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세트장과 팝업스토어는 어떻게 처리될까? 충격적 진실 [ESG 세상]
[안치용, 문정인, 이민경, 이윤진 기자]
팝업스토어(Pop-up store)는 단기간 운영하고 사라지는 이벤트성 임시매장으로 잠깐 떴다가 사라지는 '인터넷 팝업창'과 같은 맥락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팝업스토어는 마케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으며, 짧은 기간에 화려하게 소비되었다가 폐기물을 남기며 사라지고 있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팝업스토어 중개사 스위트스팟에 따르면 2005년 상반기에만 1500개가량의 팝업스토어가 운영된 것으로 추정되며, 실제 개설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1]
불행히도 팝업스토어의 증가는 곧 폐기물의 증가를 의미한다. 단기간 운영되는 팝업스토어 특성상, 기획 의도에 맞춰 제작된 매장과 전시물은 운영 종료 후 대부분이 폐기된다.[2] 이 또한 정확한 통계가 없으나 팝업스토어가 밀집된 서울 성동구의 사업장 일반폐기물 배출량이 2019년 389톤에서 2022년 518.6톤으로 증가한 것에서 간접 확인된다.[3] 면적당 팝업스토어 및 전시회 폐기물의 배출량은 9㎡ 면적 당 270kg, 36㎡가 넘을 땐 대략 1톤인 것으로 나타났다.[4]
이 폐기물은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는다. 내부 인테리어 구조물과 일회성 조형물은 저렴한 합판과 목공용 스테이플러로 제작되어 해체 과정에서 파손이 불가피하다. 법적으로 건설폐기물이 아닌 일반폐기물로 분류되기에 별도의 처리 규제가 없으며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된다.[5]
폐기물의 종류에 따라 분리배출을 통해 충분히 재활용할 수도 있지만, 현재 제도가 미비해 제대로 대처하기가 어렵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일일 배출량에 따라 폐기물의 종류가 구분된다. 일일 배출량이 300kg 이상이거나 철거 시 총 5톤 이상의 폐기물이 나오면 사업장 비배출시설계 일반폐기물로 처리되지만, 그 미만이면 생활폐기물로 분류된다.
전자는 운영 기간과 상관없이 환경부에서 제공하는 '올바로시스템'을 통한 신고 대상에 해당한다. 분리배출, 해체, 중간처리 등 재활용을 유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존재하는 셈이다. 팝업스토어 철거물은 배출량이 많지 않아 사업장폐기물로 분류되지 않기에 '올바로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인다.[6]
공연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작품이 끝난 후 세트는 철거되며, 상당수의 구조물이 보관상의 문제로 폐기물이 된다. 따라서 팝업스토어나 공연 세트장은 자재의 재활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설치 단계부터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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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드웰러의 제품을 이용한 로드샵 팝업스토어 마뗑킴(Martin Kim) |
| ⓒ 빌드웰러 |
빌드웰러 관계자는 "대여 금액이 구매가와 비슷해지면 구매를 추천하며 한 번 구입하면 대략 3년 정도는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일회용 자재를 이용한 인테리어 디자인, 시공, 철수, 폐기물 처리 등 총비용이 3.3㎡당 200만~250만 원[9]인 것을 감안하면 빌드웰러 자재를 사용하는 게 기업체 입장에선 이익인 셈이다.
빌드웰러는 서울에 있는 가구 제작사이다. '스토어 모듈러 시스템'을 기반으로 집기 및 구조물을 대여해주는 '팝업 솔루션'과 브랜드 공간을 제작하고 변형하는 '브랜드 키트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토어 모듈러 시스템'은 부품(구성요소)을 볼팅 방식으로 조립하여 작은 소품부터 가구나 가벽, 부스 같은 거대한 구조물도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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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상소품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물품들 |
| ⓒ 리스테이지 서울 |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공연계의 변화 시도로는 공연물품 공유 플랫폼 '리스테이지 서울'을 들 수 있다. 2023년 10월에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의 합작으로 문을 연 이곳은 공연물품 대여, 위탁 거래가 가능한 온오프라인 플랫폼이다. 서울연극창작센터와 강북구에 두 개의 창고를 운영 중이며, 서울연극창작센터의 의상소품창고에 5000여 점의 의상과 소품을 보유하고 강북구의 대도구 창고엔 무대 세트나 가구 등을 구비했다.
대여료는 물품 가액의 1.5~5%로 저렴하게 책정되며, 일부 물품은 무료로도 빌릴 수 있다. 대여 가능 기간은 최대 30일, 물품 수량에는 제한이 없다. 소품, 의상, 잡화, 합판과 평판, 바닥과 매트도 재고가 있는 한 대여된다. 쓰지 않는 공연물품의 위탁도 가능하다.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운영자가 검토 후 승인한다. 그 후 오프라인 창고를 방문하여 위탁하는 방식이다. 위탁기간은 최소 3년부터 최대 5년까지로 창고가 없는 극단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
'공쓰재(공연 후 쓰고 남은 무대 소품, 세트 재활용이란 뜻)'는 '스탭서울'에서 주관하는 공연쓰레기 재활용 커뮤니티다. 2013년 2월에 서울시 지정 공유 기업으로 선정되어 개장하여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13] 지난 4월에 공쓰재가 리스테이지서울과 협력하여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 앞에서 '공쓰재 플리마켓'이 열렸다. 공연 후 쓰고 남은 물건을 판매·나눔하거나 공연예술인의 취미생활, 부업(캐리커처, 심리상담, 타로·운세 등) 코너를 마련하였다.
공쓰재는 대학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무대 세트·소품을 재활용하거나 교환한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필요한 공연팀에 무료로 대여하기도 한다. 공쓰재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서 실시간으로 나눔 중인 공연 인테리어 자재를 확인할 수 있다. 파이프와 철제 배너, 다리막부터 테이블과 우체통 같은 인테리어, 토탄이라 불리는 블랙피트까지 나눔 물품에 제한이 없다.[14]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그린뉴딜가이드북'을 통해 친환경 공연 제작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환경 친화 소재를 적용하는 방법부터 폐자원을 분해, 분류하고 소재은행에 공급하기, 업사이클링을 접목한 콘텐츠 제작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무대 세트에 국한하지 않고 친환경 용지와 잉크를 이용한 인쇄물 지침을 포함한다. 100% 사탕수수 용지나 재생용지를 활용하고 식물성 콩기름 잉크를 사용하여 환경 보호를 실천하도록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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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메이징 오트 카페’ 팝업스토어의 친환경 인테리어 매일유업 |
| ⓒ 매일유업 |
2024년 4월 6일~5월 5일 서울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열린 팝업사이클링 기획전시 '포레스트(FORREST展)'처럼 팝업스토어 인테리어 자재를 폐기물로 처리하는 대신 설치미술로 재탄생한 사례도 있다. 팝업스토어나 일회성 오프라인 행사에서 발생한 폐자재를 재구성하여 예술적 가치를 부여한 설치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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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활용 인테리어를 활용한 ‘코치토피아’ 팝업스토어 |
| ⓒ 코치토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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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문과 패널을 재사용한 ‘모모 숍’ 팝업스토어 |
| ⓒ 앤디 통 디자인 |
앞으로는
팝업스토어 폐기물에 관한 방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 성동구청 관계자는 "팝업스토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대부분 5톤 미만의 공사장 생활폐기물로 현행 법령상 의무화한 폐기물 신고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확한 폐기물 발생량 확인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성동구는 법령과는 별개로 '성동구 폐기물 관리 조례'를 개정하여 5톤 미만 폐기물도 신고토록 하고 있으며, 향후 팝업스토어로 인한 폐기물 발생량 모니터링을 통해 폐기물 감량 및 적정 처리가 가능하도록 관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성동구청은 팝업스토어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성동형 팝업 매뉴얼'을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다. 성동구청은 "팝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관련 사항을 인지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팝업스토어 중개 플랫폼, 기업 등과 연계한 공공 팝업 등 협업 사업, 팝업스토어 운영 단계별 필요 사항을 안내하는 팝업 매뉴얼 개정판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폐기물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얼만큼 발생하고 있는지 자세한 자료치가 밝혀지고 시민에게 알려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필요하다면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를 인식하는 단계를 넘어 제도적 대응과 지속가능한 설계 과정의 정착이 필요할 때다.
글: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문정인·이민경 기자(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윤진 SDG경영연구소장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SG비즈니스리뷰에도 실립니다. [1] 스위트스팟(2025.03.31.접속), 2024 팝업스토어 트렌드 리뷰 [2] 안주미 and 최익서. (2024). 지속가능한 전시 디자인 가이드라인 비교연구 - 해외 박물관의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 한국공간디자인학회 논문집, 19(5), 131-142. [3] 서울특별시, 서울특별시통계 [4] 김도완, 임병란 and 배재근. (2025). 팝업스토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관리체계구축 방안 연구. 환경정책, 33(1), 97-117. [5] 공건우, 팝업스토어는 죽어서 쓰레기를 남긴다, oncuration(2023.11.22.) [6] 김도완, 임병란 and 배재근. (2025). 팝업스토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관리체계구축 방안 연구. 환경정책, 33(1), 97-117. [7] 곽주현,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보관 못하면 뜯겨 사라지는 무대, 한국일보(2023.07.05), [8] 빌드웰러 홈페이지 [9] 이인혁, "성수동 팝업 임대료는 부르는 게 값"… 건물 한채 빌리면, 1주일 1억 각오해야, 한국경제(2023.12.14) [10] 빌드웰러 홈페이지. www.builddweller.com [11] 곽주현,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보관 못하면 뜯겨 사라지는 무대, 한국일보(2023.07.05) [12] 리스테이지 서울, www.restageseoul.or.kr [13] 스탭서울, www.staffseoul.com/ [14] 공쓰재 공식 페이스북 [15]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그린뉴딜가이드북"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발간자료, 2021.5.28. [16] 매일유업 공식 유튜브 [17] 돈의문박물관마을 홈페이지 [18] Ali Morris, "Studio XAG creates fixtures for Coach pop-up using discarded leather scraps" , dezeen(2023.11.21) [19] REFRESH. https://refash.in/blogs/blog/sustainable-pop-up-sto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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