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올해말 세계 1위 순채권국 된다[경제정책 줌인]

정재형 2025. 11. 13. 11: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올해 말 기준으로 세계 최대 순채권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순대외금융자산 1위는 2023년까지 일본이 30여년간 차지해왔다가 2024년에는 독일이었는데, 여러 변수가 있긴 하지만 올해 말에는 중국이 될 전망이다.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는 아직 독일이 1위지만, 독일은 중국에 단 800억달러 차이로 앞서 있을 뿐이다.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가 중국 2941억달러, 독일 1201억달러로 약 1700억달러 차이가 났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추이가 지속된다면 중국이 순대외금융자산 1위로 올라설 게 확실시된다.

일본은 지난해에 34년 만에 처음으로 독일에 1위 자리를 내줬다가 올해는 2분기 말 기준으로 이미 중국에 이어 3위로 내려앉았다.

뒤를 이어 4위와 5위는 각각 홍콩과 노르웨이가 수년째 변동 없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6위 캐나다는 2022년 잠깐 싱가포르에 자리를 내줬다가 다시 그 자리에 복귀해 계속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1년 11위에서 2022년 7위에 올랐다가 2023년 10위, 2024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는 8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만은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집계되지 않지만, 세계 6위권 수준이다.

순대외금융자산이란

순대외금융자산은 영어로는 순대외자산(Net Foreign Asset·NFA) 또는 국제투자포지션(International Investment Position·IIP)으로 불린다. 한 국가(거주자)가 해외에 가지고 있는 자산(대외금융자산)에서 외국인이 그 국가에 투자한 자산(대외금융부채)을 뺀 것이다. 플러스면 순채권국, 마이너스면 순채무국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계속 순채무국이었다가 2014년 3분기부터 순채권국이 됐다.

대외금융자산과 대외금융부채의 항목은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 개인이나 기관의 증권투자·파생상품투자, 대출 현금 예금 무역신용 등 기타투자, 외환보유액 총액인 준비자산으로 구성된다.

순대외자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상수지다. 보통은 경상수지 흑자가 해외 투자 및 외환보유액 증가로 이어져 순대외자산이 많아지게 된다. 해외에 투자해 놓은 자산의 수익률이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데 따라 많아지거나 적어지기도 한다.

환율 요인도 있다. 순대외자산이 달러화 기준으로 표시, 비교되기 때문에 환율이 자산이나 부채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부채의 경우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하면, 외국인이 투자한 원화 표시 국채 가치가 달러 기준으로는 떨어지게 돼 대외금융부채가 줄어들고 순대외자산에 플러스 요인이 된다. 또 자산의 경우 우리나라가 엔화 표시 자산에 투자했다면 엔화가치가 상승(엔·달러 환율 하락)하면 달러 기준으로 자산 가격이 오르고 대외금융자산이 늘어나 순대외자산에 플러스 요인이 된다.

순대외자산은 한 국가의 대외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외환위기와 같은 충격 상황에서 환율 급등이나 자본 순유출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수출 중심 경상수지 흑자국이 상위권

순대외자산 상위 국가를 보면 대부분 수출 중심 경제로 경상수지 흑자를 많이 기록한 나라들이 포진해 있다.

일본과 독일은 1970~1980년대에 이미 강력한 제조업 경쟁력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며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특히 일본은 1990년대부터 30여년간 세계 최대 순채권국이었다. 1985년 플라자합의로 인해 엔화가치가 달러화 대비 약 2배로 절상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진 해외자산을 대거 사들었다. 당시엔 '도쿄를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엔화가치가 높았다. 독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경상수지 흑자국인 데다 플라자합의로 마르크화가 대폭 절상되면서 일본에 이어 순대외자산 2위 자리를 유지해 왔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으로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국이 됐다. 홍콩은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투자와 대출 등 금융 자산이 대규모 순대외자산 축적으로 이어졌다.

노르웨이는 유럽 선진국 중 이례적인 자원수출국으로 북해 유전이 개발되면서 국부펀드(노르웨이정부연기금·GPFG)를 통해 대규모 해외투자가 축적돼 있다. 대만도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로 해외투자 수익이 누적된 데 더해, 최근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인해 경상수지 흑자가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14.8%에 달할 정도다. IMF 집계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대만의 순대외금융자산은 작년 말 1조5562억달러로 세계 6위 수준이다. 캐나다는 미국과 인접국으로 역시 경상수지 흑자가 순대외금융자산에 영향을 미쳤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금융센터 역할을 하는 데다 싱가포르투자공사(SIC), 테마섹 등 국부펀드의 대규모 투자 등으로 상위권에 있다.

반면 지속적으로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은 올해 2분기 기준 순대외금융부채가 26조1419달러에 달한다. 그 다음인 브라질(1조 574달러)과도 매우 큰 차이가 난다.

한국 순대외자산, GDP 대비 59%, 2030년엔 75%

우리나라의 순대외자산은 2010년 이후 대외금융자산이 대외금융부채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면서 2014년 3분기부터 플러스로 전환했고, 약 10년 후인 2024년 4분기에는 처음으로 1조달러를 상회했다. 대외금융자산은 2006년부터 2025년까지 20년간 7배 넘게 증가하며 올해 2분기 기준 2조7000억달러를 넘었으나 대외금융부채는 1조6000억달러 수준으로 같은 기간 3배 증가에 그친 영향이다.

2024년말 기준 GDP 대비 순대외자산 비율은 59%였다가 2025년 2분기에는 소폭 하락해 55% 수준이다. IMF가 올해 7월 발표한 '2024년 대외 부문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이 비율은 2030년 75%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 같은 IMF의 전망치는 2023년 IMF의 전망보다 증가속도가 더 가파른 것이다. 2023년 보고서에서 IMF는 2021년 36.4%, 2022년 46.3%였던 이 비율이 중단기적으로 56%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했었다. 2년 후에 이미 이 수치를 넘어서자 IMF는 올해 보고서에서 2030년 75%로까지 전망치를 높였다. IMF는 "해외자산이 주식·채권 등 증권투자가 약 40%, 달러화 표시 자산이 약 60%를 차지해 해외 자산 보유가 다각화돼 있다"고 평가했다.

순대외자산 늘면 좋기만 할까

*참조: 한국은행 이슈노트 '순대외자산 안정화 가능성 평가 및 시사점(2025년 11월5일)'

순대외자산 증가국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대부분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다. 이론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가 통화강세(원화가치 상승, 원·달러 환율 하락)로 이어져 수출 가격경쟁력 약화로 경상수지 흑자가 감소해야 한다. 또 수출 증가 등 수출기업 실적 개선을 반영해 이에 따라 주가를 중심으로 국내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이론과 반대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의 과잉소비와 과소저축에 따른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으로 미국은 경상수지 누적 적자를 계속 확대하고 있고, 주요 흑자국들의 대미 투자 증가에 따라 미국 달러화 및 자산가치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미국이 세계의 IT 혁신을 주도하고 있어 많은 투자가 미국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 및 재산업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무역수지가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며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인구 고령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등에 따른 국내 자산 수익률 저하, 개인 및 기관투자가들의 대규모 해외투자 등이 동반되면서 순대외자산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배경에서 우리보다 훨씬 이른 시기부터 순대외자산이 증가해왔던 일본의 경우 GDP 대비 순대외자산 비율이 현재 우리나라 수준(55%)에 도달했던 2009년 이후에도 계속 증가했다. 2024년 말 기준 83.3%다.

또 일본은 2010년까지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증권투자 중심으로 순대외자산이 증가하다가 이후에는 내수시장 축소에 따른 일본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확대 등으로 직접투자가 대외자산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인구 고령화 심화로 인한 내수 부진, 트럼프 행정부 압력에 따른 대규모 미국 투자 등으로 국내에 투자돼야 할 자금이 해외 직접투자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순대외자산 증가는 경상수지 중 소득수지 개선, 대외건전성 강화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자본의 해외투자에 따른 국내 자본시장 투자기반 약화, 환율 약세 압력 지속 등 부정적 측면도 상존한다.

정재형 세종중부취재본부장·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jj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