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본토에 ‘K뷰티 성지’ 만든 영국 남녀들 아시나요 [화제의 기업]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5. 11. 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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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어서울

유럽 최대 쇼핑몰 웨스트필드.

이곳에 K뷰티 전문 매장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에 1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개장 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가 하면 한정판 제품을 샀다는 기쁨을 소셜미디어(SNS)에 경쟁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영국 K뷰티 시장의 심장부, 런던 코벤트 가든은 물론 옥스퍼드, 케임브리지대 등 캠퍼스에도 매장을 열어 현지 젊은 층 고객을 사로잡고 있다. 2019년 첫선을 보인 후 5년 만에 매출 5배 성장, 내년에는 영국을 넘어 해외까지 30개 매장을 열 예정이다. 영국인이 만든 K뷰티 플랫폼 ‘퓨어서울(PURESEOUL)’ 얘기다. 최근 HSBC UK로부터 410만파운드(약 72억원)의 대출을 확보해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통상 스타트업이라면 벤처캐피털(VC) 투자를 받을 텐데 은행 대출을 택했다는 건 그만큼 수익성에서 자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유럽 내 K뷰티 생태계를 손수 구축하고 있는 ‘K뷰티 전도사’, 퓨어서울을 들여다봤다.

가운데 남성이 레슬리, 바로 오른쪽 여성이 그레이시, 그 옆에 인물이 공동창업자 윙지다. (퓨어서울 제공)
퓨어서울 어떤 회사?

K뷰티 꽂힌 ‘영국 남녀’ 도원결의

퓨어서울의 시작은 창업자들의 개인적인 ‘불편’ 경험에서였다. 수년간 일러스트레이터 겸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그레이시 공동창업자는 오랜 기간 여드름으로 고생했다. 그녀는 “영국에서는 약을 처방해주거나 ‘보습제를 잘 바르라’는 조언 외 별다른 게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다 2017년에 갔던 한국 여행에서 그녀는 “내 피부에 맞춰진 스킨케어를 배우고 진심어린 조언을 받았다”고 전했다.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친구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던 윙지에게 이 사연을 전했다.

윙지 역시 전문가용 메이크업 제품 대부분을 한국 제품으로 채울 만큼 열렬한 K뷰티 팬이었고, 문제의식도 같았다. 그레이시는 “윙지 역시 한국을 직접 방문해야만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건 매우 불편한 일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창업준비는 이렇게 시작됐다. 여기에 금융 업계 출신으로 핀테크 전문가인 레슬리가 합류하며 보다 구체화됐다. 각 분야 전문가 세 명은 ‘K뷰티가 가진 본연의 진정성과 풍부한 스토리를 영국 시장에 올바르게 전달해보자’는 믿음 아래 2019년 퓨어서울을 설립했다.

급성장 비결 1

‘신뢰’로 쌓아 올린 큐레이션

퓨어서울은 어떻게 급성장할 수 있었을까. 첫 번째 비결은 ‘신뢰할 수 있는 큐레이션(엄선)’에 있다. 창업 당시 영국 K뷰티 브랜드는 글로벌 플랫폼에서 접할 수는 있었다. 다만 위조·비공식 K뷰티 제품이 대다수였다. 그레이시는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제품이 좋은지, 나의 피부 고민에 도움이 될지에 대한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직접 겪었던 불편함과 불확실성을 없애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퓨어서울은 유통 단계를 전면 재구성했다. 레슬리는 “퓨어서울 상품팀은 진정성 있는 브랜드를 신중하게 선별해 하나하나 직접 테스트한다”며 “고객 수요와 트렌드 변화를 면밀히 살피며 신뢰를 쌓기 위해서인데 이 원칙은 그 어떤 타협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 브랜드에 현지화 관련 아낌없는 조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예를 들어 ‘에멀전(emulsion)’이라는 단어는 영국 영어에서는 페인트를 바를 때 쓰는 유액을 의미한다”며 “대신 로션 등 다른 표현을 쓰게끔 유도하는가 하면 메이크업 제품 색상도 다양한 인종이 있는 만큼 보다 선택의 폭을 늘려달라고 해서 많은 K뷰티 브랜드가 이를 받아들여줬다”고 설명했다.

급성장 비결 2

온·오프라인 ‘플라이휠’ 시너지

두 번째 비결로는 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플라이휠(Flywheel·선순환)’ 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2019년 5개 브랜드와 함께 온라인으로 시작한 퓨어서울은 2021년 주말 한정 팝업스토어에 1000여명의 인파가 몰린 것을 보고 오프라인 사업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6개월 후 런던 코벤트 가든 인근에 첫 정식 매장을 열었고, 이는 급성장의 시금석이 됐다.

레슬리는 “색다른 제품 큐레이션과 독점 콘텐츠로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면 다수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고, 매장에서의 특별한 경험이 다시 온라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매장은 K뷰티가 생소한 영국 고객에게 일종의 ‘체험관’ 역할을 한다. 그레이시는 “고객들은 매장을 ‘뷰티 놀이터’라고 생각한다”며 “이 때문에 제품 지식과 열정이 풍부한 뷰티 어드바이저를 양성하기 위해 자체 교육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퓨어서울은 내년까지 30개 매장 개설이 목표다. (퓨어서울 제공)
급성장 비결 3

‘커뮤니티’의 힘

마지막 성공 비결은 6년간 쌓아온 강력하고 충성도 높은 팬층, 즉 커뮤니티가 자발적으로 형성됐다는 점이다. 그레이시는 “여러 경쟁 업체가 우리를 모방하려 하지만 고객과의 유대감, 소통에서 따라올 수 없다”고 자신했다. 퓨어서울은 고객 의견을 항상 듣고 현장에 반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진행한 ‘셀리맥스’ 팝업 행사에는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런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브랜드와 협력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더불어 함께 성장할 만한 다양한 새 브랜드도 발굴하고 협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이 항상 퓨어서울을 통해 새로운 ‘인생템’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해당 브랜드의 팬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퓨어서울만의 강점이다.

퓨어서울 공동창업자. 왼쪽부터 레슬리, 윙지, 그레이시(퓨어서울 제공)
영국을 넘어 세계로

2026년 30개 매장 목표

퓨어서울의 비전은 영국 내 K뷰티 경험을 완성하는 것이다. 그레이시는 “모든 매장이 K뷰티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되길 원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10월 기준 영국 전역에 추가 5개 매장을 준비 중이다. 내년에는 영국 외 웨일스 카디프에 첫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어 “2026년까지 30개 매장 개설 이후 유럽·중동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레슬리는 “영국 최고의 K뷰티 전문가라는 우리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3호 (2025.11.05~11.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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