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정당이 걸면 혐오 현수막 철거 못해…법 바꿔야"

이재명 대통령이 특정 국가, 인종 등에 혐오가 만연하다면서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된 현수막을 철거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법 개정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사회 일부에서 인종, 출신, 국가 등을 두고 시대착오적 차별과 혐오가 횡행하고 있다"며 "정치권에서 혐오 범죄, 허위 조작 정보 근절에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거리에 게시된 각 정당 현수막이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저질스럽고 수치스러운 내용의 현수막이 달려도 정당이 게시한 것이어서 철거 못 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며 "사실인지 모르겠으나 현수막을 달기 위한 정당인 '현수막 정당'을 만들기도 한다더라. 일부에 의하면 무슨 종교단체와 관계가 있다는 설도 있다"고 했다.
이어 "정당이라고 해서 지정된 곳이 아닌 아무 곳에나 현수막을 달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며 "(정당 현수막 규제를 완화하는 법은) 제가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있을 때 만든 법이긴 하나, 악용이 심하면 법을 개정하든 없애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당이 국고보조금을 받으면서 현수막까지 동네에 너저분하게 걸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일종의 특혜 법이 될 수도 있다"며 "옛날대로 돌아가는 방안을 정당과 협의를 해달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내일로미래로'라는 소수 정당은 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에 "중국 공산당이 한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등 가짜 정보를 현수막에 담아 내걸었다.
이 정당은 "유괴·납치·장기적출 엄마들은 무섭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중단하라"는 등 주로 중국 관련 공포심을 조장하거나 혐오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달 초 시진핑 주석이 APEC 정상회의 참석차 경주에 오자 경주 거리에도 비방 현수막을 게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지난 2022년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정치적 현안, 정책이면 허가 없이 현수막을 걸 수 있는 탓이다. 현수막 안에 정당명, 연락처 등만 명시하면 최대 15일까지 게시 가능하다.
이와 관련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도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혐오 발언 처벌을 위해 형법을 개정할 때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실제로 있는 사실에 관해서 얘기한 것은 형사로 처벌할 일이 아니라 민사로 해결할 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혐오 발언 당사자에 처벌은 강화하되 표현의 자유는 보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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