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이전 형제복지원 수용도 국가 배상"…첫 대법 판결

김준영 2025. 11. 1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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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관련 훈령이 정식 발령된 1975년 이전 강제수용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은 여러 차례 나왔는데, 책임 범위를 훈령 발령 전까지로 넓힌 첫 판단이다.

1987년 부산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된 어린이들의 모습. 중앙포토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3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원고들이 1975년 이전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된 것에 관하여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앞서 2심은 지난 1월 피해자 26명이 낸 국가배상 청구 소송에서 “약 137억원을 지급하라”며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책임 범위는 1975년 박정희 정부가 부랑인 단속을 위해 제정한 내무부 훈령 410조 발효 이후로 봤다. “1975년 이전에 강제수용이 될 당시에도 국가가 일련의 국가작용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면서다.

대법원은 그러나 “국가가 훈령 발령 전 있었던 피해자들에 대한 단속 및 강제수용에 관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볼 수 있다”며 “국가는 195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부랑인 단속·수용 조치를 해왔고, 훈령을 제정해 관행적으로 실시해 오던 단속을 확대했다”고 했다. 국가 차원의 가해 행위는 이전부터 있었고 훈령은 공식 확대조치일 뿐이란 것이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국가가 1970년 한 해 동안 단속한 부랑인은 5200명에 달하는데, 그중 귀가조치된 2956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보호시설에 수용됐다”며 “부산시는 이후에도 1974년까지 여러 차례 부랑인 일제 단속을 시행했는데, 1973년 8월 11일 관련 지침을 구청 등에 하달하기도 했다”고 근거를 덧붙였다.

박정희 정부 때 지어진 형제복지원은 부랑아 등 단속을 명목으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총 3만8000여명을 강제수용했다. 시설에서 발생한 강제노역·폭행·성폭력 등으로 65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8월 진실화해위는 이를 ‘국가폭력에 따른 인권침해 사건’으로 인정하고 국가가 피해자·유가족에 공식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피해자와 유족들의 소송이 이어졌다. 대법원은 지난 3월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첫 판단을 내리는 것을 시작으로 형제복지원 피해자의 손을 계속 들어주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훈령 발령 이전 있었던 단속 및 강제수용에 대해서도 위법한 국가작용이 성립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의의를 밝혔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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