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검사부터 검사장까지 폭발…‘항소포기’ 파문, 검란 조짐
노만석 "제 책임 하에 항소 안 한 것"
지난 7일 오전 12시 대장동 민간업자들 사건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 직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수사·공판 실무진부터 초임 검사, 간부급까지 잇따라 반발 글이 올라왔다. '수천억대 범죄수익 환수 길을 스스로 닫았다'는 성토와 함께, 결정 경위 공개·지휘부 책임론까지 정면으로 제기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장동 사건 수사와 공판을 담당했던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지난 9일 이프로스에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고 썼다. 그는 "1심 재판부는 유사 사례의 법리만을 토대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를 무죄로 선고하면서 추징하지 않았다"며 "항소 포기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의 중요 쟁점(재산상 이익 취득 시기 등)에 대한 상급심의 판단을 받을 기회조차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검 차장께서 금요일 밤늦게까지 그토록 심도 있게 종합적으로 고려하신 기준이 무엇인지, 중앙 검사장께서는 수사·공판팀이 작성한 항소 취지 '공심'(공소심의위원회)에 결재하셨음에도 금요일 23시 30분 이후 번복하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2025년 11월 8일 0시 검찰은, 그리고 진실은 죽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한 '대장동 일당'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다. 피고인 5명은 모두 항소했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만 항소할 경우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더 높은 형을 선고할 수 없다. 검찰은 1심에서 부당이득 7886억원 전액 추징을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뇌물액 473억3200만원만 추징했다.
대장동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내부망 글에서 "일부 무죄가 선고된 부분에 대해 법리 오해 및 사실오인을 항소이유로 상급심 판단을 구하는 것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천문학적 금액에 해당하는 범죄수익의 환수 문제"라며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박경택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장도 내부망에 글을 올렸다. 그는 "공소 유지 업무의 실무책임자인 공판부장으로서 항소가 타당하단 결론을 가졌음에도 관철시키지 못해 선후배 검사들에게 죄송하다"며 "(항소 기한) 만기날인 11월 7일까지 대검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지만 당연히 승인이 날 것이라 믿고 항소장 등에 최종 결재 도장을 찍은 후 직원을 법원에 대기시켰다"고 했다. 이어 "대검 차장이 항소 포기를 지시했으며 검사장님도 항소 포기를 결정했다는 말씀을 들었다"며 "만 이틀이 넘는 시간 동안 단지 기다려달라고만 하다가 만기 불과 몇 시간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항소를 포기하란 지시를 하는 것이 과연 실무를 책임지고 결정을 내린 검사에 대한 조금의 존중이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초임 검사도 가세했다. 천영환 울산지검 검사는 "수사 검사와 공판 검사의 항소 제기 만장일치 결정에 법무부와 대검이 반대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국민에 대한 배임적 행위를 한 법무부 장관과 대검 수뇌부의 사퇴를 요구한다"고 썼다. 그는 "법률과 적법 절차에 의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법무부와 대검이 특정인들을 법률과 재판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도 했다.
검사장급의 강경 메시지도 확인됐다. 전주지검장을 지낸 박영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등 검찰 지휘부에 "사퇴하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의 지휘권은 따라야 하고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중앙지검장과 협의해 제 책임하에 숙고 끝에 항소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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