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포기에…임은정 "누구든 각오하고 서명했으면 돼"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해 “항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 검사장을 포함해 서울중앙지검 소속 누구든 징계 취소 소송을 각오하고 항소장에 서명해 제출했으면 됐다”고 밝혔다.
임 지검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러 이유로 당분간 글을 삼가려 했으나, 관련 질문이 많아 짧게 입장을 밝힌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임 지검장은 “항소 포기 지시의 적법성 내지 정당성에 왈가왈부할 생각이 없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 관련 심우정 전 총장의 즉시항고 포기에 저런 반응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 아쉽고 안타깝다”고 했다.
아울러 “모해위증으로 기소하려 했던 엄희준 검사가 한 대장동 수사라 그 수사 과정과 결과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고 판결문조차 보지 않은 사건이라 항소 포기 지시의 적법성 내지 정당성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이 없었다”며 “정보공개소송을 통해 관련 결정문을 입수하는 대로 공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책임론 후폭풍…노만석 직무대행 사퇴 요구 확산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 이후 검찰 내부에서 노만석(사법연수원 29기)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향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평검사로 구성된 대검찰청 연구관들에 이어 참모진인 대검 부장(검사장급) 사이에서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날 이어졌다.
일선 검사장 18명이 집단으로 입장문을 내고 경위 설명을 요구했고, 고참 지청장 8명도 성명을 냈다. 검사 교육을 맡은 법무연수원 교수들도 잇따라 거취 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연수원 30~33기인 대검 부장들은 이날 오전 노 대행과의 회의에서 항소 포기 결정 경위와 법리적 판단에 대해 질의하며 격론을 벌였다. 일부 부장은 노 대행에게 직접 사퇴를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거취 문제에 관해선 부장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검사장과 지청장들도 이날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노 대행과 연수원 동기인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박영빈 인천지검장 등 검사장 18명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입장문에서 “일선 검찰청의 공소유지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검사장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또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내고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신임검사 교육담당 교수 일동도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검찰총장 권한대행께서 항소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 민간업자들인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 시한인 7일 밤 12시까지 항소하지 않았다.
대장동 사업은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시작했으며, 추진 도중 남씨가 불법 로비 혐의로 구속돼 한계에 봉착하자 대외 로비에 역점을 두고 영입한 기자 출신 김만배씨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들이 유 전 본부장과 결탁해 불법을 저질렀다는 게 1심 판단이다. 남 변호사는 대학 과 후배인 정민용 변호사를 성남도개공에 팀장으로 입사시켜 ‘내부자’로 만들었고 이들은 손발을 맞춰 비리를 저질렀다. 1심에선 징역형으로 유 전 본부장·김씨 8년, 남 변호사 4년, 정 회계사 5년, 정 변호사 6년이 나왔다.
노 대행은 전날 입장문을 내 항소 포기 결정 과정을 설명하면서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노 대행과 연수원 동기로,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중앙지검장은 별도 입장문에서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하지 못했다”며 사실상 반박했다.
정 장관은 이날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문답)에서 “항소를 안 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대검 지침 제시 여부와 관련해선 “다양한 보고를 받지만, 지침을 준 바는 없다. 여러가지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라는 정도의 의사표현을 했다”고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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