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 가슴이 철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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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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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건진결과서 우울하고 막막했지만, 목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
| ⓒ 박정은 |
지금 당장은 임상적으로 별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매년 비교 검사를 요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특히, 친정엄마에게서 자궁암이 발견된 적이 있었기에, 자궁에서 근종이 발견되었다는 말은 나를 단번에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그때, 진단하던 산부인과 의사가 말했다.
"나이가 이쯤 되면, 누구나 하나씩 갖게 되는 거예요. 너무 놀라지 말고, 석류라든지 오메가라든지 뭐 여성에게 좋다는 보조식품이나 약 같은 건 삼가세요. 크기를 더 키울 수 있으니까요."
그 말이 근종 자체를 없애는 건 아니지만, 나만의 일이 아니라는 말이 왠지 큰 위로가 됐다. 수많은 사람이 이런 혹과 함께 일상을 살아낸다니, 나도 얼마든지 잘 관리하며 일상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이 들었다.
또 하나 놀란 것은 체형 판정에서 '과지방 1단계'가 나온 것이다. 처음이었다, 내 몸이 정상에서 벗어난 적은. 늘 운동이 부족하니 근육량을 늘리라는 말을 들어왔지만, 그래도 정상 범위에 들어가 있어서인지 '이만하면 괜찮지'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 문제였다.
1년간 방치한 나의 몸은 근육량이 표준 이하였고, 복부비만 분석 결과 내장 지방 레벨이 '경계'의 끝, '내장비만'의 시작에 다다랐다. 자칫하면 복부비만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우울했다. 요즘 들어 배의 볼록한 정도가 화장실을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싶었는데, 게으른 나의 생활 습관 속에서 나의 아랫배는 지방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던 것이다.
당장 운동의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당장 무슨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검색하는 시간이 늘어갔다. 주변 사람들의 건강관리법에 대해 듣는 시간도 늘었고, 그것을 듣는 나의 주의력도 남달라졌다.
특히 요즘 러닝이 붐을 일으키는 만큼, 매일 뛴다는 분들이 많았다. 그것이 얼마나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몸을 가뿐하게 하는 건지에 대한 찬사들을 무수히 들었다. 그러나 막상 내가 매일 달릴 것을 생각하면 자신이 없었다.
"아직 절박한 게 아니네. 절박하면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시작하게 되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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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책길 풍경 낙엽이 깔린 길을 걷는 동안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졌습니다. |
| ⓒ 박정은 |
왕복 40분을 걸어 등하교하던 고등학생 아들이 장난을 치다가 엄지발가락 골절상을 입은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차로 등하교를 시켜야 해서, 나도 강제로 아침에 외출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가을 아침의 공기는 맑고 상쾌했다. 푸르고 높은 하늘이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물감이라도 흩뿌린 듯한 단풍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좀 더 오래 눈으로 감상하고픈 마음이 생겼다. 비단처럼 내려앉은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나는 아이를 데려다주고 오는 길,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집 주변 산책길로 발걸음을 돌렸다.
첫날은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무작정 걸었다. 운동화가 아닌 플랫슈즈, 두꺼운 패딩을 입은 탓에 그야말로 그냥 산책만 하고 왔다. 그러나 다음날부터는 운동화를 챙겨 신고, 가벼운 플리스, 장갑, 무선 이어폰도 챙겼다.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산책길에는 다양한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다. 내 또래의 사람들은 역시나 뛰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조금 빠르게 걷는 방법을 선택했고, 60~70대 어르신들과 나란히 운동기구를 활용하기로 했다.
12가지의 운동기구를 50회씩 하고 나니, 허리 돌림이 편해졌고, 어깨결림이 사라졌다. 약 1시간 정도 걷기와 기구를 이용한 운동을 하고 들어왔더니, 앱은 식빵 한 개만큼의 칼로리인 110kcal가 소모되었다고 알려주었다.
건강검진에서 권고한 '주당 150분 이상 유산소 운동', '주당 2일 이상 근력 운동'을 자연스럽게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뱃살을 태우는 복근 운동은 유튜브의 영상을 참조하고 있다.
나의 복부는 아직 눈에 띌 만큼의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몸이 한결 가볍다. 가을을 오롯이 경험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건강해진 느낌이다. 집 안에만 있었다면 절대 느낄 수 없었을 기분이다.
내년 건강검진에서는 꼭 변화된 결과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아이가 다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기온이 많이 떨어져 추워진다 해도, 꾸준히 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그렇게 몸 건강을 지키고, 계절의 오고 감을 고스란히 누림으로 마음 건강도 챙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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