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적이고 수치스러워"... 쿠팡 새벽배송 현장의 적나라한 증언
[전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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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쿠팡 부천 물류센터 건물 외벽에 회사 간판이 걸려 있다. 2020.5.27 |
| ⓒ 연합뉴스 |
쿠팡의 물류센터·배송터미널(캠프) 등 각 분야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 모여 쿠팡 새벽노동의 문제점을 털어놨다. 쿠팡노동자의건강과인권을위한대책위원회(대책위) 등이 주최한 '쿠팡이 답하라! 노동자 잡는 야간노동, 무한속도 새벽배송' 집담회에는 정성용(물류센터 노동자)씨·조혜진(캠프 노동자)씨·한선범 전국택배노조 정책국장·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남궁수진(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씨가 패널로 참여했다.
집담회 사회를 맡은 김혜진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새벽배송의 전 과정을 고려했다"라며 "밤 12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배송하는 '새벽배송'이 가능하기 위해 각 영역에 있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과로한 노동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렇게 패널을 선정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쿠팡에서 새벽배송으로 주문하면, 먼저 쿠팡 물류센터로 그 주문이 넘어간다. 물류센터에서 물건 분류 작업을 마치면, 대형화물간선차량을 통해 소위 '캠프'라고 불리는 배송터미널로 물건들이 이송된다. 캠프에서 물건 소분 작업을 마치면, 택배기사들이 각 배송지로 배달을 한다"라며 "이번에 간선차량 노동자분은 모시지 못했고, 섭외했던 쿠팡 택배기사분은 지난 10일 제주에서 발생한 쿠팡 택배기사 사망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 제주로 내려가셔서 택배 노조에서 한 분을 모셔왔다"라고 설명했다.
[물류센터 노동자] "자정에 주문 들어와도 1시간만에 모두 처리해야"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정씨는 빡빡한 마감시간·미흡한 휴게시간·낮은 기본급 등을 문제점으로 짚었다. 먼저, 정씨는 "최근 현장에서 파악한 쿠팡 물류센터 마감 시간대를 가져왔다"라고 말하며 아래 자료를 제시했다.
[쿠팡인천4센터 OB 공정 오후조(야간조) 마감]
(18시 ~ 익일 04시까지 근무)
1. 21시 05분 (심야배송)
2. 22시 15분 (심야배송)
3. 00시 59분 (심야배송)
4. 01시 49분 (지방배송)
5. 04시 30분 (오전배송)
*04시 퇴근 전 집품 공정에서 마무리, 마무리가 안 될 경우 관리자만 연장 또는 노동자들까지 연장
그는 "총 5번의 마감이 있다"라며 "이 표에 따르면, 밤 11시 59분에 들어온 주문들에 대해서도 1시간 남은 마감 시간 동안 모두 처리해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쿠팡의 '로켓프레시(유료회원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신선식품 로켓배송서비스)' 주문을 대부분 담당하는 신선센터의 경우, 배송을 오전 7시 전까지 해야 되기 때문에 마감이 5번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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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성용씨가 제시한 쿠팡 물류센터의 2025년 임금표 |
| ⓒ 정성용씨 제공 |
정씨는 또, "쿠팡 물류센터에는 EHS라는 건강관리팀이 있다"라며 "건강·안전·산업재해 등을 담당하는 부서인데, 이 부서는 야간에 일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야간에 현장에서 일하다 다치면 무조건 119를 불러 응급실을 가지 않는 한 해결책이 없다"라며 "응급실에 갈 정도가 아니다라고 판단되면 노동자들은 그냥 견디거나 구급약 등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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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팡 캠프에서 일한 조혜진씨가 14일 집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 ⓒ 전선정 |
조씨는 "근무시간 중 두 번의 마감을 치기 위해 캠프 관리자들은 '스캔은 1초에 1개씩 찍어라', '하차 속도 더 빨리 해라', '소분류 버텨라', '라인 정리 빨리 해라'라고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방송한다"라며 "당일 전체 총괄을 맡은 관리자가 2층에 올라가 노동자 한 명, 한 명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조장에게 무전 또는 마이크로 직접 업무를 지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다못해 공정을 이동할 때도 '걷지 말고 뛰라'고 방송해서 사람들을 1초라도 빠르게 움직이도록 만든다"라고 부연했다.
더해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휴게시간을 요구하는 걸 봤는데, 캠프에서는 휴게시간은 생각조차 못한다"라며 "우리는 노동시간이 6시간 30분, 휴게시간이 30분인데 휴게시간에는 식사도 제공되지 않는다"라고 짚었다. 또, 그는 "물건이 잠깐 내려오지 않는 틈에 걸터 앉는 것만으로도 지적대상"이라며 "'가만히 있지 마세요, 쉬지 말고 그냥 움직이기라도 하세요'라고 말하는 건 아주 착한 수준이고, 잘못 걸리면 고성으로 야단을 맞거나 마이크로 공개적으로 지적 받으며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조씨는 "인간적으로 모욕적이고 수치스럽고, 사람을 위축되게 만든다"라며 "노동 강도 자체도 세지만, 스트레스와 압박으로 오는 정신적 고통도 굉장히 크다"라고 말했다. 또, "처음 캠프에 왔을 때는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화가 났다는 인상을 받았다"라며 "그냥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말들도 고성을 지르며 폭력적인 방식으로 대화를 하고 지시를 하길래, 왜 그럴까 의문이 들었는데 서로 서로 압박을 줘야만 새벽배송을 위한 마감이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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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선범 전국택배노조 정책국장이 14일 쿠팡 새벽배송 집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 ⓒ 전선정 |
한 국장은 "올해 10월 전국택배노조 총 679명이 응답한 '쿠팡 택배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야간 기준 평균 노동시간(야간할증 포함)이 주 5일 일하는 경우는 60시간, 주 6일 일하는 경우는 72.6시간, 격주 5일 일하는 경우는 66.55시간이었다"라며 "이는 산업재해의 과로사 판정 기준을 초과하는 노동 시간"이라고 말했다.
또, "택배는 그 자체로도 고강도 노동인데, 이런 걸 야간에 하고 있고 3회전 배송도 한다"라며 "3회전은 배달할 물건이 있는 캠프와 배송지를 오가는 횟수인데, 새벽 3시 반쯤 터미널(캠프)에 다시 들어가서 4시쯤 나왔다가 7시까지 배송하면 3회전 배송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레시백 반납·정리·초벌 청소 업무도 해야 하는데, 반품회수 업무와 노동 강도가 비슷하거나 더 높은데도 돈을 적게 준다"라며 "쿠팡에서 이 업무를 의무라고 하지는 없지만, 인센티브 퍼센티지와 관련이 있는 업무이고, 이 지표를 맞추지 못하면 재계약을 하지 못하는 사유가 된다"라며 "택배기사들이 속한 대리점도 기사들에게 이 업무를 하라고 푸시하기 때문에 사실상 해고 위협을 느껴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부연했다.
이날 손을 들고 발언에 나선 고태은(중앙대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씨는 "쿠팡은 '어떻게 하면 산재 책임을 최대한 덜 지면서 더 싼 값으로 노동자를 동원할까'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하고, 그런 고민들은 잦은 마감·다회전 배송 등 쿠팡의 세밀한 설계로 이어진다"라며 "그런 설계가 '새벽배송'이라는 문제에도 전제돼 있고, 그렇기 때문에 계속 사상사고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씨는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다룰 때는 '새벽배송만 문제'라는 관점에서 더 나아가, '왜 '쿠팡'의 새벽배송에서 자꾸 이런 사상사고가 발생할까'에 초점을 맞춰서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쿠팡이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고, 인력 충원 등을 통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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