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처럼 죽길 원했던 영생의 괴물... 그 아이러니가 던진 물음
[김형욱 기자]
1857년 최북단, 북극으로 향하는 덴마크 왕립 함선 호리손트호는 얼어붙은 강을 뚫고 지나가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때 멀리서 폭발음이 들려 가보니 빅터 프랑켄슈타인라는 남자가 쓰러져 있다. 그를 배로 데려오니 곧 인간인지 괴물인지 모를 거대한 존재가 나타나 행패를 부리며 빅터를 넘기라고 한다.
이때부터 영화는 세 개의 진실을 교차하며 펼쳐낸다. 현재의 빅터와 피조물, 빅터의 이야기, 그리고 피조물의 이야기. 이 구성은 델 토로 특유의 묵직한 연출과 서정적 공포가 결합하며 원작 소설보다 더 단단한 비극성을 만들어낸다.
빅터의 집안은 명문 귀족. 엄격한 아버지와 다정한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그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삶과 죽음을 초월하려는 집착에 사로잡힌다. 감히 신성모독을 향한 야망이 아니라, '죽음 앞에서 무기력했던 자신에 대한 절규'에 가까운 욕망이었다.
기예르모 델 토로는 이 욕망에 시대적 그림자를 덧입힌다. 전쟁과 병으로 쉽게 죽어갔던 19세기, 죽음은 인간이 반드시 넘어야 할 벽처럼 보였을 것이다. 영화는 묻는다. 만약 죽음을 정복할 수 있다면, 그 힘은 누구의 것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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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 |
| ⓒ 넷플릭스 |
이 지점부터 영화의 진정한 감정이 시작된다. 총에 맞아 죽었다가 살아난 피조물은 우연히 한 방앗간으로 숨어 들어가고, 그곳에서 장님 노인의 가족을 만나며 처음으로 '세계의 온기'를 느낀다. 보이지 않는 존재, 그러나 가족을 돕는 정령 같은 존재. 그는 처음으로 "살아있다"는 감각을 배운다.
델 토로는 피조물의 여정을 잔혹하게만 그리지 않는다. 괴물이 인간에게 배척받는 익숙한 서사가 아니라, 괴물이야말로 인간다움을 처음 배우는 존재로 그린 것이다. 노인의 따뜻한 손길, 책에서 배운 말과 지성,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그러나 이 아름다운 시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세상은 그를 다시 괴물로 낙인찍는다. 그는 다시 떠돌이 신세가 되며 답을 찾기 위해 결국 빅터를 찾아 나선다. 영화는 여기서 가장 잔인한 진실을 들이민다. 피조물은 삶을 배웠지만, 빅터는 죽음만을 배웠다. 그렇다면 누가 괴물이고, 누가 인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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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 |
| ⓒ 넷플릭스 |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은 공포영화가 아니다. 거대한 스케일의 비극이자, 인간성을 향한 고백이다. 괴물의 얼굴은 기괴하지만, 그 감정은 누구보다 인간적이다. 반면 빅터라는 인간의 얼굴은 그럴 듯하지만, 그 욕망은 때로 신보다 잔혹하다. 영화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괴물처럼 보인다고 괴물인가? 괴물 같은 짓을 하면 괴물인가?"
빅터와 피조물의 대비로 신의 자리를 욕망한 인간의 오만과 인간이 되고자 했던 피조물의 순수를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극 중에서 빅터의 처제 엘리자베스가 피조물을 향해 느낀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 동정인지 애정인지 모를 그 감정이야말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 아닐까. 우리가 괴물을 바라볼 때, 사실은 인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여 <프랑켄슈타인>은 단순히 고전의 재해석이 아니다. 200년 동안 수없이 변주된 이야기 속에서도 새로운 감정,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드문 작품이다. 비주얼은 아름답고, 감정은 깊고, 메시지는 뼛속까지 파고든다. 델 토로의 필모에서 가장 웅장하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영화라고 말해도 과하지 않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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