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승보다 2승1패가 낫다"…LG 우승 이끈 염경엽의 마법

“시즌을 마친 뒤에 더 바빠졌네요. 힘들지만 우승하지 않았다면 이런 시간도 없을 테니까요. 최선을 다해 즐기려고 합니다.”
12일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염경엽(57) LG 트윈스 감독은 언론사 인터뷰로 빼곡한 하루 일정을 확인한 뒤 옅은 미소를 지었다. 동석한 구단 프런트는 “하루 4차례 꼴로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염 감독은 올해 LG의 통산 4번째 우승을 이끌며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다. 지난 2023년에 이어 2년 만에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뤘다. 역대 LG 사령탑을 통틀어 2차례 우승을 달성한 지도자는 그가 처음이다.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재계약에도 성공했다. 지난 9일 LG는 “염경엽 감독과 총액 30억원(계약금 7억원·연봉 총액 21억원·옵션 2억원)에 계약을 3년 연장했다”고 발표했다. KBO리그 사령탑을 통틀어 역대 최고 대우다. 염 감독은 “3년 전 LG를 맡으며 이 선수 구성과 내가 쌓은 노하우로 우승하지 못 하면 미련 없이 물러난다는 각오로 지휘봉을 잡았다”면서 “재임기간 중 2번이나 우승할 수 있어 행복하다. (재계약은) 은퇴 이후 지난 20여 년간 피나는 노력을 이어온 보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시즌 개막 전 LG의 우승을 점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지난해 정상에 오른 KIA 타이거즈의 질주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염 감독은 “KIA의 기세가 워낙 대단했기에 페넌트레이스 1위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면서 “다만 2위 이상의 순위는 반드시 지킨다는 계산이었다. 2위로 올라가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한국시리즈에서 승부를 보는 전략을 준비했다”고 털어놓았다.
정규시즌을 선두로 마치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건 ‘목표 초과달성’에 해당하는 성과다. 염 감독은 “시즌을 치르는 동안 예상 외로 고전하는 팀들이 나왔고, 우리는 합심해 주어진 기회를 붙잡았다”면서 “팬들 말씀대로 ‘우주의 기운’이 함께 한 시즌이었지만, 우리가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찾아온 행운을 꽉 붙들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염경엽표 성공 방정식의 핵심은 ‘완급 조절’이었다. “시즌 초반에 좋은 흐름을 타다 6월에 갑자기 9승12패를 기록하며 급격히 흔들렸다”고 당시를 회상한 염 감독은 “그때 섣불리 승부를 거는 대신 참고 버티며 힘을 비축한 게 이후 반등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안 좋을 땐 뭐든 해서 흐름을 끊어내고 싶은 게 사령탑의 본능”이라 설명한 그는 “하지만 잠깐의 부진을 못 견뎌 선수 자원을 낭비해버리면 정작 달려야 할 시점에 탄력을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LG는 6월의 슬럼프를 버텨낸 뒤 7월 14승7패, 8월 18승6패로 반등에 성공했다. 염 감독은 “조금만 더 힘을 내면 3연승이 가능한 흐름이어도 적절히 힘을 빼가며 2승1패를 유지하는 전략을 취했다”면서 “10연승은 겉보기에 화려하고 좋아 보이지만, 연승 행진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과부하가 걸리면 이후 흐름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숨은 공로자로는 왼손 5선발 송승기(23)를 꼽았다. “(송)승기가 11승을 거뒀는데, 내용은 승수 이상으로 좋았다. 고비마다 상대 에이스와 맞붙어 이닝을 책임져주고 승리를 가져왔다”고 언급한 염 감독은 “팀 기여도 면에서 16승 또는 그 이상의 활약을 해준 걸로 평가한다”고 칭찬했다.
염 감독은 “내년엔 선발보다 불펜진 보강이 필수다. ‘제2의 김영우(20)’가 필요하다”면서 “루키 투수 박시원(19)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올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올해 뽑은 양우진이나 박준성·김동현(이상 18) 등도 기대하는 투수 자원”이라고 말했다. 이들 중 2명 이상을 즉시전력감으로 키워내 불펜진의 깊이를 더한다는 게 염 감독의 구상이다. 올해 기대에 미치지 못 한 불펜 자원 이정용(29)·장현식(30)·함덕주(30)가 부활하면 금상첨화다.

LG가 내년 목표로 천명한 2연패를 달성하려면 선수단 안정이 급선무다. 관련해 올 겨울 나란히 FA를 선언한 두 베테랑 외야수 김현수(37)와 박해민(35)의 거취 문제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일찌감치 구단에 “두 선수를 모두 잡아 달라”고 요구한 염 감독은 둘의 존재 가치를 ‘선수단 문화’에서 찾았다.
“LG가 위닝 멘털리티를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김)현수와 (박)해민이를 비롯해 오지환(35), 박동원(35), 임찬규(33), 김진성(40) 등 고참급 선수들이 솔선수범했다. 앞에선 모범을 보이면서 뒤에선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는 선수단 분위기는 LG 특유의 문화”라 언급한 그는 “선수 개개인의 경쟁력도 여전하지만, 선·후배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치는 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도 베테랑이자 선수단 구심점인 두 선수가 모두 남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감독은 시스템의 힘을 중시한다. 이를 위해 코칭스태프에게 권한과 책임을 충분히 부여한다. 관련 질문에 “코치들 달달 볶는 ‘피곤한 상사’로 알려진 거 다 알고 있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린 그는 “성공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조직 차원의 것이어야 한다. 코치들에게 ‘각자 맡은 분야에서 프로야구 10개 구단 1등이 돼라’는 주문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으로 10여 년간 활동하는 동안 나와 함께 한 코치 중에서 감독 8명과 단장 7명이 나왔다”면서 “감독과 코치, 선수, 프런트까지 모두가 ‘1등이 되겠다’는 목표 의식을 가지고 도전을 이어가야 한다. 현재 상황에 만족하는 그 순간부터 퇴보가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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