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한·미 관세 MOU, 국회 비준 대상 아니다” 결론

윤성민, 하준호 2025. 11. 6. 01: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5일 한·미 관세 합의 양해각서(MOU)의 국회 비준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관세 합의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헌법 60조는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MOU는 조약이 아니므로 국회 비준 동의도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통령실 판단의 배경엔 법적 검토 외에도 지금은 신속함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고려도 있다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MOU를 국회 비준 동의를 받게 되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며 “그럼 관세 인하도 늦어져 기업들 피해가 커진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국회의 비준 절차를 거친 뒤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을 바꾸기라도 한다면 유연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통상조약법 13조에 따르면 국회에 비준 동의를 요청하기 위해서는 국내 산업의 보완 대책, 재원 조달 방안 등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준비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 비준 동의를 두고 정쟁이 불거질 경우 동의안 처리가 더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2007년 국회에 제출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은 여야 갈등 속에 국회에 제출된 지 4년2개월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비준 동의안의 의결 정족수가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인 만큼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166석) 단독으로 의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강행 처리의 후폭풍이 클 수 있어 여야 합의 처리를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대통령실의 최종 결론에 따라 정부는 국회 비준 동의 절차는 진행하지 않고, 3500억 달러(약 506조원) 대미 투자 펀드 관련 특별법 제정만 추진할 계획이다. 특별법엔 대미 투자 펀드 설치 근거, 운용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담길 예정이다. 정부는 신속한 법안 처리를 위해 의원 입법 형식으로 발의를 추진한다. 한·미 양국은 한국이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달의 첫날로 소급해 미국이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이달 내에 특별법안이 발의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마련 중인 대미투자특별법을 11월 중에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으로선 야당 반발이 정치적 부담이다. 국민의힘은 “3500억 달러는 내년 정부 예산의 70%에 육박하는 막대한 금액으로 대의기관인 국회가 꼼꼼하게 짚어봐야 한다”(조용술 대변인)며 합의문 공개와 국회 비준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전날 “국민 1인당 1000만원에 가까운 부담을 지는 관세 협상을 해놓고 국회에 비준 동의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어떤 오만함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양국 간 양해각서 또는 협정 체결 시 관련 법령에 따라 통상조약 체결 절차 및 국회의 비준 동의를 거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비준 대상 여부와 관계없이 관세 협상 결과는 국회에 충분한 보고와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야당도 국익 관점에서 한·미 합의 내용에 동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성민·하준호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