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글쓰기] "내가 먼저 가는 것이 여러 가지로 좋아"... 70대 부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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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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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둘레길에 있는 억새풀 산책하다 만난 억새풀 |
| ⓒ 정현순 |
휴대폰에서 나오는 노래는 김광석이 부른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란 노래였다. 나도 언제부터인가 그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고 피아노로도 연습하고 있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놓치고 싶지 않은 노래이다. 노년인 나에게 무척 공감이 가는 노래이기도 하다. 난 그 노래가 끝날 때까지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시들어가는 억새풀 앞에서 듣는 노래이다 보니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 노신사 역시 억새풀을 쳐다보며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누군가 듣는 노래를 본의 아니게 엿듣는 재미도 쏠쏠했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메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 눈으로 지새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길 그 먼길을 어찌 혼자 가려 하오.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이 곡은 1990년에 발표된 노래이며 김목경 작사 작곡 김광석이 부른 노래이다. 지금보다 젊은 시절 드문드문 이 노래를 들었다. 그땐 그저 많은 노래 중에 저런 노래도 있구나 할 정도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노래가 내 노래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한 것이다. 내 생활을 그대로 적어 놓은 듯한 가사가 순간순간 내 마음에 팍팍 꽂힌다. 아마도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이 만든 노래이겠지'라는 생각도들었다. 나도 그랬듯이 젊은 사람은 이런 풍경을 상상할 수 있을까?
지금도 어디에선가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괜스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도 한다. 한 해 한해 시간이 흐를수록 더하다. 그러다 작년에 악보를 구해 이 노래를 피아노로 연습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그래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 포기하지 않고 있다.
가사를 보면 두 부부와 큰딸과 막내아들이 등장한다. 우리와 너무나 똑같은 가정 모습이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 눈으로 지새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나 역시 아들이 대학시험 치를 때에는 편한 마음으로 보내던 날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늘 안쓰럽고 하루 빨리 대학시험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던 나날이었다.
또 "큰딸아이 결혼식 날 눈물방울이 이제는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나도 큰 딸아이 결혼식 날 왠지 모를 눈물이 어찌나 쏟아지는지 내 뒤에 앉아계시는 친정어머니의 손을 꼭 잡았던 기억도 난다. 친정어머니는 내 마음을 안다는 듯이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던 기억도 새록새록 하다. 그 장면을 생각하니 그림처럼 떠오르면서 또 눈물이 맺힌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두 아이 모두 출가를 시키고 이젠 우리 두 부부만 남았다.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일이 생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아픈 곳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웬만해선 아이들에게 알리지 않고 둘이 해결하고 있다. 운이 좋게 우리 아이들 둘은 우리 근처에서 살고 있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평소에는 무척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아이들 이야기를 하면서 쓸쓸함이 묻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부모와 자식 사이이니깐.
가사 끝부분에는 아내가 먼저 먼길을 떠난 것 같다. 우리 부부 역시 누가 먼저 곁을 떠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가끔 둘이 앉아 그런 이야기도 한다. 남편은 "아마도 내가 먼저 갈 거야" 하면 나는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지"하면 남편은 "내가 먼저 가는 것이 여러 가지로 좋아" 한다. 둘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잠시 침묵이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 부부도 젊은 시절에는 부부싸움을 자주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는 기억나진 않지만 서로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사사건건 따지는 일이 없어졌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주고 배려한다. 우리 부부는 어느새 80살을 향해 가고 있다. 언제까지 살지 누가 먼저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 날까지 지금처럼 느리지만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해결할 수 있고, 부부가 서로 도우면서 후회가 적은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깊어가는 2025년 가을, 얼마 남지 않은 우리 부부의 삶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앞으로 남은 삶이 급하지 않게, 우리 부부에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되돌아보고 조금씩 정리하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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