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대만 개입 시사에…中외교관 "목 벨 수 밖에 없다"

이승호 2025. 11. 1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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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0일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주재 중국 외교관이 “목을 벨 수밖에 없다” “민족적 궤멸” 등 극단적 표현을 동원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거칠게 비난했다. 최근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위기 상황 시 ‘집단 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가 해당 발언을 철회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일본 정부도 중국 측에 강하게 항의하면서 대만 문제가 양국 갈등의 뇌관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9일 X(옛 트위터)에 “‘대만 유사(有事·전쟁 등의 비상사태)가 일본의 유사 상황’이라는 것은 일부 머리 나쁜 정치꾼들이 선택하려는 죽음의 길”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10월 멀리 중국 푸젠성 샤먼시 해변이 보이는 대만 진먼다오에서 관광객이 중국군의 상륙을 막는 구조물 주변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면서 “일본 헌법은 차치하더라도 중일평화우호조약의 법적 의무를 위반하고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성과 중 하나인 대만의 중국 복귀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패전국으로서 이행해야 할 승복 의무를 저버리고 유엔 헌장의 옛 적국 조항을 완전히 망각한 매우 무모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성적으로 대만 문제를 생각해 패전과 같은 민족적 궤멸을 당하는 일을 다시 겪지 않기를 바란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쉐 총영사의 발언은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유사시는 일본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겨냥했다. 당시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대만의) 해상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오면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언가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도 가정할 수 있다”며 “전함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수반한다면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민간 선박이 늘어서서 지나가기 어려운 것은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하지 않겠지만, 전쟁 상황에서 해상이 봉쇄되고 드론이 날아다닌다면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며 “실제 발생 사태의 개별적, 구체적 상황에 따라 모든 정보를 종합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8일 X에 “멋대로 쳐들어온 그 더러운 목은 순간의 망설임 없이 벨 수 밖에 없다. 각오는 되어 있는가”란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지난 7일 중의원에서 대만 유사시 일본의 무력개입을 시사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X 캡처


산케이신문은 쉐 총영사가 8일 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보도한 아사히신문 기사와 함께 “멋대로 쳐들어온 그 더러운 목은 순간의 망설임 없이 벨 수 밖에 없다. 각오는 되어 있는가”라는 글도 게시했지만, 9일 저녁 이후 관련 글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쉐 총영사가 반발한 건 다카이치 총리가 현직 일본 총리로선 처음으로 대만에 무력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말한 존립위기 사태는 2015년 제정된 안전보장 관련법에서 새롭게 도입된 개념이다.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나 지역이 공격받아 일본이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한다. 존립위기 사태라고 판단되면 일본 정부는 집단자위권 행사를 명분으로 자위대를 동원한 무력행사에 나설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내부적으로 대만이 공격받을 경우가 존립위기 사태라고 판단해 왔지만, 외교적 파장 등을 고려해 공식언급은 자제해왔다. 안전보장 관련법이 통과됐던 2015년 당시 아베 신조 총리도 존립위기 사태의 예로 대만이 아닌 중동 호르무즈해협 기뢰 제거 등을 제시했다.


다카이치 “존립위기 사태 발언 철회 안해”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 측의 강한 반발에도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10일 “(존립위기 사태 발언은) 정부의 종래 견해에 따른 것으로 특별히 철회, 취소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한 경우를 가정해 말하는 것은 신중히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쉐 총영사의 글에 대해 “중국 측에 강하게 항의하고 조속히 삭제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외교관의 개인적인 글이 겨냥한 것은 대만을 중국 영토에서 분열시키려는 망상과 대만해협 무력 개입을 고취하는 잘못되고 위험한 발언”이라며 “일본이 즉각 중국 내정 간섭을 중단하고 도발과 선 넘기를 멈추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진나 2023년 8월 일본 자민당 부총재로는 51년만에 대만을 방문한 아소 다로 부총재가 차이잉원 당시 대만 총통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뒤 다음날 대만 대표로 APEC 회의에 참석한 린신이 대만 총통부 선임고문을 만나고, 이를 SNS로 공개하며 중국 측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런 행동엔 일본의 국익에 대만이 필요하다는 강경 보수층의 생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심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의 당선을 사실상 이끈 아소 다로 부총재(전 총리)가 있다. 그는 지난 2023년 8월 자민당 부총재로는 51년 만에 대만을 방문해 “유사시에 대만의 방위를 위해 방위력을 사용한다는 분명한 의사를 알리는 것이 (전쟁) 억지력이 된다. 일본이 솔선수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엔 대만이 중국에 넘어가면 오키나와에서 주일 미군과 함께 일본 자위대가 중국군과 직접 대치하고, 중동산 원유 대부분이 들어오는 대만해협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다. 미국을 대신해 동맹국이 대만 사태에 개입하기를 바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의중에 맞추려는 의도도 있다.


다케시마의 날 각료 참석은 확답 피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0일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의원 발언을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내년 2월 22일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기념식에 각료(장관급)를 참석시킬 것인가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명확한 입장 표명을 피했다. 그는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 때만 해도 각료가 참석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총리 취임 후 한일 관계 개선 기조를 유지하려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갈등 소지가 있는 발언을 삼간 것으로 보인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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