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통이 있어도 쉴 수 없습니다
[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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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산 라인 바로 위층에서 일하지만, 공장의 리듬은 나를 포함한 누구에게도 자유를 주지 않는다. |
| ⓒ aronyigin on Unsplash |
나는 본동 2층 사무실로 올라간다. 생산관리팀 소속으로, 공장의 수치와 기록을 다루며 구매 업무를 겸하고 있다. 공장 전체의 흐름을 수치상으로 볼 수 있는 자리지만, 수습 계약직인 나는 '관리자'라기보다는 그저 현장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생산 라인 바로 위층에서 일하지만, 공장의 리듬은 나를 포함한 누구에게도 자유를 주지 않는다.
이곳의 하루는 정해진 시간표로 움직인다. 출근, 점심, 퇴근 — 모든 흐름이 일정하다.
그러나 '몸의 시간표'는 그렇지 않다.
여성에게 매달 찾아오는 생리기간은 일정하지 않고, 통증의 정도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여성 노동자들은 아파도 출근한다. 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입사 두 달째 되던 어느 날, 생리통이 심했다. 잠깐이라도 쉴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누구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조차 막막했다.
회사에 생리휴가가 있는지도 몰랐다. 근로기준법에는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사람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그 제도가 서류상으로만 남아 있는 건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아픈 몸을 안고 출근했다. 공장은 늘 그렇듯 일정하게 돌아갔다. 기계의 소음, 포장 라인의 속도, 관리자들의 점검, 반복되는 보고. 그 속에서 누가 아픈지, 왜 피곤한지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누군가의 결근은 그날의 결손으로만 기록된다.
'쉬어도 되는 분위기'가 없다
생리통으로 출근이 힘든 날에도 '하루만 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쉽게 꺼낼 수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곳에는 '쉬어도 되는 분위기'가 없기 때문이다. 누가 결근하더라도 이유를 묻거나 문제 삼는 일은 없지만, 그만큼 '쉬는 일' 자체가 개인의 결단에 맡겨져 있다. 제도적 안내도, 동료 간 정보 공유도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나온다. 아프더라도, 어지럽더라도, 일단 출근한다.
근로기준법 제73조는 이렇게 규정한다.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월 1일의 생리휴가를 주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실제 생리휴가를 사용하기 힘들다. '휴가가 있음'을 아는 여성보다 '써본 적 없다'는 여성이 훨씬 많다. 특히 제조업 현장에서는 "신청 절차를 모른다", "대체 인력이 없다", "눈치가 보인다"는 이유로 제도가 사실상 사라져버린 경우가 많다.
공장의 근태 관리는 철저하다. 지각, 조퇴, 결근은 모두 수치로 남지만, 그 이유는 기록되지 않는다. 시스템엔 그저 '결근'이라는 한 줄이 남을 뿐이다.
근태 업무를 인수인계받으며 나는 수많은 이름과 '개인사정'을 봤다. 한 사람의 부재가 곧바로 생산 흐름에 영향을 준다는 걸 알기에, 사람들은 가능한 한 빠지지 않으려 한다. 통증을 참는 게 일상이고, '참는 게 성실함'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그 문화가 너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누가 결근했대?" 같은 말이 오가진 않지만, 그건 무관심이 아니라, '누구나 그렇게 일해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이미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아파도 일하는 게 당연한 곳.
그래서 아파서 쉰다는 건, 이곳의 언어가 아니다.
서류상으론 가능한 제도들이, 실제로는 "말하기 어려운 일"로 남는다. 그 결과 제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다. 여성이 많은 생산직 현장일수록 "아파도 견디는 노동"이 하나의 규율처럼 작동한다.
몸의 주기가 일의 속도에 맞춰질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장은 여전히 기계의 리듬에 맞춰 돌아간다.
쉬고 싶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용기와 설명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단 하루의 결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말할 수 있는 권리'가 걸린 문제다.
공장은 오늘도 같은 속도로 돌아간다. 누가 아픈지, 누가 피곤한지, 그 사실은 기록되지 않는다. 기록되지 않으니, 문제로도 남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기록해두기로 했다. 생리통이 있어도, 쉴 수 없는 현실이 있다고. 쉬고 싶다는 말 한마디조차 쉽지 않은 노동현장이 있다고.
그 사실을, 누군가는 써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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