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조 매도에 코스피 4% 급락…'美 최악 하루' 한국 덮쳤다

염지현 2025. 11. 1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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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뉴욕증시 급락 여파로 3% 이상 하락한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14일 아시아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한국 증시(코스피)는 4% 가까이 급락해 낙폭이 가장 컸다.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2조3576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영향이다. 연초 이후 하루 최대 규모의 순매도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쏟아낸 물량을 개인이 순매수로 받아내며, 코스피는 간신히 4000선을 지켜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하루 새 8.5% 급락했고, 삼성전자도 5% 넘게 추락하는 등 반도체주 타격이 두드러졌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닛케이225(-1.77%), 대만 자취안(-1.81%) 등 아시아 주요 지수도 2% 가까이 하락했다.

한 달여 만에 ‘최악의 하루’를 보낸 미국 증시의 여파다. 13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가 하루 새 2.29% 급락한 2만2870.36을 기록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1.66%)와 다우지수(-1.65%) 등 뉴욕 3대 주가지수가 지난달 10일 이후 가장 크게 밀렸다.

주식시장의 최대 변수인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투매가 나타난 것이다. 이날 역대 최장인 43일간의 연방정부 폐쇄(셧다운)가 끝났지만, 월가의 안도감은 잠시였다. 앞으로 쏟아질 각종 경제지표 부담에 투자 심리는 얼어붙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 결정 시 중요하게 판단하는 물가와 고용의 ‘밀린 성적표’에 따라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될 수도 있어서다. 영국 자산운용사인 슈로더의 미나 크리슈난 매니저는 “지난 43일간 (셧다운 여파로 발표가) 밀려있었던 데이터가 한꺼번에 쏟아질 것이란 불안감이 시장을 흔들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거품론’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올해 주가가 치솟았던 AI 기업에 대해 차익 실현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빅쇼트’ 주인공이자 2008년 미국 증시 폭락을 예견했던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거품론에 불을 붙였다. 최근 그는 자신의 헤지펀드인 사이언 자산운용을 폐쇄하기로 했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27일 투자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시장 밸류에이션이 과도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팔란티어와 엔비디아의 주가 하락에 이미 10억 달러(1조5000억원) 이상을 베팅한 상태다.

김경진 기자


다음 달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일부 Fed 위원이 매파적(통화 긴축) 발언을 냈다는 점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3일 “정책 완화 여력이 제한적이다”며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완화적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도 하루 전날 “매우 불확실한 환경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고용의 균형을 맞추려면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다음 달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3일 기준 다음 달 Fed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52.1%로, 일주일 만에 10.8%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금리 동결 확률은 같은 기간 30.4%에서 47.9%로 뛰었다. 시장 전망이 사실상 ‘반반’으로 갈린 셈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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