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홍장원 메모는 지렁이 글씨", 지귀연 "왜 이렇게 흥분하나"
[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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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4년 12월 6일 오후 국회 정보위원장실 앞에서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이 제시한 통화기록 사진을 취재진에 내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후인 지난 3~4일, 홍 차장과 윤 대통령 사이의 수발신 기록이 4건 남아 있다. |
| ⓒ 조혜지 |
윤석열씨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이후 9개월 만에 형사법정에서 재회했다. 윤씨는 눈조차도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 최대한 시선을 돌렸고, 변호인단은 12.3 비상계엄 당시 체포 대상자 명단인 '홍장원 메모'의 증거 채택부터 저지하는 등 초반부터 공세적인 태도를 취했다. 반대신문을 하기 전부터 피고인 본인과 변호인단 모두 저돌적으로 나오는 모습에 재판장마저 "왜 이렇게 흥분하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였다.
홍 전 차장은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내란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출석해서 계엄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받았고, 곧바로 방첩사령관과 통화하며 체포 대상자 명단을 전달받았다는 기존 증언을 그대로 진술했다. 문제의 메모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도 차근차근, 다시 설명했다. 헌재 탄핵심판 증언과 한결 같은 내용이었다.
그에 따르면 '홍장원 메모'는 ① 12월 3일 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통화하며 처음 작성한 것 ② 같은 날 간부회의 직전에 보좌관이 옮겨 적은 것 ③ 12월 4일 오후 4시경 보좌관이 파란색 필기구로 작성한 것으로 나뉜다. 홍 전 차장은 ③번 메모에 검은색 필기구로 이름을 고치거나 추가했고, 12월 11일 검찰 조사를 받으며 '14명'에 동그라미 친 다음 기존에 써둔 '16명'은 삭제했고, 조사 후 기억이 떠오른 양정철과 조해주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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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1월 22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
| ⓒ 남소연 |
윤석열씨는 또 직접 나섰다.
"제가 말씀드리겠다. 헌재 재판도 다 했기 때문에. 똑같은 얘기인데, 초고라는 게 보면 지렁이 글씨다. 대학생들이 그걸 티로 만들어서 입고 그럴 정도였는데 그걸 갖고 보좌관 시켜서 이런 걸 만들었다고 하니, 그 초고라는 거 자체가 이거하고 비슷하지 않다. 그러니까 그때도 그 보좌관을 법정에 와서, 제대로 (홍 전 차장이) 불러주는 대로 (작성)했는지, 자기가 그걸 냈거든. 지렁이 글씨 같은 걸. 그렇기 때문에 변호인들이 그런 얘기를 하는 거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제가 보기엔 증거능력 자체와는 상관 없는 얘기 같다"며 "부하를 통해서 작성했다는 것이지 않나. 그 부하를 따로 불러서 물어보는 건 상관없는데, (홍장원) 본인이 '내가 불러줘서 작성했다'고 하는 건, 진정성립 자체는 인정됐다고 봐야하는 것 아닌가"라며 의아해했다. 다만 지 부장판사는 "이 메모는 (윤씨 쪽) 반대신문을 들어보고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 그 부분을 보고, 증인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면 될 것 같다"며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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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형사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이 공개된 것은 지난 4월 내란 사건 재판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
| ⓒ 사진공동취재단 |
서성광 검사는 "이 건 관련해서 보좌관을 조사한 적이 없는 것 같고, 별건으로 조사가 진행됐을 수 있는데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며 "만약 보좌관을 조사했으면 당연히 증거로 신청하고 입증계획을 밝힐 텐데, 저희도 조사가 안 됐고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윤석열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 윤석열씨 "아니 헌재 탄핵심판정에서도 홍장원씨 이게(메모를) 재판관들이 이것저것 많이 여쭤봐서 두 번을 (신문)했다. 그러다보니까 한 3시간 20분 정도 신문을 했는데, 본인이 저 '지렁이 글씨'를, 우리가 입수할 수 없는 거고, 본인이 냈다. 그 '지렁이 글씨'라는 게 도대체 그걸 갖고 어떻게 저런 문서가 나올 수 있는지 해서, 그 사람(보좌관) 신분 이런 게 공개가 안 되게 비공개 신문이라도 해달라고 했는데 (헌재에서) 안 받아들여졌다. (중략) 자기가 초안이라고 낸 게 그냥 지렁이다. 본인도 알아보기 어렵게 자기가 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된 거다."
- 지귀연 부장판사 "피고인께선 많이 경험해보셔서 다 알고 말씀하는데, 재판부는 무슨 말씀인지 몰라서. 일단 검찰 말로는 (보좌관을) 직접 조사하거나 한 게 없다."
위현석 변호사까지 나서서 "홍장원 관련해서는 1차 메모, 2차 메모를 어떤 식으로 작성했는지 그 보좌관의 진술이 가장 중요하다"며 "보좌관을 조사 안 했다는 것은 진실을 덮겠다는 거다.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아니 그러니까 필요하면 나중에 보자는 거다. 왜 이렇게 흥분하는지 모르겠는데"라며 다시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이날 재판은 시간관계로 20일에 윤씨 쪽 반대신문을 진행하기로 한 만큼, 다음 기일까지 상황을 살펴보고 결정하자는 취지였다.
윤씨는 또 가만히 있지 못했다.
"흥분하는 게 아니고, 기사가 많이 나서. '홍장원 지렁이' 이렇게 치면 증인이 낸 게 다 뜬다."
지 부장판사는 "저희는 다 증거에 의해서 하는 것"이라며 "해당 문제는 적어도 특검 측에서 아는 한도는, 본인들이 확인하거나 조사한 바 없다는 거고 나중에 반대신문 해보고 필요하다면 (보좌관을) 증인으로 신청하면 될 것 같다"고 재차 말했다. 윤갑근 변호사도 "조서가 있으면 증인신문도 효율적으로 될 것이고, 굳이 증인으로 부를지 안 부를지 판단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라며 "(특검을) 못 믿어서가 아니고, 혹시 (수사기록이) 있는지 확인해달라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1월 12일까지 진행하고 종결"… 내란특검, 추가 구속 나설까
13일 재판부는 향후 진행 계획도 밝혔다. 지 부장판사는 우선 11월 20일 홍 전 차장 증인신문을 마무리한 다음, 11월 24일경에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부르겠다고 했다. 또 12월 24일과 29일을 추가 기일로 지정하고, 내년 1월 7일과 9일, 12일 재판을 열어 심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지 부장판사는 "예비기일로 14일, 15일도 생각하는데 그때까지 가면 안 되겠죠"라며 "7일, 9일, 12일까지 진행하고 재판을 종결해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연말쯤 윤석열씨 재판과 김용현 전 장관 재판, 조지호 경찰청장 재판 등 세 갈래로 나눈 사건들을 하나로 병합해 최종 선고는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윤석열씨의 추가 구속 기한은 2026년 1월 18일, 김용현 전 장관은 2025년 12월 24일까지다. 이들의 1심 선고가 구속 기한 만료 전에 나오기는 쉽지 않다. 내란특검 박지영 특검보는 10일 '외환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들을 새로 기소한 일반이적죄 등으로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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