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의 이코노믹스] 서울 요지에 저렴한 대규모 분양시장 열어 수요 흡수해야
시장 왜곡 야기하는 부동산 대책 개선 방안은

이런 상황 속에 올해 여름 정부와 서울시는 네 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6·27 대책’의 주요 내용은 주택가격에 상관없이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으로 제한하는 것이었다. 초기엔 성과가 클 것처럼 보였으나, 이미 시장 참여자들은 수퍼 사이클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수요 억제 정책인 6·27 대책의 한계는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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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아파트, 수퍼 사이클 진입
정부·서울시, 네번의 대책 발표
대출 규제·토허제 등 수요 억제
자본 축적 약한 중산층에 직격탄
반쪽짜리 공급 대책 효과 제한적
실효성 있는 부지 개발 모색해야
」
6·27 대책의 효과가 약해지자 정부는 ‘9·7 대책’을 발표했다. 공급 대책인 9·7 대책에는 135만 호 착공 계획이 담겼다. 토지를 공공이 빠르게 확보하고, 민간건설회사가 아파트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분양한다는 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 문제의 진앙지가 서울임을 고려할 때, 9·7 대책의 문제점은 주요 토지가 경기도권에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 핵심 지역이 빠진 반쪽 대책이었다. 핵심 수요가 밀집한 권역을 비껴간 이상 정책의 기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9·7 대책의 실효성 논란이 커지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9월 말에 “대단한 정책이 나올 것”이라 했고, 이어 발표된 서울시의 ‘9·27 대책’의 핵심은 기존 사업지 물량에 130%의 용적률을 더해 31만 호를 2031년까지 착공한다는 것이었다. 이 구상은 기존의 재건축·재개발지구 주택 24만 호를 6년 안에 철거(멸실)한 뒤 2031년 이후 준공하겠다는 것으로, 대규모 멸실을 전제했다. 강남구 세대수가 23만 호임을 고려할 때, 강남구보다 더 큰 규모를 일거에 없애는 경우의 후폭풍은 자명하다.
전세·월세 폭등은 인플레이션과 아파트·빌라 공급 급감, 그리고 향후 부족 인식이 맞물린 결과다. 결국 공급 부족은 임대료를 먼저 자극한다. 전세의 급등은 월세로도 파급되고, 체감 임대 부담을 빠르게 높인다. 그런데 현재도 서울시 내 공급이 부진한 상황에서 더 많은 주택을 없애면 단기간 전·월세 대폭등은 불가피하다.
임대료 상승 자극하는 공급 부족
9·27 대책의 한계가 드러난 뒤 정부는 ‘10·15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주택담보대출을 더욱 옥죄는 것으로, 15억원 이하는 6억원, 15억~25억원은 4억원, 25억원 이상은 2억원으로 설정했다. 이에 더해 서울시 전역과 경기도 12개 도시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설정했다. 이는 어떻게든 시장 참여 수요를 억제하려는 조치로, 당연히 시장 왜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부동산 대책을 요약하면 이렇다. 정부의 6·27 대책과 10·15 대책은 수요 억제 정책이고 정부 9·7 대책과 서울시의 9·27 대책은 공급 정책이다. 위 정책이 내포한 근본적인 문제점은 심각하다.
6·27 대책과 10·15 대책의 수요 억제 정책은 일견 모든 시장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산이 있는 계층이나 주변 지인과 친지를 통한 사금융이 가능한 계층에는 타격이 적다. 반면 대기업에 다니며 일정한 급여는 받지만 부유하지 않은 부모를 둔, 소위 ‘대기업 흙수저’는 주택시장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금융 접근성 제한은 자본 축적이 약한 중산층·서민에 직격탄이 된다.
10·15 대책의 경우 생애 첫 주택구매자는 여전히 LTV(담보인정비율) 70%를 받을 수 있지만, 무주택자에는 LTV 40%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잠김 효과와 주거 이동성 제약이라는 문제점을 야기한다. 유치원생 자녀가 있는 3인 가구가 더 큰 평형으로 이사하거나, 본인 직장을 경기도에서 서울로 옮기는 등 생애 주기·직장 여건 변화로 주택 이동이 불가피한 이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이 자기 주택을 팔고 일시적으로 무주택자가 돼 LTV 40% 적용을 받게 된다면, 수억 원의 자금이 더 필요하게 될 수 있고 이 경우 이들은 기존 주택을 매도하고 새로운 주택으로 이사 가는 꿈을 버리게 된다.
수요 억제, 잠김 효과로 매물 줄여

따라서 수요 억제는 잠김 효과로 매물 수를 급감시킨다. 과거 100채 정도 매물이 나오던 시장에 30채만 나온다면, 잠김 효과로 30채만 거래되는 상황에서 거래 가격은 정상적 균형을 벗어나 특이한(outlier) 값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작금의 시장이 매수자 우위 시장이라면 그나마 하락 거래가 나올 수 있으나, 매도자 우위 시장이라면 특이한 신고가가 발생할 수 있다. 필자가 주택 시장 참여자와 중개인들과 인터뷰한 결과, 현재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고 매도자들은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다. 실제로 강북 지역 25평대에서는 가격 상승이 관찰되고 있고, (거래량 감소에도) 25억원 이상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상승세다.

또한 이런 수요 억제 정책은 주거 이동성을 막는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개인의 선택, 특히 주택 이주 같은 중대한 결정을 얼마나 숙고 끝에 내리는지를 떠올리면, 그 선택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무리한 LTV 40% 규제는 시민들의 거대한 반발에 직면했고, 결국 현재는 70%로 원복됐다.
공급 대책인 정부의 9·7 대책과 서울시의 9·27 대책의 문제 역시 심각하다. 정부는 서울 극히 일부 지역과 경기도 일대 공급 정책을 발표했고, 서울시는 서울 내부 공급을 이야기했다. 두 대책이 공급에 대한 내용을 담았지만 시점과 방향이 엇갈려 국민을 안심시키지 못했다. 시국이 상당히 위중함에도 서울시와 중앙 정부 간 커뮤니케이션 부재는 향후 심각한 부정적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
‘1기 신도시 계획’의 성공 기억해야
현재 같은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수요 정책은 작동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때도 그랬다. 정부가 매달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지만 가격은 상승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가격을 잡는 유일한 방법은 공급 대책이다. 그러나 아파트는 빵이 아니기에, 바로 다음 날 공급은 불가능하다. 최소 7년에서 평균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따라서 지금 가능한 유일한 방법은 ▶국가가 내일이라도 확보 가능한 국·공유지를 대상으로 ▶민간 브랜드 아파트를 ▶시세보다 10~20% 저렴하게 ▶대규모로 공급하는 분양시장을 여는 것이다.
즉, 대규모 분양시장을 빨리 열어 기축 수요를 분양시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어떤 수요자가 10억원의 33평 아파트를 매입하려는데, 바로 옆 동네에 3~4년 뒤 입주 가능한 동일 브랜드 아파트를 8억원에 분양한다면, 합리적 소비자는 더 싼 양질의 아파트 입주를 위해 3~4년을 참을 용의가 충분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성공 사례를 이미 두 차례 확인했다. 노태우 정권은 1988년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기에 제1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해 거대한 분양시장을 열었고, 1991년부터 분당 등 신도시 입주가 시작됐다. 강남 가격은 1990년부터 1996년까지 하락했다. 이명박 정권의 보금자리주택도 강남권 그린벨트를 풀어 2010년 분양, 2014년 전후 입주를 이끌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은 거대한 분양시장을 여는 것으로, 그 토지는 서울 시내 요지와 서울시 인근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서울시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서울시가 발표하는 공급 가능 토지 리스트에는 용산정비창 부지와 상암동 랜드마크 부지 등이 항상 빠져 있다. 특히 용산정비창 부지가 국토교통부 산하 코레일 부지임에도, 정부와 서울시 발표에서 항상 빠지는 이유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현재 서울시 안은 용산정비창 부지에 압도적 규모의 오피스 물량을 집어넣는 것으로 아파트 물량은 고작 3500세대(오피스텔 2000호 별도)에 불과하다. 오피스 물량을 과도하게 잡아선 안 된다. 현재 오피스 시장은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와 인공지능(AI)·플랫폼 확산으로 인한 노동력 대체가 심각해, 해외 주요 도시의 공실률이 20%에 이른다.
서울, 오피스 대신 아파트 공급 늘려야
게다가 서울 오피스 시장은 2030년 전후로 서울역 북측과 세운지구에 막대한 물량 공급이 예정돼 있다. 이미 공급 폭탄이 우려되는 만큼 용산정비창 부지의 오피스 물량은 대폭 줄여야 한다. 용산정비창 부지의 경우 용적률 1000%를 가정할 경우 토지가 15만 평이기에 연면적 150만 평의 건물 공급이 가능하다. 이 중 오피스를 3분의 1(50만 평) 정도로 제한하면 100만 평 규모의 아파트 공급이 가능하다. 공용면적 등을 제외하면 25평대 아파트 2만 채를 지을 수 있는 부지다.
국민은 심란하다. 수요 억제 정책으로 금융 접근성을 옥죄면서 자산이 부족한 계층이 차별적 대우를 받게 됐고, 실제로 필요한 공급은 10년 후에나 가능하다. 그나마 제대로 된 분양 물건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서울시와 중앙 정부의 손발은 맞지 않는다. 서울의 유수한 부지 중 가장 가능성이 큰 용산정비창 부지와 상암동 랜드마크타워 부지조차 거론하지 않는 현실에선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답이 이미 나와 있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손짓을 계속한다면, 머지않아 더 거대한 분노가 우리 앞에 밀려올지 모른다.
김경민 서울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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