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50대 ‘최연소 부회장’ 나올까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5. 11. 1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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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 퇴진은 세대교체 예고편?

삼성전자 ‘인사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2인자’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후속 사장단 인사도 11월 중 단행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통상 삼성그룹은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지만, 2년 전부터 11월 말로 당겼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올해 사장단 인사가 예상보다 큰 폭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시 조직이던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가 정식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격상된 만큼, 과거 미래전략실 같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공식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재용 회장의 이사회 복귀와 삼성전자 주요 부문장 교체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관전 포인트 1. 사업지원실 역할

미니 컨트롤타워 전망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신설 사업지원실 역할이다.

옛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비상 조직으로 신설된 사업지원TF는 TF를 떼고 사업지원실로 위상이 달라졌다.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 회장 보좌역으로 업무가 변경됐다. 박학규 사장이 초대 사업지원실장이 됐다. 경영진단실장 최윤호 사장은 사업지원실 전략팀장을, 사업지원TF 주창훈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경영진단팀장을 각각 맡는다. 사업지원TF 문희동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피플(People)팀을 이끈다. 피플팀은 인사팀 역할을 맡는다. 문 부사장은 삼성종합기술원 인사팀장 출신이다.

삼성전자 안팎에 분산돼 있던 기능을 단일 조직 아래 모았지만, ‘컨트롤타워 부활이 아니다’라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전략 기능과 이사회 지원에 중점을 둔 ‘콤팩트 조직’으로 정체성을 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측은 “새 사업지원실은 3개 팀으로 구성된 조직으로 과거 미전실보다 훨씬 작고 기존에 있던 기능을 모으는 차원”이라며 “컨트롤타워 부활과 무관하게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보강”이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 퇴진을 일명 ‘65세 룰’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故 이건희 선대회장은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당시 나이가 들면 판단력이 쇠퇴한다며 “65세가 넘으면 젊은 경영자에게 넘겨야지 실무를 맡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후 ‘65세 룰’은 일종의 불문율처럼 작동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과거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2017년 10월 인사 시즌이 아니었지만, 돌연 사퇴 입장을 밝힌 것도 ‘65세 룰’에 따른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당시 권 회장과 함께 윤부근(당시 64세), 신종균(당시 61세) 사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2022년 김기남 부회장(DS부문장)이 64세로 일선에서 물러날 때 김현석·고동진(당시 61세) 사장도 동반 퇴진했다.

정 부회장의 2선 후퇴에도 재계에선 그의 영향력이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최윤호 사장과 박학규 사장은 삼성 안팎에서 ‘포스트 정현호’로 공공연하게 거론된 인물들이다. 최 사장과 박 사장 모두 정 부회장과 옛 미래전략실에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고, 정 부회장이 2015년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사장)을 맡은 이후 사장이 됐단 점에서 인연이 남다르다는 평가다. 최 사장은 정 부회장의 덕수상고 1년 후배다.

박 사장이 사업지원실 초대 실장이 됐단 점에서 그를 ‘포스트 정현호’로 유력하게 꼽는 시선이 있다. 최 사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후선 업무를 맡았단 점에서 입지가 좁아졌단 평가가 나오지만, 박 사장과 경쟁 구도를 이룰 것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재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인사팀장 시절 임명된 C레벨 임원이 조직 곳곳에 퍼져 있다. 그가 후선으로 물러나더라도 영향력은 시차를 두고 서서히 약해지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 봤다.

다만, 이번 조직 개편을 두고 재계 일각에선 의구심 섞인 시선도 던진다. 이런 시선이 제기되는 것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지난 11월 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사팀 공용 폴더가 사내 전 직원에게 공개되는 사달이 났다. 내부 유출 폴더에는 직원 개인정보부터 평가·고과처럼 민감한 내용까지 포함됐다.

문제는 사업지원TF 관련 내용이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노조)에 따르면, 삼성바이오 인사팀장은 지난 3월 6일 사업지원TF 관계자에게 “사장님께서 올해 우수 인력 보상은 강화하고 저성과자는 과감하게 하위평가를 확대하는 성과관리 기조를 지속 추진 중인 상황” “(삼성바이오 노조가)과반 노조가 될 정도의 영향력이라 임금 인상률 여파가 우려되는 상황”이라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노조는 사업지원TF가 실질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사관리 전반을 관리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공교롭게도 다음 날인 11월 7일 정 부회장 퇴진과 조직 개편이 발표됐다. 삼성전자가 주요 사장단 인사와 별개로 사업지원실 등 신설 조직에 대해 ‘원포인트’ 인사를 낸 것도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재계 관계자는 “단순히 시기가 맞아떨어진 오비이락일 수 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대목”이라며 “자칫 정 부회장을 향한 책임론이 불거질 우려를 조기 진화하려는 목적일 수도 있다”고 봤다.

행동주의펀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별도 법인이며 사업지원TF는 삼성전자 소속이다. 사업지원TF가 타 계열사 사업, 회계, 의사결정에 포괄적으로 개입했다면 이사회 권한 침해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그룹 관계사 이해관계 조율을 위해 관계사와 업무 협의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일부 드러난 문구만 보고 경영 개입이라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여러 논란과 별개로 사업지원실 역할 재정립도 과제다. 기능과 역할이 중복되는 유관 조직과 관계 설정·위상 정립은 간단치 않은 과제로 지목된다. 삼성전자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은 이미 이사회 산하 조직으로 사내이사로 구성된 경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경영위원회는 ▲연간 또는 중장기 경영 방침 및 전략 ▲사업 계획·사업 구조조정 추진 ▲해외 업체와 전략적 제휴 등 협력 추진 ▲최근 사업연도 생산액의 5% 이상 생산 중단 ▲자기자본 0.1% 이상 2.5% 미만 상당 타법인 출자 등 주요 안건을 심의·의결한다. 경영위원회 기능은 사업지원실은 물론 품질혁신위, 미래사업기획단과도 포괄적으로 겹친다.

관전 포인트 2. 주요 부문장 거취

전영현·노태문 등 유임 전망

삼성전자 주요 사장단 승진 및 교체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이목을 끄는 대목은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DS부문장)과 노태문 사장(DX부문장 직무대행) 거취다.

현재로서는 전 부회장의 경우 유임을 점치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 부회장은 강력한 규칙과 규범으로 조직을 장악하고 밀어붙이는 ‘하드파워’ 리더십 인물로 분류된다. 삼성을 괴롭히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 수율 난제를 어느 정도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65세 룰’이 예외 없이 적용된다면 전 부회장 역시 물러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전 부회장은 1960년 12월생으로, 올해 65세다. 다만, 반도체사업부가 위기에 빠졌을 때 구원투수로 낙점돼 실적 반등을 일군 공이 큰 만큼 유임을 예상하는 시선이 많다. 그가 유임에 성공한다면 삼성 부회장단 가운데 ‘65세 룰’이 적용되지 않은 드문 사례가 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전 부회장이 자리를 지키는 한편, 그가 겸하는 메모리사업부장에 새 인물을 낙점하고 부문장 후계군을 육성한 뒤 용퇴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메모리사업부장 차기 후보로는 1967년생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와 1972년생 황상준 D램개발실장(부사장)이 손에 꼽힌다. 둘 중 송 사장이 상대적으로 유력하게 평가된다.

노태문 사장은 8개월 만에 대행을 떼고 DX부문장 공식 선임이 유력하다. 다만, 부회장 승진 여부에 대해서는 시각이 갈린다. 역대 삼성전자 부회장은 대부분 만 59세를 전후로 승진했다. 故 한종희 부회장은 1962년생으로 만 59세이던 2021년 승진했다. 권오현(1952년생·2011년 부회장 승진), 최지성(1951년생·2010년 부회장 승진) 부회장 등도 만 59세 때 부회장으로 낙점됐다. 김기남, 이윤우 부회장 등은 각각 만 60세, 62세 때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현직 MX사업부장이 부회장으로 직행한 사례도 없다. 그동안 DX부문장도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나 생활가전(DA)사업부에서 주로 배출됐던 대목도 관전 포인트다.

노 사장은 1968년생으로 올해 만 57세다. 이 때문에 부회장 승진보단 노 사장이 겸임 중인 여러 역할을 미세 조정하고 주요 사업부장에 새 인물을 임명할 것이란 시각이 있다. 현재 노 사장은 DX부문장 직무대행을 포함 MX사업부장, 품질혁신위원장까지 1인 3역을 맡고 있다. 노 사장이 겸임 중인 MX사업부장 후임으로는 지난해 원포인트 인사로 승진한 최원준 MX사업부 개발실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관전 포인트 3. JY 이사회 복귀

이사회 진용 변화 가능성도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내년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사내·등기이사로 복귀 가능성을 점친다.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이사회 미등기이사 신분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이 회장은 2019년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판결에서 2심 파기환송 판단으로 유무죄 논란이 일자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2022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고 같은 해 10월 회장에 올랐지만 등기이사로 복귀하지 않았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 경우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되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에 맡겨 이사회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미 삼성전자는 2018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데 이어 2020년부터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해왔다. 이사회 정관에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반드시 맡도록 돼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회장 복귀 이후에도 당분간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체제를 고수할 것으로 본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 이사회 복귀 시점과 맞물려 조직 분위기 쇄신을 위한 지배구조 정비가 이뤄질 가능성을 점친다. 특히, 기업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이지만, 삼성의 경우 사업지원실 등 역할과 기능이 중복되는 여러 조직이 존재해 의사결정 리더십 주체가 불분명하단 지적이 많았다. 리더십 공백 징후는 곳곳에서 목격된다. 가령, 삼성전자의 대규모 인수·합병(M&A)은 2017년 하만을 끝으로 사실상 멈췄다.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그룹 인수는 삼성 현금 규모나 사업 단위에 비춰 빅딜보단 ‘미들딜’에 가깝단 평가다.

이재용 회장 이사회 복귀와 맞물려 삼성이 M&A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삼성은 사업지원실을 신설하며 M&A팀을 뒀다. 지휘봉은 안중현 사장이 잡았다. 1986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2015년부터 미래전략실, 사업지원TF에서 근무하며 하만 인수 등 대형 M&A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임병일 부사장, 최권영 부사장, 구자천 상무 등도 M&A팀에 합류했다.

명망가 중심으로 배치된 이사회 진용도 입길에 오른다. 삼성 이사회 의장은 관료 출신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맡고 있다. 지배구조 이슈로 홍역을 치른 삼성전자는 관료·금융인·교수 등 기술과 연관성이 높지 않은 사외이사로 이사회를 채운단 평가가 많다. 대만 TSMC가 글로벌 반도체 전문가·석학들로 사외이사 진용을 꾸린 것과 대비를 이룬다. 이런 이유로, 이 회장 이사회 복귀와 맞물려 지배구조 미세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5호 (2025.11.19~11.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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