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먹는 하마’ 온다는데… [김소연 칼럼]
2026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많은 이의 관심사는 새해 ‘글로벌 자본이 어떻게 재배열될 것인가’다. 지금 글로벌 자금이 분명하게 쏠리는 곳이 있다. AI와 에너지다.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 진보’로만 볼 수 없다. 새로운 형태의 인프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 성능이 향상될수록 더 많은 연산이 투입되어야 하고, 더 큰 금액의 투자가 뒤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AI와 결합한 군비 경쟁까지 포함하면 관련 금액은 미처 다 계산할 수가 없을 정도다. 미·중 갈등 심화로 글로벌 안보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높아지면서 전 세계 국가가 다 함께 전쟁 확산 가능성에 대비하는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AI 방산이 전쟁의 최고 전력으로 떠오른 만큼 AI 방산은 향후 당분간은 돈을 쓸어 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AI의 폭발은 에너지 수요 급증으로 이어진다. 현재의 에너지원 인프라로는 감당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 세계가 에너지원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이 머지않았다. 이때 에너지 관련 논의는 전통적인 탄소에너지 대 친환경 재생에너지 수준을 넘어선다. 현실적으로 동원 가능한 모든 에너지원의 최적 조합을 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전 세계 AI 수요 급증에 따라 2028년까지 약 3조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투자 붐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엔비디아 등 주요 글로벌 테크 기업이 향후 2년간 하드웨어에 7500억달러 이상을 투입하면서 데이터 건설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가디언은 데이터센터 전력 소모량이 폭증하면서 일부 국가의 경우 전체 전력 수요의 20~30%를 데이터센터가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기 먹는 하마’로 인해 갑자기 나타난 ‘전력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공지능(AI)을 연구하는 대학들은 이미 전력 전쟁에 한숨을 푹푹 쉬고 있다. AI 연구 때문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점에는 다른 연구소 서버 가동을 중지하는 식으로 전력을 배분하는 등 ‘아랫돌 빼내어 윗돌 괴어가며’ 근근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한국에 GPU 26만장을 공급한다고 하면서 AI 두뇌 확보에는 숨통이 트였다. 문제는 두뇌를 돌릴 에너지원이다. GPU 26만장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경우 필요한 전력의 양은 말 그대로 어마어마하다.
한국은 지금 AI 전력 전쟁을 제대로 치를 준비가 되었을까. “전혀 되어 있지 않다”가 답이다. 지금 전 세계 각국은 AI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가동을 중단했던 기존 원전을 재가동하고, 천연가스 발전소를 적극 늘리는가 하면, 탈원전 정책을 펼쳤던 독일마저 원전 건설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나 홀로 역주행을 하고 있는 한국의 모습은 뭔가 자연스럽지 않아 보인다. 이 와중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1월 13일 열린 ‘2025년 한국RE100 컨퍼런스’에서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절반 가까이는 재생에너지로 충당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이한 풍경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5호 (2025.11.19~11.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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