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벌써 외교 위기?…中과는 대만 개입, 韓과는 급유 거부 충돌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의 외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에 일본의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다.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일본 내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중·일 관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보수파를 고려한 나머지 ‘독도 비행’을 이유로 한국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급유 중단 결정이 내려지는 등 ‘다카이치 외교’ 한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가 첫 대만 유사시에 대한 개입 발언을 한 것은 지난 7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다. 대만 해협 봉쇄라는 구체적 상정을 한 질문에 다카이치 총리는 “전함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수반한 것이라면 어떻게 생각해도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대만 유사시에 일본 자위대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은 파장이 컸다. 다카이치 총리는 야당이 지난 10일 자신의 이런 발언을 철회하거나 취소를 요구하자 재차 “정부의 종래 견해에 따른 것”이라며 거부했다. 닛케이는 이런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역대 총리들이 중·일 관계를 고려해 ‘어떤 상황’이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하는지 모호한 선을 그어온 것과는 달랐다는 것이다. 총리 경험자 중 한 명은 “정부는 평소에 생각해두지 않으면 안 되지만 겉으로 말해도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닛케이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대해 “억지력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는 구체 사례를 제시해 되레 전략적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아사히신문은 중국의 반발을 들며 다카이치 총리 발언이 중·일 관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는 밀접한 타국이 공격받고,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 생명 등에 명백한 위험이 있는 사태를 가리키는데 이번 총리의 발언은 ‘역대 내각의 견해’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방위성 간부는 이 신문에 “미국조차도 대만 유사시 대응을 명언하지 않는 ‘애매한 전략’을 취한다”면서 “역대 총리처럼 애매한 화법을 썼어야 했다”고 말했다. 일본 주재 중국 외교관이 다카이치 총리 발언에 대해 “목을 베겠다”거나 “죽음의 길” 같은 과격 용어를 사용하며 반발에 나선 데엔 중·일 정상회담 직후라는 시간적 배경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이어온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가 정권을 잡으면서 ‘우려’의 시선을 갖고 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일 정상회담에 응한 직후에 나온 발언이라는 것이다. 냉각상태인 중·일 관계의 개선을 바라는 일본 입장에선 중국을 자극한 셈이 된다는 것이다.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관방장관은 이날 중국 측에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취지와 일본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지만, 중국과의 신경전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기하라 관방장관은 “정부의 대만에 대한 입장은 1972년 일·중 공동성명대로이며 이에 변화는 없다”면서 “지금까지 일·중 정상 간에 전략적 호혜 관계의 포괄적 추진과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구축이라는 큰 방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무난한 첫 삽을 뜨는가 했던 다카이치 정권의 외교 문제는 한국과도 마찰을 빚고 있다. 양국 정부가 처음으로 자위대 기지에서 한국군의 블랙이글스에 대한 급유지원을 계획했다가 철회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사히는 일본 정부가 지난달 30일 첫 한·일 정상회담 개최 직전에 블랙이글스에 대한 급유 지원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10월 하순경 독도 상공을 통과한 한국 공군기를 분석한 결과 블랙이글스가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 근거가 됐다. 아사히는 정부 내에선 급유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면서도 “중지하지 않으면 다케시마(일본 주장하는 독도 명칭)는 한국 영토라는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방위성 간부 발언을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하는 ‘보수파’ 반응을 고려해 급유 중단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아사히는 당초 양국이 오랜 현안인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을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이었다고 설명하며 한 방위성 간부의 “일·한은 이런 것조차 할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확인하는 형태가 돼버렸다”는 푸념을 전하기도 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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