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을 보자: 제주–칭다오 직항 항로의 전략적 의미

정귀일 2025. 11. 1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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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귀일 한국무역협회 지속성장지원실장
정귀일 한국무역협회 지속성장지원실장

제주와 중국 칭다오를 잇는 직항 항로가 개설됐다. 현재 물동량이 충분하지 않아 제주도가 손실을 일정 부분 보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적자 노선'이라며 조기 중단을 주장한다. 지적은 가능하나, 이를 근거로 조기 중단을 주장하는 것은 항로 개설의 구조적 의미와 장기 효과를 간과한 근시안적 판단이다.

직항 항로 개설은 지난 반세기 동안 본토 물류에 종속돼 지불해 온 '보이지 않는 비용'을 상쇄하고, 독자적 해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그간 제주의 수출은 부산·인천 등 본토 항만에 의존해 왔다. 제주 생산품을 중국으로 보내려면 부산으로 육송한 뒤 재선적하는 복잡한 경로를 거쳐야 했다.

이 과정에서 컨테이너 1대당 물류비는 통상 200만 원을 넘었는데, 직항 항로를 이용하면 약 120만 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부산 경유 시 통관·하역·적재 대기로 3~5일이 더 걸리지만, 직항으로는 하루 반이면 도달한다.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일은 '시간이 곧 경쟁력'인 신선식품·수산물의 수출 경쟁력과 직결된다.

수출 실적은 변화의 조짐을 보여준다. 2025년 9월 누계, 제주 수출은 전년 대비 81.7% 증가한 2억 3987만 달러로 역대 최고 실적을 연이어 경신했다. 특히 같은 기간 중국 수출도 305.2% 급증해 1778만 달러를 돌파했다. 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3.6%를 기록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제주만이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점은 '제주-칭다오 직항 항로'의 미래 잠재력을 시사한다.

산업 육성의 방향도 분명하다. 첫째, 농수축산 가공식품이다. 중국의 중산층은 청정성과 안정성을 중시하며, 제주산 갈치, 조기, 감귤 과자 등 제주의 대표 품목은 이미 충분한 인지도를 쌓아왔다. 냉동·냉장 컨테이너의 안정적 운영은 이들의 수출 확대를 뒷받침한다.

둘째, 고부가가치 소비재다. 올해 1~9월, 제주 의약품의 대중국 수출은 503.5% 급증했다. 이와 같은 수출 증가 모멘텀은 물류 신뢰성과 리드타임 단축이 곧 시장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수입 구조의 왜곡도 바로잡아야 한다. 제주에서 소비되는 생활용품의 상당수가 중국산임에도, 상당 물량이 중국에서 직접 들어오지 못하고 부산, 인천, 평택 등을 거쳐 제주로 재수송된다. 이 과정에서 물류비가 30~50% 늘고, 배송은 최소 3일 이상 지연된다.

결국 제주도민이 사용하는 컵, 가전, 포장재, 건자재 등은 '육지 환적비'를 포함한 비싼 가격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는 제주가 본토 물류체계에 종속된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직항 항로는 이러한 왜곡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해법이다.

당장은 손익분기점 미달로 보조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신규 항로는 대체로 초기 저물량·손실을 거치며, 화물기반과 연계망이 갖춰질수록 수익 구조가 개선되는 선례가 다수다. 항만·물류 인프라는 한시적 사업이 아니라 지역 산업생태계를 떠받치는 기반 시설이다. 초기에 적자가 난다고 길을 막아 버리는 것은, 갓 놓은 도로에 차량이 적다고 폐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책의 성패는 단기간의 손익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 달려 있다. 이번 항로는 이제 막 걸음을 뗀 아이와 같다. 아이가 설 수 있을 때까지는 보호와 투자가 필수다. 갓 태어난 아이가 아직 걷지 못한다고 아이를 포기할 수는 없다. 제주도와 도민의 인내와 투자가 이어진다면, 이 항로는 일본 규슈·부산항과의 환적까지 연계한 동북아 항만 네트워크의 한 축으로 성장할 여지가 있다.

제주는 육지의 종속항이 아니라 세계로 향하는 해양도시로 도약해야 한다. 지금은 50년간 잃었던 바다를 되찾는 첫걸음을, 냉정한 수치와 일관된 전략으로 뒷받침할 때다. <정귀일 한국무역협회 지속성장지원실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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