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고른 수능 도시락, 노력 그대로 담은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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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수능을 보던 28년 전, 그날은 외할머니의 호박엿을 기대할 수 없었다.
긴장한 채 저녁을 먹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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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연 기자]
수능 하루 전. 수험생과 학부모는 초 긴장 상태이다. 대학원 동기의 아들이 수능을 본다. 동기들과 십시일반으로 용돈을 모아 응원하러 갔다. 내일 도시락을 물으니 이미 메뉴가 오래 전부터 정해져 있었다고 했다.
스팸 김치 볶음밥. 내일을 위해 모의고사 때부터 쭉 먹어왔다고 말했다. 모든 컨디션이 완벽해야 하기 때문에 그날의 점심 또한 신경을 많이 쓸 수 밖에 없다. 모의고사 때부터 먹어왔다는 말에 1년 내내 이날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긴장했는지 느껴졌다. 시험 당일 학부모로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지 묻자 학교(미션 스쿨)에서 하는 기도회 모임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시험 시간은 대략 9시간. 신앙심으로 9시간을 버티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며 친구가 웃었다. 필자는 기도 후 영화 두 편 보기를 추천했다. 영화에 집중이 될리 만무하지만, 아이만큼 긴장될 그 시간을 어떻게든 보내야 하기에 편안한 의자에 앉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는 게 어떨까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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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박엿 대신 용돈과 머랭쿠키 |
| ⓒ 박이연 |
그때는 저 맛있는 걸 왜 대문에 붙이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한 조각 떼어 줄 법도 한데, 할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성스레 최대한 얇고 넓게 모양을 빗었다. 시험을 보다가 엿이 떨어지면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엿과 기도 덕분인지 언니는 무사히 시험을 치렀고, 대학에 합격을 했다.
필자가 수능을 보던 28년 전, 그날은 외할머니의 호박엿을 기대할 수 없었다. 언니의 수능 호박엿 이후로 할머니는 아프셨고, 몇 해 후 작고했기 때문이다. 긴장한 채 저녁을 먹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의정부에 사는 이모가 필자를 응원하기 위해 1시간 30분 거리를 대중교통을 타고 서울로 와서 찹쌀떡을 건네주며 꼭 안아주었다.
"향이야. 힘내라. 잘 할 수 있을 거다. 이모가 응원할게."
그때 이모의 따뜻한 위로를 잊을 수가 없다. 오늘 필자는 수능 당사자를 만나지 못했지만, 이 마음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잘 할 수 있을 거야. 이모들이 응원할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 스토리에도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https://brunch.co.kr/@h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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