동학습이라고 해서 길게는 10일, 짧게는 3박 4일 정도 밀양의 전기 송전탑이나 핵발전소를 방문해서 송전탑 반대 운동을 하셨던 분들을 만나 얘기도 듣고, 핵 말고 어떤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가 얘기도 하며 탐구하는 학교예요.
가람: 일반 학교와 성미산학교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대훈: 다양성을 지지해 주고 서로 응원해 주자는 취지로 장애와 무장애, 다양한 성 정체성 등에 대해 인정해요. 그래서 혐오의 말보다는 서로 다정한 말, 정치 중립적인 단어들을 사용하기 위해 애쓰고 그런 것들을 많이 배우고 있어요. 일베 용어나 욕 사용을 최대한 사용하지 말자 이런 것도 수업으로 배우죠.
서준: 일반 학교에 비해 수업 시간이 짧고, 쉬는 시간이 길어요. 한 번에 40분 수업을 하고 10분 쉬는 시간이 있고, 20분 휴식 시간도 있죠. 학생들이 제일 좋아하는 게 쉬는 시간이 길고 자유로운 거예요.

태경: 저는 일반 학교를 잠깐 다니다가 전학을 왔는데 일반 학교에선 ‘복도에서 좀 천천히 걸어 다녀라’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여기에서는 좀 다 같이 뛰어놀 수 있어요. 중등 학년이 되면 시간표를 개인이 정할 수가 있어서 자기가 원하는 수업에 참여할 수 있죠. 수학 같은 경우 중학교 1학년이랑 2학년이 같이 수업을 듣는 등 속도에 맞춰서 배우는 편이고요. 언어의 경우 영어 외에 수어도 선택해서 배울 수 있죠. 초등 저학년 같은 경우 국·영·수도 하지만 학교 수업의 가장 핵심은 프로젝트 수업이에요. 3~5학년인 초등 고학년은 의식주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를 하고, 중등이면 마을 연대 단위들과 하는 프로젝트들이 많아요. 얼마 전에 폐업하긴 했는데 되살림가게라고 중고 물건들을 파는 가게 같은 것도 운영하죠. 목공으로 학교에 필요한 가구를 만들기도 하고 수업이 다양한 편이죠. 포스트 중등이라고 11~12학년은 마을 밖 시민단체들이나 관심 있는 사회 분야 활동들과 연대해서 인턴을 한다든지 시민사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호: 마을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나요. 마을공동체로 살아가면서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
태경: 마을에서 가장 대표적인 공동체 활동이라고 하면 마을 축제가 있는데요. 어린이집이나 발달장애인 청년들이랑 함께 지내는 그런 곳에서 주최하고 참여하죠. 공동체의 좋은 점이라고 하면 일단은 지나가는 사람 누구에게나 좀 편하게 부탁할 수도 있고 얻어먹기도 하고 서로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것, 사실 그런 관계가 공동체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훈: 공동체 활동으로 축구, 학교에서 주최하는 성미산 가디언즈라는 야구 활동이 있어요. 거기서 여러 어른과 만나고 같이 축구나 야구를 하면서 모르던 분들도 만나죠. 그렇게 좀 더 인사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고 마을을 더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시온: 성미산마을에서 사는 게 조금 불편하다고 느낄 때도 있나요.
태경: 이 관계가 장점이면서도 제일 단점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선배들도 많이 얘기하더라고요. 다 아는 사람이니까 내가 뭘 하든 어디서든 보고 있고 나의 상황이 학부모 양육자 커뮤니티에서 얘기되기도 하죠.
대훈: 예를 들어 뭐 연애를 한다거나 해도 비밀이 없어요. 예전에 여자친구랑 같이 돌아다니다가 선생님들이랑 마주쳤는데, 그 후 학교에 소문이 다 퍼졌어요.
시온: 성미산학교에 관심 있는 친구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요.
대훈: 일반 학교 친구가 우리 학교로 전학을 온다면 지금까지 모르던 새로운 지향성을 알게 될 수 있어요. 비건 음식도 맛볼 수 있죠. 일반 학교 친구들이 욕 쓰는 게 좀 불편했다면 우리 학교로 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태경: 일반 학교는 입시 위주의 공부가 중요한데, 우리 학교는 어떻게 보면 어른이 됐을 때 가장 필요한 걸 배우는 학교라고 생각해요. 직접 요리도 해보고 삶에 필요한 기술이나 공동체 안에서 지내는 활동들을 많이 하기 때문에 사회생활과 누구나 어울릴 수 있는 다양성도 배울 수 있어요.

남녀노소 함께 문화 활동하는 책방 겸 놀이터
성미산학교를 나와 동네책방 개똥이네 책놀이터를 방문했어요. 주택가 골목의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2층 건물로 1층은 서점, 2층은 방과후 활동 개똥이네 문화놀이터가 있죠. 방과후 활동에는 자유 놀이부터 책을 읽고 글쓰기, 미술 활동, 골목 놀이, 바느질, 서예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죠. 마당에 들어서니 개똥이네 방과후 학생들이 장난치고 놀며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었어요.

책방의 문을 열면 신간부터 그림책까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책들이 반기죠. 한켠에 복지NGO 마포희망나눔 공간도 보입니다. 남 활동가가 “지금 김장 행사 회의 중이에요. 겨울에는 1+1 김장 나눔이라고 제가 김장 김치 1개를 사면 1개를 추가로 사서 마을의 어려우신 노인분들께 기증하는 프로젝트를 매년 하거든요”라고 설명했죠.

책만 사서 나가는 서점이 아닌, 책을 통해 대화하고, 웃고 놀 수 있는 책놀이터 안쪽에는 손님들이 앉아 긴 시간 머무는 공간도 마련돼 있습니다.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모임부터 동화를 읽고 감동을 나누는 등 18개 정도의 책 모임이 이루어지는 장소죠. 정영화 동네책방 개똥이네 책놀이터 대표가 책방이 만들어진 계기에 대해 “처음엔 보리출판사 대표님께서 이러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저한테 요청해서 서점이랑 어린이 문화 활동하는 두 곳을 만들었어요. 주민들의 후원금을 보태서 보증금을 마련했죠”라고 설명하며 소중 학생기자단의 질문에 답했어요.

한호: 내가 살아본 성미산마을은 어떤 곳인가요.
1998년부터 이 동네에서 일을 하다가 2003년에 이사를 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주변에 아는 사람이 많다는 거, 우리 아이가 20살이 넘었는데 우리 아이를 알고 있는 어른이 많다는 거 그래서 좀 더 안심되는 곳이에요. 여기서 30년 가까이 살면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고 여기서 살다가 죽을래라는 생각이 드는 편안한 곳이죠.
시온: 성미산마을에 살면서 누리는 최고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친구들이 많이 있다는 거죠. 지나가면서 만나는 사람이 있고, 같이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이 있고, 서로 전화하는 사람들이 있고 골고루 있는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게 좋아요. 어려운 일이 있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때 알릴 만한 사람들의 폭이 넓고요. 또 저는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는데 마음만 먹으면 여러 활동에 참여할 수 있죠.

가람: 성미산마을에서 사는 게 불편하다고 느낄 때도 있나요.
살다 보면 좀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럴 때가 ‘좀 불편하네’ 싶지만 다 좋을 수 없으니까 그냥 그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만나요.
한호: 의견이 맞지 않거나 충돌이 있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시나요.
충돌이 있을 때는 어쨌든 이야기를 좀 많이 나누려고 해요. 감정싸움은 각자가 해결해야 하죠. 아무리 풀려고 해도 정말 싫은 사람과는 안 풀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안 보고 살 수 있으면 안 보고 살기도 하고 그래요. 이사 간 사람도 있고요.

마을극장·생협·소행주·방과후 활동 탐방
다음으로는 공연과 성미산학교 입학식·졸업식, 각종 회의와 파티 등을 하는 성미산 마을극장을 방문했어요. “이 건물은 시민단체가 건물을 지어 입주하고, 지하 공간을 마을 주민들에게 내어주셨어요. 그래서 극장을 지었죠.” 벽에는 기부자 명단이 붙어있었습니다.
“대부분 장소들이 사업자 한 명이 아니라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어 조합원들이 조금씩 힘을 합해 운영하고 있어요. 극장에 관심 있는 분은 극장 조합원이 되고, 교육에 관심 있으면 학교 조합원이 되고 이렇게 복수의 조합원이 되면서 마을 살림을 같이 만들어가는 거예요.”

두레 생협은 아이들에게 깨끗하고 건강한 유기농 먹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든 소비자 협동조합입니다. 이곳에선 건강한 식재료부터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를 위해 천연비누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로 시작된 마을기업 비누두레의 제품들도 만나볼 수 있죠. 같이 모여 살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에서 비롯한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소행주)’도 8곳 있어요. 공동주택 전문 시행사를 만들어 대지를 매입하고, 사전에 모집된 공동주택에서 함께 살 사람들의 집을 지었죠.

모든 소행주에는 공동공간이 있는데, 말 그대로 입주자들이 같이 밥도 해 먹고 어울리는 곳이에요. “내가 10평짜리 집을 분양받는다면 그중에 한 평을 떼어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을 만드는 게 특징이에요. 1호집의 공동체 공간을 함께 볼게요.” 2층엔 네 개의 공간이 있는데 발달장애인이 운영하는 박수진 공방, 도토리마을방과후, 비누두레가 들어와 있고, 나머지 한 곳이 입주민들이 같이 쓰는 공간입니다.
주방 시설을 갖춘 함께 모여 사는 사람들의 거실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벽에 걸린 ‘함께해서 좋은 가족’이라는 말이 눈에 띄었죠. 이곳에 사는 여덟 가구 모두 다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제 드디어 성미산을 보러 갑니다. 마을에서 조금만 올라갔을 뿐인데도 울창한 나무가 있는 숲이 나왔어요. 삼단공원과 비둘기공원에서는 성미산학교·개똥이네·도토리마을 등 4개의 방과후가 모여 책을 소재로 한 활동을 하며 가을을 즐기는 2025 돗자리 책소풍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 까르르 웃는 소리, 저마다 즐기는 모습이 생기가 넘쳤어요. 퀴즈에 참여하는 아이들, 설문조사를 열심히 받으러 다니는 아이들, 사방치기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띕니다.

개똥이네 문화놀이터 방과후에서 온 세 명의 성사초등학교 3학년 학생을 잠깐 만나봤죠. 지금 도토리마을방과후 프로그램에서 책 보고 퍼즐 맞추기를 열심히 했다는 세 학생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성미산마을에서 살았는데요. 세 명 모두 큰 행사인 마을 축제부터 여러 행사에 자주 참여한다고 소리 높여 말했죠.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을 묻자 조유주 학생은 마을합창단을 꼽았고, 최하진·백예람 학생은 풍물을 얘기했어요. 성미산마을이 좋은 이유로는 “산이 있고 공원이 많아서 좋아요” “다같이 놀 수 있고 방과후 활동이 많아서 좋아요”라고 답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이어서 방과후 활동 개똥이네 문화놀이터의 박수경 사무국장을 인터뷰했습니다.

가람: 성미산마을에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살게 되었나요.
결혼 전에 이쪽에 살았었고, 이후 2011년 이사 올 때는 집값이 싸서 왔어요(웃음).
한호: 성미산마을은 어떤 곳인가요.
다른 지역에서 아이를 키워본 적은 없지만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좀 극명하게 드러났던 게 코로나19 사태예요. 당시 다 단절되고 어린아이를 비롯해 모든 사람이 돌봄이 필요한 힘든 시기를 보냈잖아요. 근데 마을에 있다 보니까 사실 저희는 그렇게 힘들지 않게 보냈던 것 같아요. 인원 제한은 있었지만 서로 의지하고 힘들 때 모일 수 있고 관계가 단절되지 않고 지속되었었죠. 그래서 그런 시기에 우리의 힘이 드러나는구나 싶었죠. 평상시에는 잘 모르고 있다가 힘들 때 돌봄이 필요할 때 손을 내밀면 받아주는 이웃들이 있더라고요.
시온: 왜 공동육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는 사실 모르고 선택했어요. 동네에 어린이집 어디 보낼 데가 없나 찾다가 그냥 가게 됐는데, 거기서는 어쨌건 성장이 일어나더라고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있어서 옛날에는 공동체에서 전해져 오는 배움들이 있잖아요. 요즘엔 책이나 인터넷으로 배우는데 여기선 치열하게 토론하고 민주적으로 결정하고 그 안에서 당연히 이제 보호자도 성장하는 과정들이 크더라고요. 그래서 공동육아는 필요한 것 같아요.

가람: 성미산마을에 살면서 누리는 최고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심심하지 않아요. 심심할 틈이 없어요(웃음).
가람: 마을공동체에 속해 있는 것을 가장 크게 느낄 때가 있을까요.
저는 저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뭔가 필요하고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찾아지고 만들어 갈 수 있는 그런 관계망이 있어요. 돌봄이 필요할 때 힘들 때 손 내밀 수 있는 이웃이 있는 거와 내가 뭐 하고 싶을 때 두세 명 모으는 거, 동아리를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다 할 수 있죠.
■ 우리 조상들의 마을공동체
「 두레: 농번기에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기 위해 부락이나 마을 단위로 만든 조직.
동제: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한마음 한뜻으로 지내는 마을 제사.
품앗이: 친척이나 가까이 사는 이웃처럼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
계: 여러 사람이 돈이나 곡식 등을 얼마씩 거두어 서로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받고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
장시: 조선 시대에 정기적으로 사람들이 모여 물건을 사고팔던 시장이자, 여러 마을 사람이 한데 모여 서로의 소식과 갖가지 정보를 주고받는 장소.
」
동행취재=고가람(서울 송화초 4) 학생모델·이시온(경기도 홈스쿨링 6)·이한호(경기도 홈스쿨링 5) 학생기자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마을공동체를 처음 접해봐서 너무 신기했어요. 성미산학교에 가서 그곳 학생들을 만나 여러 가지 질문도 했죠. 답변을 들을 때마다 내가 다니는 학교와는 많이 달라 흥미로웠죠. 마을극장도 인상 깊었는데, 그곳에서 한번 공연을 관람해 보고 싶다는 생각했어요. 마을을 둘러보니 너무 재미있었고 저도 언젠가 마을공동체에서 살 날을 상상해봤답니다.
-고가람(서울 송화초 4) 학생모델

현재 우리나라는 개인주의가 큰 사회인데요. 공동체 정신이 살아있는 성미산마을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성미산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뭔가 분위기가 다른 것이 느껴졌죠. 학생들이 정말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후 만난 마을 주민들에게 성미산마을에 살면서 누리는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마을 사람들과 잘 알고 지낸다”라는 식의 답변이 많았는데, 정말 주변 사람들과 잘 알고 지내는 것은 큰 장점 같아요. 제가 사는 곳이 이런 분위기라면 어땠을까, 혹은 우리나라가 이런 사회였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마을도 공동체 정신이 살아나면 좋겠다 싶어서 평소에 이웃들에게 인사를 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지 하는 마음을 먹게 됐죠.
-이시온(경기도 홈스쿨링 6) 학생기자
성미산학교 학생들을 만났는데 일반 학교와 다른 점들을 알려줬어요. 예를 들어 ‘욕’에 대해 배워서 ‘욕’이 얼마나 나쁜지 알고 ‘욕’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거죠. 공부할 것을 스스로 정한다는 것도 특별했어요. 학교를 마친 아이들은 책방에 있는 개똥이네 방과후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일반적으로 학원에 가야 하는데 마을 선생님들이 돌봐 주시니까 엄마·아빠가 일하러 가고 없어도 안전할 것 같았죠. 돗자리 책소풍도 인상적이고 마을 사람들이 어울려 열심히 지내는 게 좋아 보였어요. 공동체에 있으면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서로 어려울 때 도와주고 의견을 모아 뭔가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어요.
-이한호(경기도 홈스쿨링 5) 학생기자
」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박종범(오픈스튜디오)·권두현(성미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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