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명 엮으러 바꿨나... '정영학 녹취' 검찰의 조작 정황 나왔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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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 사건 첫 공판이 열린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정영학 회계사가 재판장을 떠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2-01-10 |
| ⓒ 이희훈 |
검찰이 자신의 녹취서를 조작했다는 정영학 회계사의 주장이 나왔다.
<오마이뉴스>가 단독 입수한 정영학 측 의견서에 따르면, 검찰이 정영학 녹취파일을 임의로 해석해 별도의 '검찰 버전 녹취록'을 만들면서 일부 표현을 이재명 대통령 측근인 정진상 전 실장과 김용 전 부원장을 겨냥한 내용으로 추가·삭제한 정황이 확인됐다.
해당 녹취록은 대장동 개발업자인 정영학 회계사가 2012년 8월부터 2021년 4월까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기자,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 파일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다.
정 회계사는 이 녹음파일을 민간 속기사 사무실에 의뢰해 문서로 만든 뒤, 2021년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변호인을 통해 검찰에 제출했다. 이후 해당 문서는 '정영학 녹취록'으로 불리며 대장동 사건의 핵심 증거로 활용됐다.
그러나 검찰은 원본 파일을 독자적으로 해석해 별도의 '검찰 버전 정영학 녹취록'을 작성했으며, 이 과정에서 '용이하고', '실장님', '윗 어르신들' 등의 표현을 원문에 없던 방식으로 추가하거나 대체했다. 이 표현들은 이재명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특정 범죄와 연결하는 수사 및 기소의 주요 근거로 사용됐다.
정영학 회계사는 지난달 31일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항소를 제기한 정 회계사 측은 검찰이 자신의 녹취서를 조작했다는 내용의 의견서와 항소이유서 등을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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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마이뉴스>가 단독 입수한 ‘대장동 사건에서의 검찰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정영학 측 의견서에는 검찰이 자체적으로 만든 '정영학 녹취록'이 존재한다. 해당 녹취록에는 ‘용이하고’, ‘실장님’, ‘윗 어르신들’ 등의 표현이 원문에 없던 방식으로 추가되거나 대체됐다. |
| ⓒ 오마이뉴스 |
- 검찰 버전 '정영학 녹취록'
남자1(김만배) : 한구 형이 고생을 했지, 최윤길 의장하고.
정영학 : 네, 네, 네. 그,
남자1(김만배) : 이상훈 선배하고 용이하고. 근데,
정영학 : 강한구 위원장님이 이렇게까지, 저희는 못 했었거든요. 할적에. 솔직히.
- 정영학 버전 '정영학 녹취록'
김만배 : 한구형이 고생을 했지. 최윤길 의장하고. 이삼우 선배하고. 그런데,
정영학 : 네, 네. 강 위원장님 이렇게까지 저희는 못했었거든요. 설득을.
'용이하고'라는 표현은 검찰 버전에서 새로 등장한 것인데, 2013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김용 전 부원장이 민간업자들과 유착해 역할을 한 것처럼 해석되는 대목이다.
김 전 부원장은 2013년 2월~2014년 4월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원 시절 대장동 사업 편의 제공 대가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1억 9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과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김 전 부원장은 지난 8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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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마이뉴스>가 단독 입수한 ‘대장동 사건에서의 검찰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정영학 측 의견서에는 검찰이 자체적으로 만든 '정영학 녹취록'이 존재한다. 해당 녹취록에는 ‘용이하고’, ‘실장님’, ‘윗 어르신들’ 등의 표현이 원문에 없던 방식으로 추가되거나 대체됐다. |
| ⓒ 오마이뉴스 |
- 검찰 버전 '정영학 녹취록'
남욱 : 그러더니 인상을 퍽, 얼굴이 뻘개갖고 들어와요.
정영학 : 예
남욱 : 그래갖고 한 잠깐 얘기하고 있다가 그냥 좀 뭐 없는, 없, 없, 없, 그냥 없었던 일처럼 하더니,
정영학 : 예.
남욱 : 이제 실장님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정영학 : 예, 예. 거기가 방이 여러 개 있나 봐요.
남욱 : 방이 많더라고요, 그 안에.
정영학 : 그 일, 일식집?
남욱 : 일식집이 아니라 술집이더라고, 5층이.
하지만 원본 녹취에서는 "실장님"이 아닌 "재창이형"으로 기록됐다.
- 정영학 버전 '정영학 녹취록'
남욱 : 그러더니 인상을 빡, 얼굴이 빨개갖고 들어와요. 그래갖고 한 잠깐 얘기하고 있다가 그냥 좀 없었던 일처럼 하더니, 이제 재창이형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해당 내용은 지난 5월 19일 대장동 사건 공판에서 재생됐다. 검찰은 '실장님은 정진상 실장을 의미하냐'라고 증인 정 회계사에게 물었다. 정 회계사는 망설임 없이 '재창이형'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정 회계사 답변에도 해당 부분을 2번이나 재생하여 다시 들어봤다. 하지만 정 회계사는 계속 "재창이형으로 들린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남욱 변호사에게도 확인했지만, 남 변호사 역시 "재창이형을 얘기한 게 맞다"며 "그날 (유동규가) 9000만 원을 들고 다른 방에 갔다 와서 빈손으로 온 뒤 재창이형을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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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고공판 출석하는 남욱 변호사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욱 변호사가 10월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하지만 남 변호사는 지난 8월 12일 정 전 실장 공판에서 '형들'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유동규가) 형들한테라고는 안 했다. 약속한 게 있는데 안 주면 곤란하다는 게 워딩이었다"라고 했다. "형들이라는 발언이 처음 나온 것은 돈 지급할 때 나온 게 아니라, 그 이후에 언급한 것"이라면서 "2022년 이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처음 들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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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마이뉴스>가 단독 입수한 ‘대장동 사건에서의 검찰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정영학 측 의견서에는 검찰이 자체적으로 만든 '정영학 녹취록'이 존재한다. 해당 녹취록에는 ‘용이하고’, ‘실장님’, ‘윗 어르신들’ 등의 표현이 원문에 없던 방식으로 추가되거나 대체됐다. |
| ⓒ 오마이뉴스 |
- 검찰 버전 '정영학 녹취록'
남자1(남욱) : 문제, 예. '문제만 없으면 상관없다.'
정영학 : 음...
남자1 : '내부적으로 니가 알아서 할 문제, 할 문제고 윗 어르신들이 너 결정한 대로 다 해줄 테니까.'
정영학 : 예, 음
남자1 : '그렇게 직원들한테도 너 준 일정대로 그렇게 진행하게끔 그런 구조로 진행할 거라고.'
하지만 정영학 녹취록 원본에서는 청취 불능으로 표기됐다. 다만, 문맥상으로 '위례신도시'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부분 역시 지난해 5월 7일 대장동 재판에서 재생됐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이 대통령과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을 지칭하는 "윗 어르신들"이라는 단어를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위 '성남시 수뇌부'가 민간업자들과 유착해 위례신도시 사업자 내정을 승인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남 변호사는 "윗 어르신이 아니라 위례신도시를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해당 부분은) '위례신도시 너 결정한 대로 다 해줄 테니까'이다"라며 "이 전체가 위례신도시라는 말이다"라고 증언했다.
검찰이 수사 방향에 맞춰 녹취 일부를 조작하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했을 가능성을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영학 측은 의견서에 "검찰은 정진상과 김용을 구속하기 위하여 녹취서를 조작했다"라고 강조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팀장 엄희준 "속기록을 고의로 조작한 사실 절대 없다"
해당 보도 이후 엄희준 광주고등검찰청 검사는 14일 오후 <오마이뉴스>에 "속기록을 고의로 조작한 사실은 절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엄 검사는 2022~2023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1부장 검사로서 대장동 사건 수사팀장을 맡았다.
엄 검사는 "정영학이 자체적으로 작성하여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은 전체 녹음파일 중 일부만 발췌된 것으로 다른 피의자들이 그 신빙성을 다투었다"면서 "이에 검찰은 정영학을 상대로 전체 녹음파일 제출을 요청하였고, 정영학으로부터 녹음파일을 확보할 때마다 전문 속기사들에게 의뢰하여 녹취록을 작성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은 당시 여러명의 속기사들에게 녹취를 의뢰하였고, 속기사들은 '각자' 들리는 대로 이를 활자화 하였으며, 재판과정에서 위 각 속기록의 정확성이 검증될 수 있도록 녹취록 뿐만 아니라 녹음파일까지 모두 법정에 제출하였는바, 검사가 해당 속기록을 고의로 조작한 사실은 절대 없다"라고 강조했다.
엄 검사는 16일 오후 <오마이뉴스>에 추가 반론 보도를 요청해왔다.
엄 검사는 "정영학 녹취록 중 '용이하고' 및 '윗어르신들' 문구는 1기 수사팀으로부터 인계받은 녹취록에 이미 포함되어 있었던 문구"라면서 "'실장님' 문구는, 반부패3부에서 정영학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속기사에게 녹취의뢰하여 회신받은 표현 그대로 법정에 제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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