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가담 공직자' 색출과 마녀사냥 [장세정의 시시각각]

김민석 총리가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한 ‘헌법 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 설치 계획은 한마디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총리실 산하에 TF를 구성하고 공무원 75만 명이 소속된 49개 중앙행정기관에도 조사 TF를 설치하겠다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승인했다. 내란 동조자 색출을 내세워 공직사회의 대대적 인적 청산을 노리는 듯한데, 취임사에서 강조한 통합과 실용주의가 갑자기 어디로 실종됐나 싶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9회 국무회의에서 김민석 총리에게 질문하고 있다. 김 총리는 이날 ‘헌법 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 설치 계획을 보고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7/joongang/20251117002546534bdzq.jpg)
총리실은 12·3 계엄 6개월 전부터 ‘내란 사전 모의’나 실행에 가담했거나,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시점인 지난 4월 4일까지 사후 계엄 정당화나 은폐 참여자, 공적인 지위를 이용해 인적·물적 지원을 도모했거나 실행한 공직자 등을 색출하겠다고 벼른다. 조사는 인터뷰(사실상 심문), 서면조사, 디지털 포렌식 등을 총동원한다. 업무용 PC를 열람하고, 공무원 개인 휴대전화는 자발적 제출을 유도하기로 했다. 제출을 거부하면 내란 동조자로 의심받고 낙인찍힐 테니 사실상 강제란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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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적 청산과 길들이기 겨냥하나
공직사회 정글 되면 국민만 피해
문재인식 적폐청산 답습 말아야
」
총리실은 이번 조사를 1월 말까지 계속하고, 2월 설 연휴 전에 물갈이 인사를 마칠 계획이다. 잠재적 조사 대상 공무원이 무려 75만 명이다. 공무원 개인도 국민이고 헌법상 기본권이 있는데 이렇게 함부로 취급해도 되느냐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승진에 목을 매는 공직사회를 이렇게 들쑤셔 놓으면 상호 불신과 흠집 내기, 감시와 고발이 난무하는 정글과 다름없게 된다. 벌써 군과 경찰 주변에서 계엄 관련 음해와 투서가 쏟아진다니 걱정스럽다.
이런 무리수를 동원하는 배경에 대해 이런저런 분석이 나온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여론이 불리해지자 상황 반전을 노렸다거나,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직사회를 맘대로 주무르겠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어쨌든 이런 공포 분위기에서 공직사회가 황폐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사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느닷없이 발동한 비상계엄은 이미 헌재에서 위헌 판단이 나왔고, 당사자는 파면됐다. 그러나 내란 여부는 헌재가 판단에서 제외했고, 구속된 윤 전 대통령은 지금도 법원에서 내란 혐의 유무죄를 다투고 있다. 법원이 내란이라고 확정판결을 하면 법적 책임을 엄중하게 물리면 될 일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3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내란 혐의 재판 도중에 곽종근 전 계엄사령관의 증언을 제지하기 위해 재임 중 폭탄주 술자리를 구체적으로 언급해 논란이 됐다. 사진은 지난 2월 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6차 변론에 출석한 두 사람의 모습. [사진 공동취재단, 헌재]](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7/joongang/20251117002547909vfpj.jpg)
윤 전 대통령이 어떤 망상에 사로잡혀 황당한 계엄을 발동했는지 아직도 어리둥절해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한밤중에 갑자기 국무회의를 소집한 뒤 TV 생방송으로 계엄을 선포할 줄은 대다수 국무위원도 까맣게 몰랐다고 한다.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법정에서 "국무위원들도 피해자"라고 항변했는데, 변명으로만 보기 어렵다. 졸지에 자리를 잃고 불명예를 얻은 선의의 피해자도 부지기수다. 게다가 국회의 신속한 계엄 해제 결의로 계엄을 6시간 만에 막았는데, 극소수가 작당한 계엄을 이유로 공직사회 전체를 잠재적 내란 동조자로 몰아가면 국민이 공감하겠나.
내란 동조 공직자 색출 TF에 야당은 공산주의적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중세의 마녀사냥이라는 논평도 냈지만, 소수 야당이 저지하기엔 역부족이다. 냉전 시대에 '빨갱이' 잡던 미국의 매카시즘, 동독 슈타지(비밀경찰)의 주민 감시 제도는 과거의 유물이지, 자유민주주의 체제와는 양립하기 어렵다.
최근 이재명 정부는 고리원전 2호기 재가동 결정에서 보듯 문재인 정권 시절의 맹목적 탈원전과 거리를 뒀다. 이 대통령은 '안미경중(安美經中)'의 한계를 절감하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안보·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실리 노선으로 돌아섰다. 국익에 합당한 방향이다.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시도는 분열과 갈등을 키워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소수 극렬 지지자는 열광할지 모르지만, 대통령도 국민도 불행해질 수 있는 문재인의 오류를 답습하지 않기 바란다.
![2017년 5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민정수석과 오찬을 함께하며 웃고 있다. 두 사람은 이른바 '적폐 청산'을 강행해 분열과 갈등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7/joongang/20251117002549191rafd.jpg)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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