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내 집에 온 전 남편 어머니와 동생... 세 여자의 불편한 연휴
[김성호 평론가]
여적여. 어째서 '여자의 적은 여자'란 말이 이토록 널리 쓰이게 된 것일까. 그는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인가. 아니면 여성에 대한 편견의 결과인 걸까. 한동안 골똘히 앉아 이를 생각해 보게 된 것은 어쩌면 전북독립영화제서 이 영화를 보고 난 잔향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올해로 25회째를 맞이한 전북독립영화제가 선보인 57편의 작품 가운데 <갈비>가 있다. 송에스더와 임연주가 함께 연출한 20분짜리 단편은 집 거실이란 제한된 공간 안에서 세 여성이 꾸려가는 독특한 영화다. 제목인 '갈비'에 더하여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명절연휴라는 것, 또 세 여성의 관계가 시모와 아가씨, 그리고 (전) 며느리란 점에서 적잖은 긴장이 감도는 듯도 하다. 영화를 연출한 두 감독과 출연한 세 배우가 모두 여성이란 사실도 이 영화의 성격에 더하여 주목할 지점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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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비 스틸컷 |
| ⓒ 전북독립영화제 |
이들이 들어선 집은 오빠의 집이었다고 하지만 정확히는 그 아내, 그것도 이제 막 이혼한 전처 현숙(윤차영 분)의 명의다. 남편을, 또 귀찮은 명절을 피하고자 이 집에 들어선 모녀에게 반길 수 없는 이가 들어서니 바로 집 주인인 현숙이다. 명절을 맞아 제 집에 갔으리란 건 완전한 오산이 됐다. 전 며느리와 전 시댁 식구들의 어색한 조우. 이보다 불편한 상황이 어디 있을까. 알아서 짐을 챙겨 일어서려던 순자와 수민을 현숙이 어쩌지 못하여 붙드니, 세 여자의 어색한 명절이 이렇게 시작된다.
코미디의 성격을 가진 드라마다. 순자와 수민, 현숙 모두가 상대에게 속 시원하게 터놓지 못할 저만의 사정을 가졌다. 전 시어머니와 아가씨, 또 며느리의 조합이란 각자 다른 이해관계와 역할, 서로 다른 세대와 성격 탓으로 터놓고 가까워질 수만은 없는 불편한 사이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처한 상황이란 남편과 애인, 또 이혼한 전 남편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들로, 찬찬히 돌아보면 얼마쯤은 통하는 바가 있다. 더없이 불편한 관계가 약간만 조정되면 가장 의지할 수 있는 관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영화 <갈비>가 공략하는 대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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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비 스틸컷 |
| ⓒ 전북독립영화제 |
이쯤이면 단편 <갈비>가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겠다. 명절, 그는 현대사회에서 마치 불평등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유교가 낳은 가부장제 아래서 명절은 산 사람이 쉬고 관계를 다지는 날이 아니라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날로써 기능해온 역사가 길었다. 이때 여성은 제사음식을 준비했고 남성은 제례를 주관했는데, 두 일의 육체적 피로도가 너무나도 달랐던 것이다. 무엇보다 현대사회 며느리의 입장에서 제사란 남편의 집의 조상에게 지내는 것이지 저와 관련된 일이 아니란 인식이 자리했는데, 그로부터 비롯된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정도가 되었다. 오늘에 이르러 제사를 지내는 집이 많지 않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가사노동이 여성에게 집중돼 있다는 사실 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흥미로운 건 가부장제가 낳은 노동의 편중이 남과 여, 두 성별 간의 갈등을 낳지 않았단 점이다. 집안일을 관장하는 시어머니, 시가의 딸이면서도 며느리와는 전혀 다른 역할을 맡는 아가씨, 제례의 목적과 수행에선 배제되면서도 노동의 당사자가 되는 며느리의 상황이 그 구조 안에서의 갈등과 불화로 이어졌다. 그 결과 며느리는 시댁을 스트레스의 진원으로 여기며 피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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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비 스틸컷 |
| ⓒ 전북독립영화제 |
<갈비>는 결혼이란 제도며 그 아래 깔린 문화적 요소에 대해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다만 가부장의 모든 요소, 이를테면 남편과 아버지, 가장과 역할이 존재하는 집으로부터 벗어나 여성들을 온전히 인간으로 남겨두려 한다. 그로부터 어머니와 딸, 며느리의 관계성이 한꺼풀씩 벗겨지고 마침내는 서로를 서로로 바라보고 관계 맺는 상황을 내보이려 한다. 그 모두가 정밀한 설계의 결과라고, 또 충분히 훌륭한 구현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다만 유쾌하고 유효한 에피소드의 모음으로써 관객의 호응을 일으키는 데는 얼마간 성공했다고 말할 수가 있겠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갈비는 어머니가 수민의 오빠인 상철에게 주기 위해 가져온 것이다. 그 갈비를 수민이 먼저, 그것도 맨손으로 맛보려는 것을 순자는 극구 거부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갈비를 탐하는 수민의 손길도 든적스러워지는 것이 여전히 없다 할 수 없는 우리네 현실적 자화상인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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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독립영화제 포스터 |
| ⓒ 전북독립영화제 |
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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