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시간 이상의 비행 가능"... 아직도 잊히지 않는 고인의 공문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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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공영장례 절차 중 산골(散骨) 예식 |
| ⓒ 나눔과나눔 |
내국인보다 두 배 긴 안치 기간
하지만 통계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다른 모습들이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의 평균 안치 기간은 내국인보다 더 깁니다. 내국인의 평균 안치 기간도 31일가량으로 짧지 않은데, 그것의 거의 두 배인 59일입니다.
이러한 이유는 연고자 파악의 어려움이 주요합니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사망할 때 '외국인보호규칙'에 따라 청장 등은 외국인이 속한 국적의 영사에게 지체 없이 알리게 되어 있습니다(사실 이 '외국인보호규칙'은 보호 외국인을 위한 것이지만 '무연고 사망자' 행정 업무를 위해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준용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와 관련한 별도의 규칙이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해당 국적의 영사관이 연고자 파악에 얼마나 적극적인지에 따라 기간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어떤 영사관은 지체 없이 외국의 가족들과 연락해 인수 여부를 빠르게 확인하는가 하면, 아예 답변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답변을 거부하기도 하고요(그래서 '연고자에게 연락할 수 없는' 경우의 비율이 내국인보다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이럴 때 14일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지자체의 주무관은 여기에 더해 출입국·외국인 사무소 등에 연락해 추가로 연고자를 찾는 노력을 하기도 합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지요. 그렇다 보니 평균 안치 기간이 내국인보다 길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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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령대로 본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 |
| ⓒ 나눔과나눔 |
사망 연령대를 들여다보면 또 다른 특이점이 나타납니다. 서울시의 전체 '무연고 사망자' 통계 중 65세 이상인 어르신의 비율은 59퍼센트입니다. 40세에서 64세까지를 포함한 중장년은 약 40퍼센트 정도지요. 하지만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의 경우는 이 비율이 역전되어 있는데, 65세 이상인 어르신이 약 34퍼센트, 40세에서 64세까지의 중장년 비율이 약 55퍼센트입니다. 중장년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 비율은 서울시 전체 '무연고 사망자' 중 (기초생활) 비수급자만을 추려낸 통계와 닮았습니다. 이 통계에 따르면 비수급자 '무연고 사망자' 중 65세 이상인 어르신은 약 35퍼센트, 40세에서 64세까지의 중장년은 약 60퍼센트입니다. 이 통계를 통해 우리는 수급비 등의 복지 행정망에 들어오지 못한 중장년 1인 가구가 '무연사'에 취약하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 추정을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에게 대입해 볼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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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 공문 발송 구청 |
| ⓒ 나눔과나눔 |
죽음의 형태와 사망 원인도 살펴볼까요?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의 약 45퍼센트 정도는 '고립사 의심 사례'입니다. 전체 통계는 약 30퍼센트니, 15퍼센트가량 높습니다. 자살과 기타 및 불상(사인을 모른다는 뜻)은 약 30퍼센트고, 이 또한 약 18퍼센트인 전체 통계보다 12퍼센트가량 높습니다.
앞선 통계들을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의 대부분은 한국에 일하러 왔고, 절반가량은 '고립사'로 의심되는 죽음을 맞이하고, 셋 중 한 명은 자살이거나, 사인을 알 수 없습니다.
한 개인의 죽음을 들여다보기
이제 통계 대신 장례 현장에서 만난 고인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통계로 알 수 없는 개인의 구체적인 삶과 죽음을요.
한 고인은 일하러 한국에 왔습니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성실하게 일했지요.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고용주는 매일 야근을 시키면서 수당도 주지 않고 기숙사비와 식비, 부식비까지 받아냈다고 합니다. 결국 고인의 월급은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힘겹게 일하던 도중 사고가 났습니다. 공장 근무 도중 양팔에 압궤 손상이 생긴 것입니다. 정신을 잃은 고인은 병원에 이송되었으나, 심한 화상으로 인해 결국 쇼크사했습니다. 대사관 측은 고용주와 고인의 가족 사이에서 최대한 협의를 끌어내려고 노력했지만, 고용주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고용주는 "고인은 미등록 이주 노동자이니 위로금은 물론 산재 처리 또한 해줄 수 없다"라는 입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습니다.
등록된 이주 노동자라고 상황이 다른 것은 아닙니다. 비자를 발급받고 한국에 왔던 다른 고인은 앞선 고인과 마찬가지로 과로에 시달리다 한국에 온 지 3년 만에 결핵으로 사망했습니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고인도 있습니다. 그 고인의 공문에 첨부된 경찰조사서에는 이례적으로 의사 소견서가 언급되어 있었습니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여덟 시간 이상의 비행이 가능함'. 이런 의사 소견이 환자가 물어보지 않았는데 적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말기 암 진단받은 고인이 의사에게 물어보았겠지요. 자신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는지 말입니다. 다행히도 의사는 가능하다고 답변했지만, 고인은 그날 저녁 거주하던 고시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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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단 위에 놓인 헌화 꽃 |
| ⓒ 나눔과나눔 |
그렇게 알게 된 사실을 통해 우리는 가까운 미래를 예측할 수도 있습니다. 이주 노동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으니, 그와 비례해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도 계속해서 증가할 것입니다. 절반가량은 '고립사'로 의심되고, 셋 중 한 명은 자살이거나, 사인을 알 수 없는 일이 반복될 것입니다. 작년 서울시에서만 최소 29명이었고, 올해는 10월에 이미 30명을 넘겼습니다.
이제는 비정한 착취의 구조가 아닌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공영장례 현장 또한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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