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죽였다’… 두 여성의 연대 통해 가정폭력을 고발하다
오쿠다 히데오의 원작 재해석
폭력의 굴레를 어떻게 끝낼 것인가
이정림 감독이 사회에 던지는 질문

30대 여성 조희수(이유미)는 오랜 시간 남편 노진표(정승조)에게 통제받고 폭행당하며 살고 있다. 도망치려 할수록 남편의 폭력은 심해지고 심지어 요양원에 있는 친정 어머니까지 거론하며 희수를 협박한다. 악몽 같은 현실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은 자기 죽음뿐이라고 생각한 그의 앞에 오랜 친구 조은수(전소니)가 나타났다.
은수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줄 알면서도 자신도 피해자가 될까 두려워 눈감았다는 죄책감을 안고 사는 인물이다. 백화점 명품관 직원으로 성장했지만, 단짝 친구 희수를 짓밟는 진표의 폭력을 목도한 뒤 트라우마가 되살아났다. 두 사람은 결국 진표를 처치하기로 마음먹고 이를 감행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포스터)는 가정폭력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두 여성이 살인을 결심하며 벌어지는 모습을 그린다. 지난 7일 공개 직후 입소문을 타며 이틀 만에 넷플릭스 TV 부문 국내 1위를 기록했고, 다음 날 글로벌 톱10 순위 2위까지 올랐다.

8부작 시리즈로 전반부에선 희수와 은수가 진표를 살해하고, 후반부에서는 이 사실을 진표의 동생 진영(이호정)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이 그려진다. 전반부에선 이들의 살인이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시선을 뗄 수 없다면, 후반부에서는 이들의 범행이 들키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에 내리 보게 된다.
원작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2015)다. 한국판 제목은 ‘당신이 죽였다’로 변경됐다. 제작발표회에서 이정림 감독은 “정말 당신이 죽였다는 뜻일 수도 있고, 방관한 이들이 죽였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정폭력의 가해자뿐만 아니라 이를 방관하고 묵인하는 주변 인물과 우리 사회가 결국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는 점을 집요하게 보여준다.
모순적인 행동을 보이는 진표의 가족들을 통해 침묵과 방관의 폭력성을 드러냈다. 진표의 어머니 고정숙(이미숙)은 모든 여성의 멘토인 유명 여성학자다.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용기를 내라는 강연을 하지만, 막상 멍투성이인 며느리의 팔을 보고는 “또 넘어진 거지?”라며 침묵을 강요한다. 진표의 동생 진영은 엘리트 경찰이지만, 가정폭력을 신고하려는 희수에게 “가능하면 집안에서 해결하라”고 만류한다.
작품은 피해자가 생존을 위해 ‘살인’을 저지른 데에 면죄부를 주지 않는다. 완전범죄에 성공해 해외로 떠나는 원작의 결말과 달리, 두 사람은 자수하고 처벌받는다. 범행 후 내내 마음을 졸이지만, 오히려 죗값을 치른 뒤 폭력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난 희수의 변화를 통해 폭력은 결코 폭력으로 멈출 수 없다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한다.
과거 ‘VIP’, ‘악귀’ 등을 연출한 이 감독은 여성 캐릭터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데 강점이 있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트라우마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와 절망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폭력을 자극적으로 그리기 보다 폭력 전후 당사자가 느끼는 심리적 절망감을 보여주는 식의 연출이 인상적이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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