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상승, 구조적요인이지만…걱정할 정도는 아냐[경제정책 줌인]
원·달러 환율이 최근 1460원대까지 올라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종료 기대감으로 인한 달러강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확장 재정 메시지에 따른 엔·달러 환율 상승과 원·달러 환율의 동조화, 대미 관세 15%로의 인하 발효시점 발표 지연 등이 단기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율의 중장기 흐름 전망에는 구조적 요인이 더 중요한데 특히 ‘서학개미’들의 해외 주식투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해외증권투자가 경상수지 흑자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이 지나치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학개미들의 해외 투자는 순대외금융자산 급증으로 이어져 외화자금 측면에서 건전성이 강화되고 있으며, 단기외채 상환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도 이전 환율 상승 국면과 다르다는 것이다. 오히려 환율 상승은 미국의 관세부과로 인한 수출가격 상승을 상쇄할 수 있으며, 국제유가 안정과 반도체 수퍼사이클은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로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올해 1~8월, 해외증권투자가 경상흑자보다 200억달러 많아
내국인의 해외증권 투자 급증은 순대외자산 급증, 투자소득(이자·배당) 수지 개선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자본 유출로 원·달러 환율 상승요인이 된다. 최근 지속적인 해외증권 투자 급증은 구조적인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8월 수치만 봐도 내국인의 해외증권 투자는 887억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693억달러)보다도 194억달러 많다. 내국인의 해외증권 투자는 2020년 이후에는 모두 연간 450억달러를 넘었으며, 지난해 722억달러까지 높아졌다. 올해는 9월 수치(112억달러)를 포함하면 1~9월 수치가 998억달러로 연간 수치로는 1000억달러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국내로 가져오지 않고 해외에 유보해 놓는 ‘해외자회사 유보소득’도 매년 수십억달러에 달한다.
해외자회사 유보소득(한국은행 통계상으론 재투자수익수입)은 2021년과 2022년에 150억달러를 넘었다가 2023년 기획재정부의 ‘해외자회사 배당금 익금 불산입제도’ 도입으로 지난해 78억달러로 줄었다. 올해 1~8월 수치는 58억달러로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경제연구원이 2022년 발간한 ‘원천지 주의 과세로 전환해야 하는 6가지 이유’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계열사의 누적 보유잉여금은 2021년 기준 902억달러로 현재는 1000억달러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환율 1500원선 넘는다고 큰일 나는 것 아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 즉 1500원 턱 밑까지 오르면서 환율 상승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 경제상황이 과거 환율 급등기, 즉 1997년 외환위기 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다르기 때문에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1400원대 환율은 이제 뉴노멀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앞으로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지만 당분간 이런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일 ‘환율 상승, 정말 악재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이 우리 경제나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에 치명타를 미칠 커다란 악재가 아니며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의 장기 추세를 보면 트럼프 1기 정부가 집권한 2017년 이후 추세적으로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 평균은 2016~2019년 1137원이었고 2020~2023년은 1232원으로, 2024~2025년(10월)은 1377원으로 높아졌다.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및 디지털경제와 AI(인공지능) 주도권 강화에 따른 미국 예외주의 현상 강화 그리고 중국의 디플레이션 리스크 등이 달러화의 추세적 강세를 촉발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국내 자금의 해외증권 투자 확대가 ‘원화 약세’라는 뉴노멀을 부추기고 있는데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미국 경제 예외주의 현상이 글로벌 자금의 블랙홀 역할을 하면서 자금을 흡수한 영향이다. 해외순자산 급증은 외화자금 측면에서 건전성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단기외채 비중은 올해 2분기말 기준 대외채무 중 22.7%, 준비자산 대비 40.7%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5년물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지난 9월16일 기준 17.84bp(1bp=0.01%포인트)로 2021년 9월 이후 4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11일 기준으로는 22.32bp로 다소 오른 상황이지만 지난해 말(37.75bp) 대비 15.43bp 낮은 수치다.
정재형 세종중부취재본부장·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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