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슈퍼 호황 타고 ‘1등 DNA’ 부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CEO 라운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57)이 모처럼 웃었다. 극심한 반도체 실적 부진에 시달려온 삼성전자가 올 3분기 역대급 메모리 반도체 실적을 낸 덕분이다. 스마트폰 판매량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내년 역대급 목표치를 앞세울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 삼성전자 실적 호조로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1968년생/ 경복고/ 서울대 동양사학/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경영학 석사/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 박사 수료/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 입사/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 2007년 삼성전자 CCO 전무/ 2010년 삼성전자 COO/ 2012년 삼성전자 부회장/ 2022년 삼성전자 회장(현) [AI·일러스트 : 강유나]](https://t1.daumcdn.net/news/202511/18/mkeconomy/20251118100611637daka.gif)
DS부문 영업이익만 7조원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86조617억원, 영업이익 12조166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0.2% 늘었고, 매출도 15.4% 뛰었다.
실적 회복을 이끈 효자 사업부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다. DS부문은 3분기에만 매출 33조1000억원, 영업이익 7조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 분기 영업이익이 7조원을 넘은 것은 2021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DS부문 맏형 격인 메모리사업부가 3분기에만 매출 26조7000억원을 기록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으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다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서버용 SSD 등의 수요 강세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HBM에 대한 강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삼성전자 측은 “HBM3E는 전 고객을 대상으로 양산 판매 중이고,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도 개발을 완료해 샘플을 요청한 모든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했다”고 밝혔다. ‘HBM 시장의 큰손’ 엔비디아에 HBM3E 12단 납품을 공식화한 데 이어 HBM 시장의 주류가 될 HBM4 생산 예정 물량도 완판됐다는 설명이다. 엔비디아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E와 HBM4를 공급할 핵심 협력사”라고 공식 인정했다.
삼성전자 HBM4는 초당 11Gbps 이상 속도를 구현하면서도 저전력 구동이 가능한 차세대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고객사 요구를 뛰어넘는 성능과 효율을 목표로 설계를 진행했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사보다 더 미세한 공정인 1c D램(6세대 10나노급) 기반 설계 구조를 적용, 데이터 전송 속도와 안정성을 동시에 높였다.
HBM4의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 다이’를 외부 업체에 맡기지 않고, 자사의 최첨단 4㎚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정을 통해 직접 생산한 것도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선택을 받은 배경으로 손꼽힌다. 대만 TSMC와 협업하는 경쟁사와 달리 삼성전자는 D램과 베이스 다이 설계를 초기 단계부터 최적화할 수 있다. 외부 파운드리에 의존하지 않아 생산 일정, 비용을 자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이를 두고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이 회복돼 비로소 AI 붐이 불러온 ‘메모리 슈퍼 호황’에 올라탔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SK하이닉스가 독주해온 HBM 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은 우상향 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은 올해 2분기 17%로 SK하이닉스(62%)에 한참 밀렸다. 하지만 내년 HBM4 양산이 본격화되면 삼성전자 시장점유율이 30%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2026년 엔비디아 루빈 AI 서버에 탑재될 HBM4는 삼성전자가 경쟁사 대비 유리한 입지를 구축할 전망”이라며 “HBM과 D램이 동시에 수혜를 입으면서 내년 영업이익이 82조원으로 추정되는데, 2018년 당시 반도체 상승 사이클 영업이익(58조8000억원)을 40% 웃도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부문 실적도 준수했다. 3분기 매출 48조4000억원, 영업이익 3조5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27.7% 늘었다. 지난 7월 출시한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 폴드7’ 시리즈가 흥행한 데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 S25’ 시리즈도 인기를 이어간 덕분이다.
여세를 몰아 삼성전자 MX사업부는 내년 스마트폰 판매량을 약 2억4000만대로, 태블릿 판매량은 약 2700만대로 추정했다. 이를 통해 내년 130조원 매출을 올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앞세웠다. 최근 몇 년 새 MX사업부 연매출이 100조원 안팎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삼성전자 실적이 살아나면서 주가 반등 기대도 크다. 지난 10월 한 달간 개인의 1억원 이상 대량 주문이 가장 많이 몰린 종목이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에 대한 개인 대량 주문 건수만 6만243건에 달했다. 이재용 회장이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치맥 회동’ 후 상호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한 점도 호재다. 유진투자증권과 KB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5만원으로 상향했다.

대규모 투자 등 ‘뉴삼성’ 속도 낼 듯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실적 호조로 이재용 회장이 머지않아 등기이사로 복귀할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이 회장은 2016년 10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지만,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다 2019년 10월 재선임 없이 임기를 마쳤다. 삼성전자 회장 취임 이후에도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미등기임원을 유지해왔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복귀하면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신사업 발굴을 위한 대규모 투자 등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문제는 책임 경영 측면에서 필요하다”며 “삼성 내 컨트롤타워 구축 문제도 (위원회 내부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물론 샴페인을 터뜨릴 때는 아니다. 중국 업체들의 진입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TV와 가전 사업 성적표는 좋지 못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사업부는 올 3분기 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증권가가 추산했던 3000억원대 영업이익보다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한미 관세 협상이 최근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여전히 가전제품에 대한 10% 보편관세와 전자제품에 들어간 철강·알루미늄 품목관세는 50%로 유지돼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AI 가전, OLED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동시에 중저가 TV 제품 강화로 실적 부진을 돌파할 계획이지만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4호 (2025.11.12~11.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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