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랠리 못 올라탄 밉상주가 있다고?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5. 11. 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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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주, 누가 피크아웃이라 했나

K뷰티 열풍을 이끌며 지난해부터 한국 증시를 주도한 화장품주 기세가 꺾였다. 최근 코스피가 사상 최초 4000선을 돌파하며 랠리를 잇는 동안 화장품주는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나타냈다. 수출 성장세가 둔화하며 일각에서는 화장품 업종 고점 통과(피크아웃)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화장품 피크아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오히려 제품과 지역 다각화 등 긍정적인 측면을 주목할 시점이다.

지난 9월 올리브영N 성수 메디큐브 팝업스토어에 고객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문지민 기자)
수출 성장 둔화에 투심 악화

IT 수급 쏠림에 상대적 약세

올 상반기 코스피 랠리 중심에 있던 화장품 업종은 8월을 기점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수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는 흐름을 보인 탓이다.

특히 미국으로 향하는 수출이 감소하며 화장품 피크아웃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무역통계 정보포털(TRASS)에 따르면 올 8월 화장품 미국 수출액은 1억44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9% 감소했다. 미국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나타낸 건 2023년 2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악화된 투심은 주가에 곧바로 반영됐다. 고공행진하던 주요 화장품 업체 주가는 8월 이후 고꾸라졌다. 8월 초부터 10월 28일까지 코스맥스(-18%)·한국콜마(-20%)·실리콘투(-12%)·달바글로벌(-24%) 등 상반기 증시 주도주 역할을 하던 주요 화장품 업체 주가가 급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는 24% 상승하며 사상 최초 4000선을 돌파했다.

증권가에서는 화장품 업종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과하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피크아웃 우려엔 일제히 선을 그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수출액이 8월 일시적으로 둔화한 현상을 시장은 추세적 둔화로 해석했다”며 “이는 구조적 둔화가 아니라 8월 관세 시행 전 물량 선적에 따른 일시적 착시”라고 말했다.

최근 화장품 주가 약세 배경에는 정보기술(IT) 업종으로 수급이 쏠린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라 반도체를 비롯한 IT 업종이 호황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이에 주식 시장 수급이 최근 IT 업종에 쏠리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화장품 업종은 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을 달성했다”며 “화장품 업종 주가수익비율(PER) 또한 과거 대비 높은 20배 수준으로 투자자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실적 기대감이 높아지는 종목으로 수급이 쏠리는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하반기 IT 업종으로 주도주가 변화한 점이 화장품 주가 약세 원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투심과 수급 측면에서 부정적인 흐름일 뿐, 화장품 산업 성장 방향성은 변함이 없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대 요인에 주목할 시점이다.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은 제조부터 유통까지 촘촘히 갖춰진 가치사슬(밸류체인)을 통해 품목과 수출 지역을 다각화하는 중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가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관세 부과는 K뷰티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기회가 되고 있다”며 “관세 여파가 본격화된 지난 5월 이후 중국 화장품의 미국 수출은 30% 줄어든 반면 한국은 18% 증가했다”고 말했다.

에이피알·실리콘투 ‘好好’

LG생활건강 전략 불투명

화장품 업종 내 가장 유망한 종목으로 에이피알이 꼽힌다. 에이피알은 3분기 화장품 업종이 부진한 흐름 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8월 1일부터 10월 28일까지 에이피알 주가는 34% 상승했다. 상반기 화장품 업종에 대한 실적 눈높이가 높아진 탓에, 2분기 대부분 업체가 시장 추정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했다. 그 사이 에이피알은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달성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올 2분기 매출 3277억원, 영업이익 846억원을 올렸다. 시장 추정치 대비 각각 14%, 43% 높은 수치다.

연말로 갈수록 실적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피알은 지난 몇 년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열리는 4분기 최대 실적을 내는 흐름이 반복됐다. 올해도 3분기 성장을 거듭하고 4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한다는 것이 증권가 분석이다. 3분기 에이피알 실적 추정치는 매출 3709억원, 영업이익 859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3%, 215% 높은 수준이다. 삼성·신한투자·유안타·현대차증권 등이 에이피알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에이피알을 향한 증권가 평균 목표주가는 28만5000원대에 형성됐다. 10월 28일 종가 대비 16%가량 상승 여력이 있다고 내다본 셈이다.

이승은 애널리스트는 “에이피알은 분기별 성장 편차가 거의 없는 구조적 성장주”라며 “전 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4분기 최대 실적을 내는 패턴이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소비자 대상 직접판매(D2C) 기반 글로벌 브랜드력이 에이피알의 강점”이라며 “내년 지속적인 신규 카테고리 확장이 예고돼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메리츠증권은 화장품 업종 최선호주로 실리콘투를 추천한다. 3분기 미국 매출이 회복되고 유럽에서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 북미 매출은 6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낮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26%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유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1%, 전 분기 대비 4% 증가한 1118억원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새로운 지역에서 투자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증권이 제시한 실리콘투 목표주가는 6만1000원이다. 10월 28일 종가 대비 34% 높은 수준이다.

박종대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유럽 이후 중동과 남미 시장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며 “실리콘투는 중동에 이어 멕시코법인 설립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확장으로 높은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견조한 실적 개선세와 추가 지역 확장 여력을 감안하면 최근 주가 하락으로 주가 부담이 비교적 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종목으로는 대다수 전문가가 LG생활건강을 지목했다. 한때 주당 100만원을 넘어 황제주로 불리던 LG생활건강 주가는 최근 20만원대에 머문다. 주력 시장인 중국 소비 부진이 심화되고 글로벌 확장이 정체되며 4년 사이 주가가 6분의 1토막 나는 수모를 겪었다. 증권가 평균 목표주가는 약 29만5000원이다. 10월 28일 종가 대비 상승 여력이 2%도 안 된다는 전망이다.

지난 2분기 화장품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한 LG생활건강은 현재 국내 전통 채널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구조조정 이후 전략이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LG생활건강은 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며 “한창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 할 미국 시장에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화장품 사업 적자폭이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국 비중을 낮추고 미국을 전략 시장으로 설정하는 타이밍 자체가 늦었다”며 “구조조정 이후 명확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3호 (2025.11.05~11.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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