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호의 시시각각] ‘빚투’ 권하지 말고 금투세 재추진을

서경호 2025. 11. 1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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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호 논설위원

엊그제 여당과 정부·대통령실이 모인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25%로 낮추기로 의견을 모은 모양이다. 정부의 7월 세제개편안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를 새로 만들고 고배당 기업의 배당에 35%의 최고세율을 매기는 내용이었다. 현재 연간 2000만원까지는 배당·이자 같은 금융소득에 14%의 세율을 적용하고,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 종합과세로 최고 45%의 누진세율을 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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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당소득 분리과세 괜찮은 정책
코스피 4000 시대에 증시 상승기
지금이야말로 금투세 도입 적기
」

이형일 기획재정부 제1차관(가운데)이 지난 7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과거 정부도 추진했을 정도로 공감대가 있는 정책이다. 배당에 높은 세율을 매기다 보니 기업 오너가 배당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증시 밸류업을 위해 윤석열 정부도 추진했지만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부자 감세’ 프레임을 넘지 못했다. 사실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은 고소득자에게 집중된다는 점에서 ‘부자 감세’라는 지적은 틀리지 않다. 2023년 금융소득 종합과세자의 배당소득 신고 통계를 보면 전체 배당소득의 92.6%가 종합소득 8000만원 초과 구간에 몰렸다.

하지만 장점이 많다. 영국·미국은 물론, 아시아 국가인 대만·일본·중국보다도 배당에 인색한 우리 증시 문화를 개선할 수 있다. 대만은 2008년부터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순차적으로 확대해 20%대였던 배당 성향을 50%대로 높였다. 세수 감소 역시 그리 많지 않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인한 세수 감소는 700억(당초 정부안 35% 적용 시)~1400억원(당정 합의안 25%) 정도로 추산된다.

민주당이 ‘부자 감세’ 프레임을 내려놓고 유연한 자세를 보인 점은 다행이다. 부자에게 유리하다는 이유만으로 경제 전체를 위한 좋은 정책을 거부하면 남아나는 정책이 별로 없을 것이다. 세금은 부자가 많이 내니 감세는 대체로 부자 감세다. 다만 지난주 코스피 4000선이 무너지자 주말에 당정이 긴급 대책처럼 내놓은 모양새가 좋아 보이진 않는다. 배당을 늘려 증시 매력도를 높이는 정책임은 분명하나 하필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 증시 부양책 차원에서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금융당국 고위직 인사가 ‘주식 빚투(빚내서 투자)’를 “그동안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차입 투자)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서 논란이 됐다. “적정한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감내 가능한 수준의 주식 투자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빚내서 투자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증시 사랑은 알겠는데 자칫하면 과속 스캔들로 이어질 수 있다. 세금으로만 집값을 잡기 힘든 것처럼, 세금으로 주가를 올리는 건 한계가 있다. 기업이 잘 되고 실적이 좋아야 주가가 탄탄하게 오르는 법이다.

11일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85.96 포인트(2.11%) 상승한 4159.20에 거래되며 상승 개장했다. 뉴스1

이참에 자본시장 과세 선진화를 위한 묵은 숙제인 금융투자소득세를 다시 추진했으면 한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에서 나오는 소득을 연간 5000만원까지는 비과세하고, 그 이상에 대해선 22%(3억원 이상 27.5%)로 분리과세하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고, 올해 1월 시행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폐지됐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과세 대상이 아니었지만 증시에 부담이 된다는 여론을 넘지 못했다.

참여연대가 금투세 유예론자였던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지난주 금투세 도입 시점을 묻는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이 의원은 “코스피가 3000대 위로 안착하고 4000대를 가게 되면 시장 참여자들도 기꺼이 새로운 세금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난해 8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당시 코스피는 2600대였는데 참 많이도 올랐다. “대부분의 국가가 증시 상승기에 양도세를 도입했다”는 이 의원의 말처럼 지금이 금투세를 다시 추진할 적기다. 금투세 없는 코스피 5000과 금투세 있는 코스피 5000의 평가는 전혀 다를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자랑했던 선진 세제 금투세를 이재명 정부가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

서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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