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의 시시각각] 묘수가 ‘긁어 부스럼’이 된 이유

더불어민주당의 지상과제였던 재판중지법이 ‘민망한’ 상황을 연출했다. 국정안정법으로 호칭까지 바꿔 법안을 추진하려던 민주당 지도부에 대통령실이 제동을 걸면서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않아 주기를 당부한다”고 브리핑까지 했다.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에서 재판중지법은 일단 제외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민망했겠지만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면 나중에 더 낯 뜨거운 상황에 처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애초 법안의 체계에 대통령을 ‘멕이는’ 맹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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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회된 재판중지법 민망한 체계
‘심신 상실자’ 아래 ‘대통령’ 추가
김현지 불출석도 염치없는 편법
」

재판중지법의 정확한 법적 명칭은 ‘형사소송법(형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지난 5월 2일 대표 발의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계류 중이다. 구조는 간단하다. 형소법의 ‘공판 절차의 정지’ 규정(306조) 적용 대상에 ‘피고인 대통령’을 추가하는 것이다. 추가되는 조항(⑥항)은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된 때에는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결정으로 공판 절차를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민망 포인트’는 기존 법 조항 전체를 함께 읽어야 찾아진다. 5개 조항 중 ①, ②항은 이러하다. ① 피고인이 ‘사물의 변별 또는 의사의 결정을 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 있는 때’에는 법원은 검사와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으로 그 상태가 계속하는 기간 공판 절차를 중지하여야 한다. ② 피고인이 ‘질병으로 인해 출정할 수 없는 때’에는 법원은 검사와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으로 출정할 수 있을 때까지 공판 절차를 중지하여야 한다. 나머지 3개 항은 재판 중지 때 의사 의견을 듣고(③항), 무죄·면소 등 사안이거나 경미한 죄는 피고인 없이도 재판할 수 있다(④,⑤항)는 내용이다. 그 아래 ⑥항으로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된 때’가 추가된 것이다. 법안이 통과하면 심신상실자, 중환자와 함께 대한민국 대통령이 형사소송법에 등재된다. 거대 여당이 국정안정법, 국정보호법, 헌법 84조 수호법이라고까지 치켜세운 법안의 모양새는 이토록 격이 떨어졌다.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는 “법체계 정합성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냈다. 일부 법학자는 “심신상실자에게만 적용되던 것을 잘못 가져와 우스운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재판중지법 발의 당시 민주당의 절박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5월 1일)한 다음 날이었다. 대권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찾은 묘수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랬던 법안은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재판을 대선 이후로 연기했고,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헌법상 불소추 특권을 근거로 재판을 중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기감이 재발했다. 국정감사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이 “재판 재개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발언을 하고, 대장동 개발 비리 일당에게 중형이 선고되면서다. 이후 위기 관리인지, 과잉 충성인지, 심기 경호인지, 자기 정치인지 모를 호들갑이 벌어졌다. 민주당 안에서도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이 나왔다.
유사한 패턴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증인 채택 공방에서도 읽힌다. 역대 정부 총무비서관들은 모두 국정감사에 나왔다는데 유독 김 부속실장만 뺐다. 정쟁 소재로 삼으려 한다는 방탄 논리는 오히려 김 부속실장을 ‘절대존엄’으로 만들었다. 총무비서관에서 부속실장으로 옮긴 인사는 꼼수 의심을 받았고, 오전 국감에만 가겠다는 타협안은 ‘반반치킨’ 비아냥을 들었다. 긁어 부스럼이다.
강력한 힘을 갖고도 조바심을 내고 염치를 불고하는 게 최근 민주당 스타일이다. 절대권력과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절대 책잡히지 않으려는 박쥐 근성이 뉴노멀이 된 것인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민망 법안, 긁어 부스럼을 보게 될지 두렵다.
김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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