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재 왕국 한국의 수출지도…“반도체가 중간재 수출의 23%”

김수민 2025. 11. 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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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 완성품 생산에 투입되는 부품·소재인 ‘중간재’의 교역 비중이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줄며 수출국 다변화는 진전됐지만, 반도체 등 특정 품목 쏠림은 더 심화했다는 분석이다.

9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발표한 ‘우리나라 중간재 수출·입 집중도 국제비교와 시사점’에 따르면, 한국 수출과 수입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7.6%, 50.5%로 분석됐다. 수출 비중은 영국(57.1%), 미국(53.6%), 일본(53.5%), 독일(48.5%) 등 G7 국가보다 모두 높았고, 수입 비중 역시 독일(48.9%), 이탈리아(47.4%)를 웃돌았다.

경총은 한국이 소재·부품을 수입한 뒤 이를 반도체·2차전지·석유제품 등 다른 완제품 생산에 쓰이는 중간재로 가공해 수출하는 산업 구조에 특화돼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의 수출 상위 3개 품목은 D램·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반도체(720억 달러), 중앙처리장치(CPU) 등 프로세서·컨트롤러(359억 달러), 경유·등유 등 석유제품(347억 달러)이다. 자동차(독일·일본), 항공기(프랑스), 의약품(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 최종재 중심 수출국이나 원유나 가스 등 1차 자원 자체를 수출하는 미국·캐나다와는 무역 구조 자체가 다르다.

최근 5년 사이 중간재 교역의 국가 집중도는 하락했다. 국가 집중도는 중간재 교역이 일부 국가에 얼마나 몰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편중이 심하다는 의미다. 한국의 중간재 수출국 집중도는 2019년 1164포인트(p)에서 지난해 1007p로, 수입은 같은 기간 1149p에서 1126p로 각각 하락했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줄고 교역 대상이 다변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수출 비중에서 중국(28.2%→23.7%)이 줄고, 미국(10.6%→14.2%)이 늘었다. 경총은 “대미 해외직접투자가 늘면서 미국 현지에 위치한 한국 기업 공장이 한국산 중간재를 직접 조달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미국에 생산 거점을 세우면서도 주요 부품과 소재를 본국에서 공급받는 ‘내부거래형 수출 구조’가 강화된 셈이다.

반면 품목별 집중도는 더 높아졌다. 우리 중간재 수출 품목 집중도와 수입 품목 집중도는 최근 5년간 340p에서 419p, 210p에서 300p로 각각 상승했다. 교역 대상국은 넓어졌지만, 거래 품목은 더 좁아진 구조다. 중간재 수출 품목별 비중을 보면 D램·HBM 등 메모리(15.6%), 프로세서·컨트롤러(7.8%), 석유제품(7.5%) 순으로, 반도체 제품이 23% 이상을 차지해 품목 편중이 뚜렷했다. 수입 품목에서는 프로세서·컨트롤러(10.2%), 천연가스(9.2%), 메모리(6.3%)가 주요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한국은 중간재 교역 의존도가 높아 다른 국가의 핵심 부품 통제나 제3국 간 무역 분쟁이 발생하면 주요 선진국보다 생산 차질 위험이 크다”며 “수출 시장과 수입선 다변화, 핵심 기술 내재화, 국내 생산기반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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