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왜 네이버 AI에 끌렸나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5. 11. 1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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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시대가 열린다

네이버의 인공지능(AI) 전략 방향성은 명확했다. 자체 개발을 통한 빅테크와의 직접 경쟁이다. 일명 ‘소버린 AI’다. 문제는 지금까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단 점이다. 오죽하면 증권가에서 네이버의 AI 자체 개발 전략을 디레이팅(평가가치 절하) 요소로 봤을 정도다.

하지만 AI 시장 패러다임이 생성형에서 피지컬(물리적)로 전환하면서 기회를 잡는 분위기다. 특히 대규모언어모델(LLM)과 함께 2017년부터 공들여온 디지털 트윈(현실을 가상 환경에 복제하는 기술) 역량이 주목받는다. 최근 엔비디아와 진행한 피지컬 AI 협력 배경에도 디지털 트윈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DAN25 콘퍼런스에서 주요 서비스를 중심으로 AI 에이전트를 전면에 도입하고,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핵심 제조 산업의 AX 경쟁력을 높이는 등 서비스부터 B2B까지 아우르는 두 축의 AI 전략 방향성을 공개했다. (네이버 제공)
예상 못한 엔비디아 협업 배경

‘디지털 트윈’ 역량 재조명

피지컬 AI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만들고 있는 건 엔비디아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월 6일 열린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생성형 AI 다음은 피지컬 AI”라고 밝힌 게 시작이다. 피지컬 AI는 단순히 데이터를 계산하거나 언어를 학습하는 차원을 넘어선 개념이다. 물리적 법칙을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AI를 뜻한다.

엔비디아는 수년 전부터 피지컬 AI 공략을 준비해왔다. 중심엔 ① 옴니버스와 ② 코스모스가 있다. ① 옴니버스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을 디지털 환경에 그대로 복제하는 기술이다. 일종의 가상 작업실이다. 피지컬 AI 개발에 디지털 트윈이 필요한 건 비용과 안전성 때문이다. 현실에서 피지컬 AI를 직접 테스트하기란 비용·물리적 부담이 크다. ② 코스모스는 피지컬 AI의 훈련과 지능화를 돕는 AI 모델 플랫폼이다. 옴니버스가 영화 촬영용 작업실이라면 코스모스는 영화감독인 셈이다. 문제는 옴니버스의 오류 발생 빈도다. 엔비디아 개발자 포럼이나 각종 커뮤니티를 보면 옴니버스는 다양한 오류를 안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고정 관절(Fixed Joints) 시뮬레이션 오류다. 쉽게 말해 고정돼야 할 물체가 미세하게 흔들리거나 위치가 벗어나는 현상이다. 피지컬 AI 개발의 핵심이 정확성과 예측 가능성이란 점을 고려하면 치명적인 문제다.

이번 네이버 협업도 옴니버스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가 보유한 디지털 트윈 역량과의 ‘상호 보완’을 목표로 한다는 해석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최근 엔비디아와 현실 공간과 디지털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차세대 ‘피지컬 AI’ 플랫폼 공동 개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MOU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양 사는 네이버클라우드의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 등 기술과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등 3D 시뮬레이션, 로보틱스 플랫폼을 결합해 현실 산업 환경을 가상 공간에서 정밀하게 재현하고 AI가 분석·판단·제어를 지원하는 구조로 피지컬 AI 플랫폼을 구현할 방침이다.

최승호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부문 협업은 네이버의 디지털 트윈 기술 역량을 인정받은 사례로 봐야 한다”며 “네이버 AI가 불러온 디레이팅을 해소하는 요인인 동시에 클라우드 부문에서 실질적인 AI 관련 매출 상승 등 리레이팅 시나리오로 직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 조직 만들고 투자 확대

밸류체인 확대 가능성도 주목

네이버는 엔비디아 협업을 기점으로 피지컬 AI에 힘을 주는 모양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피지컬 AI 개념이 나오기 전인 2017년부터 네이버랩스를 설립해 선행 연구했고 어라이크(네이버 디지털 트윈) 등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며 “해당 기술들이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네이버는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디지털 트윈 수주를 진행 중이다. 네이버는 2023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에서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지난 5월에는 사우디 주택공사(NHC)와 전략사업법인 네이버이노베이션을 설립해 디지털 트윈 플랫폼 사업 범위를 사우디 전역으로 확장했다. 당시 NHC는 홈페이지를 통해 합작 법인이 진행할 사업 규모를 20억리얄(약 8000억원)로 제시했다.

디지털 트윈 등 피지컬 AI 기대감이 커지자 향후 투자 규모도 늘릴 전망이다. 네이버는 콘퍼런스콜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해 피지컬 AI 기술력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을 덧붙였다. 피지컬 AI 관련 밸류체인 확대 가능성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벤처 투자 조직인 네이버D2SF는 미국에 본사를 둔 머신 비전 스타트업 써머로보틱스에 신규 투자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D2SF는 최근 피지컬 AI 분야에서 신규 투자할 스타트업 공개 모집에도 돌입했다. 하드웨어부터 인텔리전스, 애플리케이션까지 피지컬 AI 전 밸류체인에 걸쳐 투자할 방침이다.

부진한 LLM 상업화도 속도

온서비스 새 타깃 헬스케어

LLM 부문에서도 상업화 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네이버는 커머스 등 자사 주요 서비스에 자체 개발 LLM(하이퍼클로바X) 등 AI를 접목한 ‘온서비스 AI’ 전략을 내세웠다. 3분기 네이버 커머스 매출은 98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9% 늘었는데 네이버는 이를 온서비스 AI 효과로 풀이한다.

다만 관련 업계 일각에선 ‘과도한 해석’이란 평가도 나온다. 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커머스 매출이 늘고 있는 건 별도 앱(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출시와 배송 역량 개선, 멤버십 혜택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LLM 적용 시 확실한 퀀텀 점프가 가능한 적용처를 찾아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네이버가 헬스케어 사업 확대에 집중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 5월 헬스케어 신사업을 목적으로 테크비즈니스 부문을 신설했다. 이해진 의장 복귀 이후 내려진 결정이다. 이 의장 최측근인 최인혁 전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부문 대표를 맡았다. 최 대표는 지난 2021년 직장 내 괴롭힘 사건 관련 관리 책임자로 지목돼 모든 직을 내려놓았던 인물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돌아오는 과정이 정상적이라고 보긴 힘들다”면서 “온갖 논란을 감수하며 데려왔다는 건, 헬스케어 부문에 대한 이해진 의장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최 대표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 대표 주도로 지난 8월에는 임상시험 데이터 플랫폼 기업 제이앤피메디에 투자했다. 또 최근에는 체성분 분석 업체 ‘인바디’ 지분 8.5%를 325억원에 인수하고 전략적협약(MOU)을 체결했다. 네이버가 상장사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건 이례적이다.

헬스케어는 AI 접목 시 확실한 성장이 담보되는 시장으로 꼽힌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AI로 촉발된 헬스케어 산업의 대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30년까지 국내 AI 헬스케어 시장 연간 성장률(CAGR) 전망치는 50.8%다.

해외 진출 가능성도 타진할 수 있다. 인바디 지분 인수도 이와 관련짓는 시각이 있다. 인바디는 매출 8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1117억원) 중 82%가 해외 매출이다. 네이버 입장에선 인바디 협업 자체로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진출이 가능한 셈이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시너지를 검증하며 유럽이나 미국으로 확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4호 (2025.11.12~11.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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