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세’ 정기선 회장 취임...HD현대 경쟁력 대해부 [스페셜리포트]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5. 11. 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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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그룹 회장 자리에 올라 명실상부한 ‘오너 3세 경영’ 체제를 맞았다. HD현대는 최근 글로벌 조선업 호황에 전력 인프라 사업까지 날개를 달며 사상 최대 전성기를 구가하는 모습이다. 정기선 회장이 수장을 맡은 이후 주력 사업 호황에 힘입어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낼지 재계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조선업 호황으로 HD현대 조선 부문 실적이 날개를 달았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HD현대 제공)
HD현대, 오너 3세 경영 체제로

정몽준 이어 그룹 경영 진두지휘

HD현대는 최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정기선 수석부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선임했다. 2017년부터 그룹을 이끌어온 권오갑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빠지게 됐다. 권 회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를 끝으로 HD현대 대표이사에서 사임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HD현대와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 대표를 겸임하며 그룹 주요 사업 전략과 투자를 총괄한다.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 공동대표도 맡아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합병을 마무리하고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HD현대는 1988년 정몽준 아산재산 이사장(당시 회장)이 물러난 이후 37년 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왔다. 이번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마무리하고 정기선 회장이 재계 8위 ‘HD현대호(號)’를 이끌게 됐다. 정기선 회장은 지난 10월 20일 취임 일성으로 “지금 우리 그룹이 당면한 경영 환경은 매우 엄중하다. 미중 패권 경쟁과 경기 침체, 중국발 공급 과잉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며 “우리 모두가 한뜻으로 뭉쳐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퓨처빌더(Future Builder)’가 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기선 회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09년 현대중공업 기획실 재무팀 대리로 입사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MBA를 마치고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를 거쳐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재입사했다. 이후 HD현대 경영지원실장, HD현대중공업 선박영업 대표,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를 역임했다. 정 회장은 HD현대 지분 6.1%를 보유해 부친 정몽준 이사장(지분율 26.6%)에 이어 2대주주다. 1982년생으로 국내 10대 그룹 총수 중 최연소다.

정 회장은 차근차근 경영 수업을 받으면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가 2년간의 보스턴컨설팅 근무를 마치고 HD현대에 복귀한 2013년 말 현대중공업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중국 조선사의 저가 공세에 해양플랜트 부문 부실이 겹쳐 실적이 급락했다. 2014년 한 해에만 3조2740억원 적자를 냈다.

정 회장은 현대중공업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비핵심자산 매각, 구조조정에 발 벗고 나섰다. 그의 주도로 뚜렷한 성과를 낸 것은 2016년 말이었다. 정 회장은 선박 서비스에 대한 시장 요구가 크다는 점에 착안, 현대중공업 비핵심 부서였던 선박 애프터서비스(AS)와 부품 공급 사업을 떼어내 HD현대마린솔루션을 설립했다. 당시만 해도 조선 업계 기대가 크지 않았지만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직접 대표이사를 맡으며 HD현대마린솔루션 성장을 진두지휘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AM(After Market·선박 유지·보수) 솔루션 사업을 기반으로, 친환경 개조, 디지털 솔루션, 벙커링(선박 연료유 공급) 등 4개군의 핵심 사업을 수행하는 회사로 발돋움했다. 어느새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는 알짜 계열사로 부상했다.

정 회장은 2024년 7월 STX중공업을 인수해 HD현대마린엔진을 공식 출범시켰다. HD현대마린엔진은 중소형 선박의 추진용 엔진·크랭크샤프트, 터보차저 같은 엔진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조선업 호황으로 엔진 부품 수요가 늘며 HD현대마린엔진은 2024년 출범 이후 분기마다 영업이익률 10%를 넘을 정도로 넉넉한 수익을 올린다.

이를 필두로 정 회장은 HD현대 핵심 사업인 조선업 경쟁력 강화에 힘써왔다. 글로벌 조선업 호황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선 수주가 날개를 날며 HD한국조선해양 실적도 턴어라운드했다. 2022년까지만 해도 3556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023년 2923억원 영업이익을 내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4341억원에 달할 정도로 넉넉한 수익을 올렸다.

한승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조선·해양 수주 목표 97억5000만달러 중 62억8000만달러를 수주하며 목표치의 64%를 달성했다”며 “향후 글로벌 주요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수주 목표에 근접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회장은 최근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조선업 재건 사업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가운데,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합병 카드를 꺼내들었다. HD현대중공업의 함정 건조 기술을 활용해 HD현대미포의 독(dock·선박 건조장)에서 군함과 미국 전략상선을 건조하기 위해서다. HD현대미포의 독 4개 중 2개는 군함 등 방산 전용으로, 나머지 2개는 전략상선 건조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조선업과 함께 HD현대 핵심 사업축으로 자리매김한 건설기계 사업에도 공을 들인다. 정 회장은 건설기계 사업을 강화하려 2021년 두산그룹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전력 인프라도 효자 사업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커지면서 전력 인프라 사업이 급성장하자 HD현대일렉트릭 실적도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 2020년까지만 해도 727억원에 그쳤던 HD현대일렉트릭 영업이익은 지난해 6690억원으로 9배 이상 늘었다.

조선, 전력 인프라 등 핵심 사업이 날개를 달면서 HD현대 자산총액도 급증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HD현대의 자산총액은 2023년 80조6700억원에서 지난해 84조7380억원으로 늘며 GS를 제치고 재계 8위에 올랐다. 시가총액도 연일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 2012년 말까지만 해도 23조9158억원에 그쳤던 HD현대그룹 시총은 어느새 138조8985억원(10월 16일 기준)까지 늘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 (HD현대 제공)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2호 (2025.10.29~11.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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