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용자가 저신용자보다 고금리"…이례적 역전 현상, 무슨 일

최근 은행권에서 신용점수가 더 높은 대출자의 금리가, 낮은 점수의 대출자보다 높은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에서 저소득·저신용자를 위한 포용 금융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지난 9월 신규 가계대출 금리를 보면, 신한은행의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신용점수 601~650점 대출자 금리는 평균 연 7.72%다. 600점 이하(연 7.49%)보다 오히려 0.23%포인트 높았다. NH농협은행도 601~650점 대출 금리 평균(연 6.19%)이 600점 이하(연 5.98%)보다 높았다. IBK기업은행도 601~650점 대출자에 600점 이하(연 4.73%)보다 높은 금리(연 5.13%)를 적용했다. 하나은행도 701~750점 대출자 금리(연 4.36%)가 751~800점 금리(연 4.41%)보다 평균 0.05%포인트 낮았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건 은행이 고객 신용점수나 담보 가치 등에 따라 매기는 가산금리를 조정했기 때문이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의 산식으로 정해진다. 기준금리는 신용 점수와 상관없이 2.6~2.8%대로 비슷했지만, 일부 은행이 최저 신용점수(600점 이하)에 오히려 더 낮은 가산금리를 매긴 것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600점 이하 대출자엔 가산금리로 평균 5.13%를 더했지만, 601~650점엔 평균 5.53%를 가산했다. IBK기업은행도 600점 이하엔 2.46%, 601~650점엔 2.84%의 가산금리를 적용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 5대 은행의 600점 이하 신규 가계대출자 가산금리 평균은 5.58%로, 8월(5.82%)보다 0.24%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금리를 깎아주는 우대금리(가감조정금리)는 신용점수가 낮은데도 오히려 높아졌다. NH농협은행은 신용점수 600점 이하 대출자에게 평균 금리 1.32%를 깎아준 반면, 601~650점 대출자에겐 0.98%의 우대금리를 적용했다. IBK기업은행도 신용점수 600점 이하와 601~650점 대출자에 각각 0.5%, 0.3%의 우대금리를 적용했다.
은행들이 최근 정부 기조에 따라 취약 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정책금융 상품을 중심으로 금리를 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KB국민은행은 새희망홀씨II 대출 신규 금리를 10.5%에서 9.5%로 낮췄고, 신한은행도 새희망홀씨 대출 우대금리를 1%포인트에서 1.8%포인트로 높였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도 영향을 미쳤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가계대출 총량을 맞추기 위해 연말로 갈수록 일반 신용대출 취급이 어려워지면서 정책 대출 영업을 늘리는 추세”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저신용자 대출 금리가 너무 높다. 금융이 너무 잔인하다”고 한 데 이어, 지난 13일에도 “현 제도는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금융 계급제’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번 주 금융지주사를 소집해 포용금융 실천계획을 점검할 계획이다. 5대 금융지주는 향후 5년간 포용금융에 약 70조원 지원하는 방안 내놓은 상태다. 이는 최저신용자의 이자 부담을 줄여 경제적 기회를 넓히고,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성실하게 빚을 갚는 이들에 대한 형평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금융사가 연체 등 위험을 감수하면서 생긴 부담이 일반 금융 소비자에게 금리 인상 등으로 전가될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달 국정감사에서 “인위적 금리 조정에는 도덕적 해이 등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금리 혜택이 저소득자가 아닌 ‘저신용자’에게 흘러가면서 본래 목적을 벗어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점수는 소득만 보는 게 아니라 그간 누적된 거래 실적 등을 종합해서 나온다”며 “저신용자가 꼭 저소득자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 취약계층은 주로 의료비·교육비·월세 등 기본 생계비를 고금리 빚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려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용점수뿐 아니라 소득수준을 반영해 저소득 고신용자에게 혜택을 주는 등 정책안을 정교하게 가져가야 한다.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고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서민 등에게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너 재벌이야? 스벅 왜 가?"…'김부장' 작가가 60억 모은 법 | 중앙일보
- 임하룡 "연락처만 1만2000명"…그는 이런 경조사만 챙긴다 | 중앙일보
- 윤석열 이해못할 한밤 기행, 알고보니 김건희 작품이었다 [특검 150일] | 중앙일보
- 아내 준 팔란티어 대박났다고? "다시 내놔" 세금 0원 치트키 | 중앙일보
- 김건희 다짜고짜 "한동훈 어때"…윤 당선 며칠 뒤 걸려온 전화 [실록 윤석열 시대] | 중앙일보
- "3000만원 내놔"…김호중, 교도관에 뇌물 협박 당했다 무슨 일 | 중앙일보
- 김건희 반대한 윤 모친 "내 며느리는 서울대" 이런 말, 왜 | 중앙일보
- 10개월 만에 암세포 싹 죽었다…의사도 놀란 '담도암 4기' 기적 | 중앙일보
- 여동생 죽인 남성, 부모의 탄원서…교도관 경악한 그 가족 비밀 | 중앙일보
- 방사능 돌연변이? 체르노빌 '푸른 들개' 미스터리 풀렸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