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경기에서 85명 교체… 시스템인가 혼란인가?" 첼시 부진의 진짜 원인은?

한준 기자 2025. 11. 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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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초 마레스카 첼시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엔초 마레스카 감독의 첼시가 최근 부진의 늪에 빠진 가운데 잦은 로테이션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6일(한국시각) "첼시가 올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무려 16경기에서 85명의 선발 변경을 단행했다"며 "이 수치는 프리미어리그 20개 팀 중 가장 많다"고 보도했다. 


기사를 통해 "과도한 변화가 경기력의 일관성을 해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 '16경기 85명 교체'… 마레스카, 새로운 '팅커맨' 되나


마레스카 감독은 부임 이후 매 경기 선발 라인업을 바꾸고 있다. 특히 최근 5경기 연속으로 최소 7명 이상을 바꿔 내세웠다. BBC는 "이 정도의 빈도는 클라우디오 라니에리가 첼시 감독 시절 받았던 '팅커맨(Tinkerman·만지작거리는 사람)'이라는 별명을 떠올리게 한다"고 꼬집었다.


마레스카 감독은 로테이션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우리가 교체를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매 경기마다 그 상대에 맞는 최적의 플랜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시작은 좋았습니다. 먼저 득점했지만, 피할 수 있었던 실점을 두 번이나 허용했죠. 그리고 전반엔 마무리에서 더 냉정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후반엔 훨씬 나아졌습니다. 모든 선수에게는 자신이 왜 이 팀에 있는지 보여줄 기회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첼시는 챔피언스리그 원정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카라바흐에 고전한 끝에 2-2로 겨우 비겼다. 10억 파운드(약 1조 8,900억 원)가 넘는 팀 가치에도 불구하고, 선수단 가치 2,200만 파운드(약 416억 원)에 불과한 카라바흐에 일격을 당한 셈이다.


■ '하루는 강팀, 하루는 하위권 팀'  일관성 없는 첼시의 얼굴


BBC는 "지금의 첼시는 말 그대로 '어떤 팀이 나올지 모르는 팀'"이라고 평했다.


주말 토트넘 원정에서는 1-0으로 짜임새 있는 승리를 거뒀지만, 불과 사흘 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직력 붕괴 수준의 수비를 보였다.


카라바흐전 선발 11명 중 토트넘전에서 그대로 출전한 선수는 로베르트 산체스, 리스 제임스, 마르크 쿠쿠렐라, 그리고 주앙 페드로 단 네 명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달라졌다.


전반은 끔찍했다. 수비수 요렐 하토의 연속 실책으로 역전을 허용했고, 후반 들어 교체로 투입된 알레한드로 가르나초의 동점골로 간신히 체면을 지켰다. BBC는 "이런 불안한 경기 흐름이 첼시의 시즌 전체를 상징한다"고 평했다.


이스테방 윌리앙(첼시). 게티이미지코리아

■ "로테이션은 이해하지만, 지나치면 독이다" 


BBC 챔피언스리그 매치 오브 더 데이 해설위원인 프랑스 축구 전문가 쥘리앙 로랑스는 이렇게 지적했다.


"지난 시즌에는 로테이션이 어느 정도 통했을지 모르지만,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리그를 병행하는 시즌에는 불가능합니다."


"이건 컨퍼런스리그나 유로파리그처럼 B팀으로 돌려도 이길 수 있는 수준의 일정이 아니에요."


로랑스는 이어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나 아스널의 미켈 아르테타조차 이렇게 자주 바꾸진 않는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팀조차 지나친 로테이션은 역효과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오늘 첼시는 결국 후반 들어 카이세도와 주전 3명을 투입해야 했다. 너무 많은 변화는 '선수단 관리'가 아니라 '불안정한 실험'이 된다."


■ 체력 문제, 부상자 속출, 그리고 '로테이션의 악순환'


마레스카 감독에게도 사정은 있다. 첼시는 지난 여름 미국에서 열린 2025 FIFA 클럽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13개월짜리 시즌을 보냈다. 이로 인해 여름 휴식기가 2주도 채 되지 않았다. 선수단 전체의 피로 누적이 심각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엔소 페르난데스, 모이세스 카이세도, 말로 귀스토 등은 모두 휴식이 필요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시즌의 일정이 지금도 선수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회복 시간을 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기고 있을 때는 아무도 이런 걸 언급하지 않지만, 결과가 안 좋으면 모두 비판만 하죠."


하지만 문제는 단순한 체력 관리의 차원을 넘어섰다. BBC는 "문제는 로테이션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 팀의 유기적 연계가 완전히 깨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 '로메오 라비아 사태'가 보여주는 악순환


카라바흐전에서는 로메오 라비아가 선발로 출전했지만, 경기 시작 4분 만에 부상으로 교체됐다. 라비아는 사우샘프턴에서 5,300만 파운드(약 1,004억 원)에 이적한 이후 무려 10차례 부상으로 고생 중이다.


첼시 이적 이후 568일 동안 87경기를 놓쳤고, 한 번도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로랑스는 "선수단을 신선하게 유지하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이렇게 자주 선발을 바꾸면 부상 위험이 오히려 커지고, 경기 리듬이 완전히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 "시스템이 아닌, 변명으로 남은 로테이션"


BBC는 기사 말미에 "첼시의 문제는 '시스템적 로테이션'이 아니라 '로테이션을 위한 로테이션'이 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마레스카는 '모든 선수가 출전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팀의 정체성과 연속성이 희생되고 있다."


"팀의 가치가 10억 파운드를 넘어도, 2,200만 파운드짜리 팀을 상대로 조직력을 잃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부진이 아니라 구조적 실패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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