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금수저-흙수저 굳히는 부동산 정책

오랜만에 떠오른 옛날 농담 한 토막. 어떤 멍청이가 길을 걷는데 연신 혼잣말로 “어? 어~~ 어? 어~~” 하며 가고 있었다. 왜 그러냐 물었더니, 한쪽 손이 없어져서 깜짝 놀라 “어?” 했는데 한 걸음 옮기니 다시 손이 나타나서 “맞다 뒤에 있었구나” 하면서 “어~~” 하고 안심했고, 다시 한 걸음 옮기니 또 손이 사라져서 “어?” 하고 놀라는 걸 반복하고 있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걸으면 손이 앞뒤로 왔다 갔다 한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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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손댈 때마다 집값은 폭등
서민들의 내 집 꿈 오히려 멀어져
대출 규제는 계층이동 통로 차단
징벌적 과세, 민주주의 문제 비화
」
노무현 정부 출범 전 해인 2002년 서울의 아파트 평균 거래가는 약 2억8000만원이었다. 집값을 잡겠다며 2005년 종부세 도입을 비롯한 부동산 정책을 펼친 결과 2007년에는 두 배 이상 올라 6억원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 서울의 아파트 평균 거래가는 6억5000만원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에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종부세를 더욱 강화하고 징벌적 세금 폭탄을 때린 결과 2022년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또 두 배가 올라서 12억원을 넘어섰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집값은 거의 오르지 않았는데, 이재명 정부 들어서 반년 사이에 세 번의 대책을 내놓더니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는 14억원이 되었다. 이쯤 되면 깨달아야 정상이다. 손은 걸으면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이고 시장은 건드리면 망가진다.
어린아이도 알 수 있는 단순한 논리는 이것뿐이 아니다. 친구들과 같이 점심을 먹었는데, 친구들은 모두 된장찌개를 먹었고 나만 냉면을 먹었다. 다 먹고 나니 친구들은 멀쩡한데 나만 배탈이 났다. 상한 것은 된장찌개일까, 냉면일까.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는 언제나 있었다. 그런데 정부가 가만있을 때는 안 올랐고, 정부가 집값 잡겠다며 무리한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두 배씩 올랐다. 집값을 올린 것은 국민일까, 정부일까. 2017년 가격인 6억5000만원은 큰돈이기는 하지만 서민도 열심히 노력하면 만들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 2022년 가격인 12억원은 대부분의 서민은 아무리 노력해도 평생 구경하지 못할 돈이다. 문재인 정부는 서민의 꿈을 영원히 빼앗아버렸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안다. 화끈한 대책으로 집값 끌어내려 달라는 실수요자를 찾기는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건드리면 또 두 배 된다는 걸 그들은 알고 있다. 실수요자들의 요구는 성실하게 모아왔는데 제발 정부가 방해나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집은 비싸다. 그런데 집은 비싼 것이 당연하다. 사람이 평생에 걸쳐서 돈 주고 사는 물건 중에 제일 비싼 물건이 집이다. 그러니 비싸다고 놀랄 일은 아니다. 서울만 세계적으로 예외가 될 만큼 비싼가? 아니다. 글로벌 도시 중에 서울보다 집값이 비싼 도시는 널렸고 서울은 중상위권 정도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두 배씩 끌어올리지 않았다면 지금쯤 서울의 집값은 글로벌 도시 중에 싼 편에 속할지도 모른다. 집은 원래 비싼 물건이라서 대부분 사람에게 집을 사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하나는 대출받아 집 사고 오랜 기간 나눠 갚는 것이다. 지루해 보이지만 다 갚고 나면 이 사람은 어느새 계층의 상승이동을 이루게 된다. 집도 절도 없는 서민에서 10년 만에 내 집을 가진 중산층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출을 못 받게 하면 남는 방법은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것뿐이다. 금수저는 금수저 집을 물려받고 흙수저는 흙수저 집을 물려받는다. 계층이동은 사라지고 흙수저 자식은 영원한 흙수저로 남는다. 공정사회 만든다더니 신분사회를 만들게 된다. 반복되는 멍청한 부동산 정책에 덴 금수저 부모들은 어린 자식들에게 강남의 아파트를 일찌감치 사주고 있다.
경제부총리의 발언은 귀를 의심케 한다. 보유세가 낮아서 집을 안 판다며 연봉의 절반이 날아가면 집을 내놓지 않겠냐고 했다 한다. 비슷한 발언은 여당이나 대통령 정책실장에게서도 나온 바가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도 실패하고 대출규제도 실패하니 보유세를 건드려볼 생각을 하는 것이다. 보유세가 낮다는 건 본인들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통계를 끼워 맞추는 것에 가깝다.
보유세 세율만 놓고 보면 낮은 것 같지만, 여기에 취득세를 더 하면 OECD 두 배이고, 전체 세수 중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OECD 두 배다. 미국은 자산의 30%가 부동산이고 한국은 80%가 부동산이다. 여기에 미국과 같은 세율을 부과한다는 건 국민을 길거리에 내쫓는 것과 다를 바가 없고, 세금을 넘어 이것이 과연 민주주의냐는 체제의 문제로 비화한다. 더 웃긴 것은 비싼 아파트에 사는 고액소득자도 보유세를 감당 못 해 집을 내놓는다면 그보다 소득이 적은 사람이 그 집에 들어가서 세금 감당하며 살 수 있겠냐는 것이다.
건드리면 실패하는데 왜 자꾸 그러는 걸까. 서양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멍청한 짓도 반복하면 전통이 된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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