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대신 사과로 버티려던 노만석, 대검부장단이 찾아가 퇴진 요구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12일 ‘대장동 1심 판결 항소 포기’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7월 2일 심우정 전 검찰총장 퇴임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 자격으로 133일간 권한대행을 맡았던 노 대행까지 사의를 표명하며 검찰은 ‘검찰총장 대행의 대행’ 체제를 맞게 됐다.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내년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둔 상황에서 검찰총장, 대검찰청 차장검사, 서울중앙지검장이 모두 공석인 리더십 공백이 불거지며 검찰 내부의 혼란은 한층 극심해질 전망이다.
노 대행은 이날 오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오후 5시쯤 사의를 표명했다. 조직을 생각해야지 나만 생각할 수는 없어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전말을 소명하실 생각은 없냐’는 질문엔 “나가는 마당에 (소명을) 하면 뭐하냐”며 “하고 싶은 말은 퇴임식 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행의 퇴임식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노 대행에 대한 사표를 즉시 수리하겠단 뜻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노 대행의 사의 표명 직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면직안이 제청되면 이를 수리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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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 칩거' 하루 만에 사의…'사퇴 요구' 수용

노 대행은 이날 오전 검찰총장의 참모 그룹인 대검 부장단과 회의를 갖고 “나로 인해 조직이 혼란에 빠진 것 같아 미안하다”는 취지로 사과의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이날 통상의 일과처럼 사건 보고를 받고, 이번주 예정된 대외 일정을 취소하지 않는 등 사의 표명 대신 조직 구성원들에 대한 사과로 이번 사태를 매듭지으려는 듯한 모습이 이어졌다. 이에 대검 부장단은 이날 오후 재차 노 대행을 찾아가 재차 사의 표명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부장단은 노 대행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과장단까지 나서 집단 행동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지난 8일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대검 소속 검사장들과 실무를 맡는 과장들의 집단 행동 압박에 노 대행으로선 자진 사퇴 이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 됐다.
대검 관계자는 “대검 간부들은 이미 노 대행의 사퇴 이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데 뜻을 모은 상태였고, 노 대행 역시 사퇴 요구가 단순한 항의 표시가 아닌 조직 구성원 대부분의 요구란 점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개혁의 대상이 되며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구성원의 신뢰를 잃은 리더를 계속 모실 순 없었다”고 말했다.
'총장 대행의 대행' 체제…盧 서거 이후 16년만

검찰총장과 대검 2인자인 차장이 모두 사퇴하며 기조부장이 총장 권한대행을 맡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했고, 대행을 맡았던 문성우 대검 차장마저 사의를 표명하며 당시 한명관 대검 기조부장이 최종적으로 총장 권한대행으로 재직했다. 2022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 당시에도 김오수 전 검찰총장과 박성진 전 대검 차장이 사직서를 냈지만, 박 전 차장의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다.
檢 내부선 "항소 포기 근거 소명해달라"

특히 이 차관은 항소장 제출 시한 마지막 날인 지난 7일 노 대행과의 통화에서 “항소하면 장관께 수사지휘권 발동을 요청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항소 포기를 압박했다. 결국 이 차관의 누구의 지시를 받고 노 대행에게 수사지휘권 발동을 언급하는 전화를 걸었는지, 또 이 과정에서 법무부-대통령실 간 교감은 없었는지 등이 추가로 규명돼야 이번 사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8개 검찰청의 검사장들은 지난 10일 노 대행에게 “일선 검찰청의 공소유지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검사장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를 상세히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대검 실무를 책임지는 연구관들도 앞서 노 대행의 사퇴와 함께 항소 포기 결정의 경위를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검찰 구성원들이 리더십 공백으로 인한 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노 대행을 향한 사퇴 요구를 이어온 건 항소를 포기한 결정뿐 아니라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 자체가 검찰의 독립성·중립성 훼손으로 이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노 대행이 지난 10일 대검 과장들에게 “법무부에서 수사지휘권 발동을 언급하는 상황이라 항소를 포기하는 것이 법무부와 검찰의 윈윈(win-win)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하자 검찰 내부에선 원칙을 져버린 정치적 결정이었단 비판이 일었다.
정진우·김보름·석경민·김성진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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