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 관객이 '취중진담' 떼창했다…김동률, 이 곡만 허락한 이유

“올해로 데뷔 32년 차다. 정상에서 시작해 늘 내리막길만 걸어온 기분으로 음악을 해왔다. 대학가요제로 수월하게 데뷔하고 첫 앨범으로 큰 사랑을 받은 이후엔 절박함과 절실함으로 버텨야 했다. 그 마음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가수 김동률(51)은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콘서트 ‘산책’ 무대에 올라 이같이 회상했다. 공연은 8~10일, 13~16일 총 7회차로 진행돼 6만9437명(공연예술통합전산망 기준)이 관람했다. 그는 “2년 전 공연할 때 티켓팅이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이번엔 주제 파악을 해보겠다 싶어 회차를 늘리고, 1년 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산책’은 김동률이 말한 ‘내리막길’이 결코 쇠퇴가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성실하게 쌓아온 음악 세계의 깊이임을 실감하게 했다. 기획부터 편곡, 게스트 섭외, 무대 연출까지 김동률의 손길이 세밀하게 닿아 있었다. 그는 “먼지같은 디테일이 다름을 만든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동률은 게스트로 참여한 고상지 콰르텟을 1년 전부터 직접 섭외했고, 공연 준비 기간 동안 ‘옛 얘기지만’·’희망’·‘망각’ 등의 기존 곡을 새로운 분위기로 편곡하는 것을 주도했다. 특히 발라드 ‘망각’은 고상지의 편곡으로 탱고로 분위기가 전환됐다. 김동률은 “(편곡이 잘 나오면) 딱 맞는 옷을 입힌 기분이다. 히트곡 위주의 같은 세트리스트를 반복하는 건 싫다”며 변화를 주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무대에서는 보아에게 줬던 ‘옆 사람’을 김동률만의 버전으로 노래했고, 지난해 10월 발매하며 “오랜 시간 공들여서 만든 곡이라 개인적으로 애착이 많은 곡”이라고 소개했던 ‘산책’도 라이브로 처음 들려줬다.
‘시작’·’동화’·’모험’·’황금가면’으로 이어지는 ‘뮤지컬 트릴로지’ 역시 김동률이 오랜 로망을 직접 기획한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작화 기반의 아날로그 무대, 코러스를 포함한 안무 동작까지 짧고 굵은 뮤지컬로 박수를 이끌었다. 약간의 율동을 곁들여 ‘황금가면’을 소화한 그는 “나이 50에 열심히 해봤다”고 웃으며 “이렇게 짧게라도 뮤지컬을 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무대를 채운 연주진 역시 규모와 구성에서 남달랐다. 드럼·퍼커션·피아노·건반·기타·베이스로 이뤄진 7인 밴드를 중심으로, 6인 브라스, 8인 코러스, 이지원 지휘 아래 23인의 오케스트라(스트링 15명·목관 4명·호른 2명·팀파니 1명·하프 1명)가 합류해 40명 이상의 생생한 연주가 무대를 채웠다. “공연을 찾아주시는 이유는 풍성힌 사운드와 좋은 연주”라는 김동률의 말처럼, 연주진들은 현장에서 최상의 울림을 만들어냈다.
김동률도 후반부에서 피아노 앞에 앉아 ‘새’와 ‘희망’을 불렀다. “예전엔 멋을 내기 위해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기도 했다. 지금은 정말 잘하는 연주자들이 많아 굳이 내가 피아노를 치지 않아도 되지만, 연주자와 하나가 되는 소속감을 위해 직접 친다”고 했다. ‘취중진담’은 김동률이 허락한 유일한 ‘떼창 곡’이었다. “MBTI(성격유형검사)가 슈퍼 ‘J’(계획형)라서 내가 계획하지 않은 것들을 싫어한다. 떼창도 그런데, ‘취중진담’ 이 노래 만큼은 다같이 불러주시면 좋겠다”며 오리지널 버전으로 가창해 팬과 하모니를 이뤘다.

이후 ‘답장’, 앙코르 ‘첫사랑’, ‘기억의 습작’으로 이어진 공연의 끝에서 그는 “오랜 시간 함께해온 동료들과 만드는 공연이 됐다. 그 신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며 “거창한 목표보다 오래, 건강하게 음악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또 4년마다 공연을 여는 ‘월드컵 가수’ 수식어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이제 나이가 들어 금방 60세가 되겠더라. 조금만 늙어서 곧 만나자”며 다음 콘서트를 기약했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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