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지호 2025. 11. 1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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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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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오늘] 정은기 '기분 탓'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기자말>

[이지호]

기분 탓
- 정은기

눈물이 부쩍 많아졌어요

바다가 가까워질수록 하늘은 더 밝아집니다 기분 탓이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땐
돌아앉아 사물의 그림자에 몰두합니다

초원을 달리는 개들은 점점 사나워졌습니다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면서
개가 되고 있는 중입니다

그림자 속에서 우리의 걱정은 얇은 종이가 됩니다

말하는 방법을 잊을 것 같아서 둥근 식탁에 둘러앉아 오늘의 대화를 남겨 두었습니다
조금은 싱거운 미역국처럼 우리는 매번 목적지를 바꾸어 가며 환승합니다 승차권처럼,

세수하는 얼굴은 오늘의 방향을 묻습니다
버스는 방금 전에 출발했고요 우리의 대화는 아직 정차 중입니다

어디쯤에서 만날까요 눈물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면서
방파제가 되고 있는 중입니다

뒤통수는 얼굴로부터 너무 먼 곳에 누워 있습니다 나의 등을 거쳐 다시 나에게 돌아오기까지
그리움은 계속해서 반환점을 돌고 있어요

우리는 여전히 정체 중입니다 점점 멀어지면서 결국에는 만나겠지요
어디쯤에서 기다릴까요
나라는 복수
복수의 나는,

그림자 속에서만 우리는 가까워집니다

출처_시집 <우리는 적이 되기 전까지만 사랑을 한다>, 걷는사람, 2024
시인_정은기 : 200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우리는 적이 되기 전까지만 사랑을 한다>가 있다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면서, 우리는 서로의 그림자 속에서만 만난다.
ⓒ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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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눈물이 부쩍 늘어나는 계절이다. 고단함이 물씬 풍기는 고백. 섬세한 고백이다. 나의 고백이고 한 남자의 고백이며 당신의 고백이다. 일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을 때 나는 그림자를 매개로 또 하나의 나를 만난다.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현대인들은 점점 사나워졌다. 말하는 방법을 잊을 정도로 소통할 상대가 없다. 걱정과 내적 갈등 속에 마음은 어지럽다. 아침마다 세수하며 "오늘의 방향을 묻"지만 대답이 없다.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면서 그리움이 계속된다. 이 모든 건 기분 탓일까? 한 방울 눈물이 살짝. 가을은 가을이다. (이지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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