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작 정황 정영학 녹취록, 법정 제출 검사는 '쿠팡 불기소' 엄희준

김종훈 2025. 11.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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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대장동 수사팀, 별도 녹취록 만들어 핵심증거로 사용…"재창이형"→"(정진상)실장님" 변경

[김종훈 기자]

 정부조직법 통과로 인해 검찰청이 폐지되며 내년 9월부터는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를 전담하게 된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 연합뉴스
[기사 보강 : 14일 오후 6시 50분]

대장동 사건의 핵심인 정영학 녹취록에 대해 2022년 윤석열 정부 들어 구성된 수사팀이 기존의 녹음파일과 녹취록 이외에 별도의 새로운 녹취록을 작성해 증거로 사용하면서 조작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이 녹취록의 증거 제출 검사가 당시 서울중앙지검 엄희준 반부패수사1부장검사로 확인됐다. 엄 검사는 최근 논란이 된 '쿠팡 무혐의 지시' 당사자다. (관련기사 : [단독] 이재명 엮으러 바꿨나... '정영학 녹취' 검찰의 조작 정황 나왔다
https://omn.kr/2g12p)

논란의 발단은 2013년 4월 16일, 남욱 변호사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9000만 원을 전달한 뒤 정영학 회계사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전화통화에서 시작됐다. 해당 발언은 이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로 활용됐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 들어 구성된 서울중앙지검 2기 수사팀이 정영학 녹취록을 별도로 작성해, 원래 "재창이형"이라고 되어 있던 발언을 "실장님"으로 기록했다는 점이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녹음파일을 직접 들어본 결과, 이 대목은 또렷하게 "재창이형"으로 들린다. 최초 정영학 녹취록 및 1기 수사팀 버전 녹취록에서도 일관되게 "재창이형"으로 표기됐다.

- 정영학 녹취록 원본
"이제 재창이형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 1기 수사팀 녹취록
"이제 재창이 형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 2기 수사팀 녹취록 (윤석열 정부 이후)
"이제 실장님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대장동 2기 수사팀 녹취록, "재창이 형" "실장님"으로 변경
법정에서 검찰 주장 반박한 정영학·남욱 "재창이형으로 들린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핵심 인물인 민간업자 5인에 대한 1심 선고가 10월 31일 오후 2시에 내려진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만배, 정영학, 남욱, 정민용, 유동규.
ⓒ 권우성 이희훈 이정민 사진공동취재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든다. 2기 수사팀은 왜 '재창이형' 대신 '실장님'을 넣어가면서까지 새로운 녹취를 만들었을까?

해당 녹음파일은 지난 5월 19일 대장동 재판에서 재생됐다. 검찰은 2기 수사팀이 만든 녹취록을 띄운 채 정 회계사에게 "실장님은 정진상을 뜻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정 회계사는 "재창이형"이라고 답했다. 검찰이 같은 부분을 두 차례 반복 재생하며 다시 질문했지만, 정 회계사는 "계속 재창이형으로 들린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검찰은 이어 남욱 변호사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하지만 남 변호사는 "그날 유동규가 9000만 원을 들고 다른 방에 갔다 온 뒤, 재창이형 얘기를 했다"며 검찰 측 주장을 반박했다.

당초 남 변호사는 2022년 11월 법정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현금 9000만 원을 전달했고, 그 돈이 이 대통령 측 최측근들에게 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유 전 본부장이) 9000만 원을 받자마자 다른 방으로 가서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몰랐는데 '형들'인 것으로 생각했다", "유동규가 나중에 '높은 분들'에게 드려야 할 돈이라고 언급했다"라고도 했다. '형들'이 누구냐는 검찰 질문에 "정진상 민주당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남 변호사는 지난 8월 12일 정 전 실장 공판에서 "형들이라는 말은 당시 쓰지 않았다"고 증언을 번복했다. "형들이란 표현은 돈 전달 당시가 아니라 이후 검찰 조사 중 처음 들었다. 2022년 이후 (2기 수사팀) 조사 과정에서 처음 들었다"고 했다.

이러한 정황들을 종합하면, 해당 녹취 변경은 단순 오기 수준을 넘어 정진상 전 실장과 이재명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려는 윤석열 정부 수사팀의 의도적 접근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편, 해당 녹취록을 증거기록으로 법정에 제출한 검사는 당시 서울중앙지검의 엄희준 검사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증거기록 2 –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범행 별첨1 4-4'에는 '검찰 검사 엄희준', '피고인 1. 이재명 2. 정진상'으로 명기됐다.

엄 검사는 최근 <오마이뉴스> 단독보도를 통해 알려진 '쿠팡 무혐의 지시'의 당사자다. 2022년 윤석열 당선 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1부장검사를 맡아 이재명 대통령 대장동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으로 근무했으며, 지난 8월 인사에서 일선 수사업무를 하지 않는 광주고등검찰청 검사로 발령받았다.

엄희준 "검사가 해당 속기록 고의로 조작한 사실 절대 없다"

취재 과정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의 연락을 받지 않았던 엄희준 검사는 기사 발행 후인 14일 오후 <오마이뉴스>에 "검사가 해당 속기록을 고의로 조작한 사실은 절대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왔다. "검찰은 당시 여러명의 속기사들에게 녹취를 의뢰하였고, 속기사들은 '각자' 들리는 대로 이를 활자화 하였으며, 재판과정에서 위 각 속기록의 정확성이 검증될 수 있도록 녹취록 뿐만 아니라 녹음파일까지 모두 법정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어 "제출자가 '엄희준 검사'라고 했으나, 이는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반부패1부장 명의로 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검찰 쿠팡 봐주기 의혹 연속 보도(https://omn.kr/2foip)
 지난 10월 23일,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수사 과정에 지휘부의 '부당한 불기소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한 문지석 전 인천지검 부천지청 부장검사(현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왼쪽)가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대로 향하는 가운데 상급자인 엄희준 당시 부천지청장(현 광주고검 검사)이 자리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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