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에 힘 주는 법, 단번에 이해시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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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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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it |
| ⓒ yellowteapot on Unsplash |
하체 운동 PT를 받을 때면 늘 이런 대화가 도돌이표처럼 돌고 돌았다.
"그래요, 이 자세! 이제 그대로 엉덩이에 힘주면서 팡! 딛고 올라오세요!"
"선생님, 엉덩이에 힘이 안 들어가요."
"뒤꿈치에 무게를 실어 보세요!"
"아악! 넘어질 거 같아요!"
엉덩이에 힘이라니? 괄약근 말고요?
엉덩이 힘을 써야 한다는 트레이너의 말을 한동안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엉덩이에 힘이 들어간단 말인가. 하다하다 안 돼서 따지듯이 물었던 적도 있다. "아니, 엉덩이에 괄약근 말고 다른 근육이 또 있어요?" "엉덩이에 힘을 주는 게 진짜 가능해요?"
트레이너는 할 말을 잊은 듯 했다. 기가 찼을 것이다.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가 "엄마, 나는 어떻게 걷는 거예요?"라고 물어봤다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엉덩이에 어떻게 힘을 주냐고요? 이건 설명이 안 돼요! 그냥 힘주세요!" 1더하기 1이 왜 2인지를 설명하라면 가르치는 입장에선 황당할 수밖에 없다. 말할 수 있는 거라곤 "엉덩이에 힘!" 말고는 없으니까. 대신 근육을 써 줄 수도 없잖은가.
결국 이럴 때 방법은 하나뿐이다. 될 때까지 하는 것이다. 몸을 낮출 때 무릎은 밖으로 내밀지 말고 최대한 수직으로. 허리와 등은 최대한 곧게. 그 상태로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엉덩이를 빼듯이 앉는다. 그다음 호흡을 내쉬며 뒤꿈치에 무게를 싣고 팡! 뛰어오른다. 머리로는 안다. 근데 몸이 이해를 못하는 걸. 쪼그려 앉는 자세면 무릎이 앞으로 나오지 않나? 이러면 보통 자빠지지 않나? 이 자세에서 어떻게 엉덩이에 힘이 들어간다는 거지?
결국 그날 수업은 망했다. 엉덩이를 신경 쓰면 무릎이 튀어나오고, 무릎을 신경 쓰면 엉덩이를 뺄 수가 없었다. 간신히 둘 다 해내면 뒤로 벌렁 자빠졌다. 자세만 잡았을 뿐인데 땀이 줄줄 흘렀다. 치욕적이었다. 38년 동안 써 온 몸인데, 아직도 작동법이 이 수준이란 말인가! 결국 하체는 제대로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그놈의 엉덩이 쓰는 법을 몰라서.
'그래, 남자는 상체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느껴지는 한심함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이 나이 먹도록 내 몸 하나 제대로 쓸 줄 모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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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주 다니는 지하철 역. 계단이 무시무시하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다. |
| ⓒ 박종원 |
"뒤꿈치에 무게를 싣고 팡! 튀어 오르세요!"
어? 설마? 이건가? 뒤꿈치에 무게를 싣고, 발목과 무릎은 수직으로, 배로 숨을 들이마셔 복압을 키운 뒤, 팡! 하고 디디라고 했지? 합!
튀어 오르는 순간,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둔근으로 힘을 쓰니 신기하게 무릎에 체중이 실리지 않았다. 아, 이거구나. 그날, 나는 '밥 주세요' 버튼 사용법을 알아버린 강아지마냥 신나게 마두역 3번 출구의 계단을 올랐다. 우리 집 아파트 계단도 마찬가지. 다음 날 칭찬을 들었음은 물론이다.
엉덩이 근육을 쓰는 게 가능하니 스쿼트는 물론이고 런지, 레그 프레스 등을 일주일 만에 터득할 수 있었다. 드디어 엉덩이에 괄약근 말고도 다른 근육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엉덩이에 힘만 줄 줄 아는 헬린이에 불과하다. 숄더프레스를 할 때 광배근이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벤치프레스를 할 때 삼두근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여전히 헤맨다. 트레이너는 여전히 '광배로 어깨 받치고!'를 외치고, 나는 될 때까지 자세를 취할 뿐이다.
피트니스를 시작한 이후, 이제 나는 '나를 잘 아는 건 오직 자신뿐'이라 말하지 않는다. 내가 나를 안다는 확신 또한 자만일 수 있다. 엉덩이를 제대로 쓰는 데에만 38년이 걸렸다. 내 몸도 마음대로 쓸 줄 모르는데 어떻게 스스로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고단한 인생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 건 그래서다. 다 안다고 믿었던 것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롭고 낯설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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