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스택 vs 파트너십…엇갈린 플라잉카 투톱 [미장 보석주]
SF(공상과학) 영화에서 보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 상용화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플라잉카(flying car, 잠깐용어 참조)로 불리는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 개발에 속도가 붙으면서다. 혁신적인 서비스인 만큼 시장도 성장세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까지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시장 규모가 1조5000억달러(약 18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는 플라잉카 시장이 커졌을 때를 대비해 시장을 선점 중인 기업들에 주목한다. 대표적인 기업이 조비에비에이션(이하 조비)과 아처에비에이션(이하 아처)이다. 재밌는 포인트는 두 곳의 사업 전략이 극명하게 상반된다는 점. 조비가 모든 걸 직접 만들어 ‘제국’을 세우려 한다면 아처는 ‘효율화’에 초점을 맞췄다. 현시점에서 시장은 조비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올해 1월 2일 8달러였던 조비 주가는 10월 29일 17달러를 기록 중이다. 반면 같은 기간 아처 주가는 9달러에서 11달러로 오르는 데 그쳤다.

아처는 자본 효율화 초점
조비는 일종의 풀스택(Full-stack) 전략을 펼친다. 기업이 제품 또는 서비스를 구성하는 전 과정을 스스로 통제·운영하는 형태다. 조비는 플라잉카 설계부터 생산과 운영까지 모든 걸 직접 한다는 방침이다. 생산 공장도 만들었다. 캘리포니아 마리나 공장은 확장을 완료해 연간 24대 생산이 가능하다. 또 지난해 오하이오주 데이턴 공항 내 제조 시설까지 인수했다. 연간 500대 생산이 목표다. 공정 간소화 등의 생산 관련 역량은 토요타의 힘을 빌렸지만 생산 자체는 직접 하겠다는 의지다.
풀스택 전략은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다. 단점은 대규모 비용 발생이다. 조비가 하려는 건 플라잉카 운영을 위한 플랫폼과 제조 부문을 통합한 일이다. 인력 확보나 각종 생산·운영 최적화에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다만 상용화에 성공하고 풀스택 전략이 자리 잡으면 수익 전체를 본인들이 가져갈 수 있다. 마치 테슬라가 단순히 설계뿐 아니라 제조와 인프라·영업 네트워크까지 모두 관리해 순식간에 전 세계 선두 기업으로 자리 잡은 것과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조비는 현재 6대의 시험용 플라잉카를 운용 중이다. 미국과 일본, 한국 등에서 약 4만마일(약 6만4000㎞)의 시험 비행을 완료했다. 최근에는 캘리포니아 마리나 공항과 몬테레이 공항 사이를 운항하며 기존 항공기와 함께 날아다니는 것도 시험했다. 연이은 시험 운행은 FAA(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미국 연방항공청) 인증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FAA 인증은 비행기가 안전 기준을 충족하고 설계대로 작동하는지 정부가 공식 확인해주는 과정이다. 인증이 없으면 상업적인 여객 운송을 할 수 없다. FAA 인증은 스테이지1부터 스테이지5까지 총 5단계로 구성된다. 조비는 현재 4번째 단계로 2026년 상용화가 목표다. 조벤 베버트 조비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4단계에서 70% 정도를 완료했다”며 “여러 대의 항공기를 동시에 운행하는 건 인증 시험 속도를 높이고, 2026년 첫 승객을 태우는 계획을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아처는 ‘자본 효율화’에 집중한다. 일종의 분업화다. 아처는 항공기 설계와 개발에 집중한다. 생산은 자동차 제조 업체인 스텔란티스에 맡긴다. 양사 협업은 2023년 시작됐다. 스텔란티스는 ‘독점 생산권’을 확보하고 아처에 1억1000만달러(약 1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해 7월에도 5500만달러(약 780억원)를 추가 투자했다. 덕분에 아처는 상대적으로 재무 건전성이 뛰어난 편이다.
조경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스텔란티스 파트너십을 통해 대규모 생산 역량과 업종 내 가장 우수한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2025년 2분기 기준 17억2000만달러(약 2조4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비 현금성 자산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2분기 기준 조비의 현금성 자산은 9억9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다. 7억달러 이상 차이다. 조경진 애널리스트는 “아처의 2025년 예상 캐시 번(Cash burn·보유 현금을 소진하는 현상)은 약 6억8000만달러로 높은 편”이라면서도 “현재 현금으로 2년 이상 운영 가능한 상황이라 단기적 유동성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인프라 부문에서도 협업을 택했다. 아처는 자사 플라잉카 ‘미드나이트’를 활용해 맨해튼 지역과 인근 공항들을 연결하는 걸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자동차로 1~2시간 걸리는 이동 시간을 단 5~15분으로 단축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유나이티드항공과 협업 중이다. 항공 인프라를 활용하고 공항과 헬리패드에 버티포트(Vertiport·플라잉카용 정류장)를 설치하려면 별도로 네트워크를 만들기보다 유나이티드항공과 협업하는 게 효율적이란 판단에서다.
유나이티드항공도 협업에 긍정적이다. 2021년에는 총 200대 규모 플라잉카 주문 계약(최대 15억달러 규모 추정)도 진행해 힘을 실어줬다. 아처는 이 같은 협업뿐 아니라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독일 플라잉카 업체 릴리움(Lilium)의 특허 300여건을 사들였다. 인수 규모는 1800억유로(약 300억원)다. 아처 측은 “이번 특허가 고전압 시스템, 비행 제어, 덕트 팬, 첨단 항공 설계 등 플라잉카 부문 핵심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처의 경우 상용화와 직결된 FAA 인증 속도가 조비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명확한 단계 언급이 없어 불투명하단 지적도 있다. 애덤 골드스테인 아처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4번째 단계(스테이지4)와 마지막 단계(스테이지5)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아처의 FAA 인증 속도를 스테이지3 마무리 국면 정도로 예상 중이다.
방산 부문에서도 맞붙는다
‘투트랙’으로 넓힌 아처
플라잉카 경쟁은 민간 교통을 넘어 ‘방위 산업(이하 방산)’에서도 펼쳐진다. 서로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다. 방산 부문에서는 플라잉카를 전략 자산으로 활용할 여지가 많다. 플라잉카는 소음과 발열이 상대적으로 적고, 긴 활주로도 필요하지 않은 만큼 정찰, 의무 후송, 수송 지원 등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라잉카 제조사 입장에서는 민간 교통 상용화는 불확실성이 크다. 인증 조건도 까다롭고 각종 규제가 남아있어서다. 반면 방산은 안정적으로 매출을 낼 수 있는 분야다.
당초 방산 분야에 적극적이던 곳은 조비다. 2016년 미 국방부 계약을 기점으로 긴밀한 협업을 이어왔다. 2023년에는 최대 9대의 플라잉카를 인도·운영하는 1억3000만달러 규모 계약도 맺었다. 조비도 기회가 될 때마다 이 점을 강조한다. 조벤 베버트 CEO는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방산은 조비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선도적 지위를 지니고 있다”며 “정부 고객 시설에 eVTOL(플라잉카)을 납품한 최초이자 유일한 기업이고 2026년에는 정부와 함께 실제 시연 계획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방부는 2026년 예산안에서 무인·원격 조종 항공기 개발에 94억달러를 배정 중인데, 조비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처는 최근 도전장을 내밀었다. 2023년 미 공군과 1억4200만달러 규모 계약이 시작점이다.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국방 자문 위원회를 신설해 방산 전문가들의 요구사항을 사업에 반영 중이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아처 디펜스’라는 방산 전담 사업부서를 만들었다.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과의 협업도 주목할 지점이다. 아처와 안두릴은 지난해 12월 파트너십을 맺고 군사용 하이브리드 eVTOL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조경진 애널리스트는 “아처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 건전성을 앞세워 상업용 eVTOL 사업뿐 아니라 방위 부문까지 동시에 투자를 진행,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잠깐용어 *플라잉카 | 플라잉카는 한 번에 4~5명을 태우고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구조다. 헬리콥터와 달리 소음도 적고 움직임도 민첩한 편이다. 육상 교통이나 항공 상황에 부담을 주지 않고 도심 내 이동할 수 있다. 생산 측면에서도 수월하다. 다른 비행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고 대량 생산도 가능하다. 개발 초기에는 유인 항공기, 1인용 비행체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다. 최근에는 플라잉카로 통일된 분위기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3호 (2025.11.05~11.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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