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영학 진술 번복 뒤 검사 문자 "제가 특수에서 쫓겨났다고 잊었나요?"
[김종훈 기자]
|
|
| ▲ 정영학 회계사 측에 따르면 정 회계사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후 담당 수사 검사는 수차례 연락을 더 해왔다고 한다. 연락이 닿지 않자 2024년 12월 26일과 2025년 1월 1일에는 안부 형태로 문자 메시지까지 보내왔다. |
| ⓒ 김종훈 |
<오마이뉴스>가 단독 입수한 정영학 측 '변호인 의견서(3)'에 따르면, 정 회계사는 2024년 12월 법정에서 "'(택지 예상 분양가를 평당) 1400만 원으로 해놓고 1500만 원으로 작성했다'고 한 부분은 (관련 자료를) 1500만 원으로 만든 기억이 없는데, (검찰이) 1500만 원으로 만든 자료를 제시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뤄진 진술"이라고 증언했다.
이는 대장동 개발업자들의 배임 혐의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택지 예상 분양가'에 대한 과거 자신의 진술을 법정에서 번복한 것이다.
정 회계사 측은 진술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 "검찰에 제출한 USB의 엑셀 파일에 검찰이 임의로 숫자를 입력하여 출력해 제시했기 때문"이라며 "유발된 착오에 기한 진술"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 회계사 측은 이후 대장동 사건 초기부터 정 회계사 수사를 맡은 남아무개 검사로부터 수차례 연락을 받는다. 해당 검사는 2021년 정 회계사 조사 과정에서 임의로 숫자를 입력해 엑셀파일을 제시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정 회계사 측은 '증언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해당 검사는 수차례 연락을 더 해왔고, 2024년 12월 26일과 2025년 1월 1일에는 안부 형태로 문자 메시지까지 보내왔다.
- 2024년 12월 26일 목요일 문자
박 변호사님. 사무실로 연락을 드렸는데 전달이 안 된 것 같고 바쁘신듯해서 문자드려요. 정 회계사님은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네요. 스웨덴 유학 다녀온 후 공판, 형사부 업무일만 하다가 세상이 갑자기 너무 어수선한데 이제 중앙 생활 마치고 내년 1월말에 지방 내려갈 거 같습니다. 전화가능하실 때 연락 좀 부탁드려요. 독감 등이 유행하니 건강 유의하십시오. 늘 평안을 기원드립니다.
- 2025년 1월 1일 수요일 문자
(박 변호사님 번호가 아니라면 죄송합니다) 변호사님 혹시 특수에서 쫓겨나 일반 형사 공판으로 떠돈다고 저를 잊으신건가요^^ 2025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이에 대해 변호인은 의견서에 "사실관계가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본 변호인은 연락을 하지 않았다"며 "일체의 연락을 피했다. 시점과 맥락을 고려할 때 이를 단순한 안부인사로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일정한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라고 적었다.
해당 검사는 2021년 대장동 사건 1기 수사팀에 이어 2기 수사팀에서도 계속 사건을 담당했다. 스웨덴 유학 후 복귀해 대전지검에 근무하다가 2025년 5월 사직했고,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정영학 측 "검찰이 시뮬레이션 숫자 바꿨다"
정 회계사는 대장동 사건 초반인 2021년 10월 검찰 조사에서 "대장동 택지 예상 분양가를 평당 1500만 원으로 계산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배임 혐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공소사실의 기초가 됐다. 당시 정 회계사는 "대장동 택지 예상 분양가격을 평당 1500만 원 정도로 예상했으나, 공공의 이익이 많은 것처럼 모양새를 꾸미기 위해 평당 1400만 원으로 사업제안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정 회계사 측은 해당 진술이 검찰이 손을 댄 증거에 의해 만들어진 진술이라고 했다.
정 회계사 측이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피고인(정영학)은 사업계획서 작성 과정에서 대장동 택지 예상 분양가격을 평당 1500만 원 내지 그 이상으로 예상하거나, 임대주택 부지(2차 이익)의 가액이 전체 개발이익의 50%를 상회하는 것처럼 외관을 갖추기 위하여 택지 예상 분양가격을 자의적으로 평당 1400만 원으로 축소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검찰에서 한 진술을 뒤집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제출한 USB에는 1400만 원 기준 자료만 있었으나 검찰이 임의로 1500만 원 시뮬레이션을 추가해 출력물로 만들고 이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USB에 포함된 엑셀 파일에는 평당 1400만 원으로 시뮬레이션 한 내용밖에 없었는데, 검찰이 그 파일에 임의로 평당 1500만 원 시뮬레이션을 추가하여 문서로 출력, 자신에게 제시하며 물어봤다는 것이다.
정 회계사 측은 의견서에 "정 회계사가 초기 검찰 조사 과정에서 거의 진술을 하지 않자 남 검사는 '검찰에 협조하러 온 사람이 진술을 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압박했다"며 "변호인 입회 없이 정 회계사 혼자 조사를 받을 때 정 회계사가 민간은 계속 '비율제로 사업을 준비하였다'는 설명을 하자 남 검사는 '그럴 거면 나가라'고까지 말했다"고 밝혔다.
|
|
| ▲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핵심 인물인 민간업자 5인. 왼쪽부터 김만배, 정영학, 남욱, 정민용, 유동규. |
| ⓒ 권우성 이희훈 이정민 사진공동취재 |
재판부는 "민간 업자 측이 도개공 공모 지침서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한 7가지를 정 회계사가 먼저 얘기하는 등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구체적 사실까지도 자발적으로 진술했다"고 지적하며 "검사가 답변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조서가 작성됐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정 회계사의 기존 증언이 한국부동산원 통계 등 다른 자료나 공범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증언과도 더 맞아떨어진다고 봤다.
그러나 또다른 개발업자 남욱 변호사는 지난 7일 1심 선고 후 진행된 정진상 전 실장의 대장동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로부터 '배를 가른다'는 협박을 받았다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초기 수사에서 정영학이 회유됐고, 자료도 허위로 만들어졌다. 허위 진술을 강요받았다고 들었다. 이런 내용은 형사소송법 규정 등을 이유로 증거에서 제외됐다."
한편 남 전 검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피고인들이나 피고인 측이 주장을 하는 거는 어떤 방식이든 할 수 있는 거지 않냐"며 "거기에 대해서 제가 의견 드릴 건 없다"라고 밝혔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대통령 "조인트 팩트시트 작성 마무리...한미협상 최종 타결"
- 쿠팡 제국은 이렇게 돌아간다...아주 특이한 성공비결
- [이충재 칼럼] 국힘·검찰, '이재명 흔들기' 의기투합
- 낙엽 떨어지는데 여긴 봄이네? 공기부터 다른 창경궁 건물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항포티
- [단독] 조작 정황 정영학 녹취록, 법정 제출 검사는 '쿠팡 불기소' 엄희준
- [단독] 수사외압 폭로 사흘 뒤 "박정훈 거짓 유포" 체포영장... 특검 '입막음' 의심
- 한·미 "연200억 달러 한도, 외환불안정시 조정 가능"
- 이 대통령 국정지지율 59%... '대장동 항소포기' 부정평가 이유 등장
- 자리에서 물러난 노만석 "검사 징계 논의 멈춰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