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어둠의 터널’ 끝이 보인다, 왜?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5. 11. 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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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2’ 출시 카운트다운

최근 몇 년간 부진에 시달리던 엔씨소프트가 부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아이온2를 필두로 신작 발표를 줄줄이 준비 중이다. 게임 품질보단 수익 모델(Business Model·BM)에만 치중하던 회사 체질도 완전히 바꿨다. 신작 개발 대부분을 BM 중심 사업팀이 아닌 개발에 관여하는 개발팀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먹거리인 AI 사업도 탄력을 받았다. 엔씨소프트 변화를 두고 게임 업계와 증권가에선 호평이 쏟아진다. 다만, 완전히 장밋빛 전망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아이온2가 흥행력을 제대로 입증해야만,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엔씨소프트가 올해 11월 19일 공개하는 신작 아이온2. (엔씨소프트 제공)
리니지 신화는 옛말

체질 개선 나선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매출 1조5781억원, 영업손실 1092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2024년 연간 순이익은 941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줄었다. 엔씨소프트가 마지막으로 연간 손실을 기록한 해는 1998년이다. 회사 실적이 26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올해 들어 1·2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으나, 전성기와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다는 평가다. 전망도 좋지 않았다. 올해 전반기 내·외부적으로 엔씨소프트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전망만 가득했다. 다만, 후반기 들어 평가가 달라졌다. 엔씨소프트 체질 개선 노력이 서서히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임 업계서 ‘반전’의 계기로 평가하는 점은 2가지다. 박병무 대표 취임과 개발 주체 전환이다.

가장 큰 변화는 박병무 대표 취임이다. 외부 출신 인사인 박병무 대표는 2024년 3월 공동대표로 선임되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박 대표가 경영을 맡고, 창업주인 김택진 대표는 개발에만 전념했다. 박 대표는 부임 첫해부터 과감한 구조조정책을 꺼내 들었다. 타 게임사 대비 지나치게 비대한 인력과 비효율적인 조직 구조에 손을 댔다. 5000명 넘던 본사 직원을 3000명대로 감축했다. 동시에 엔씨소프트 특유의 ‘온정주의 문화’를 개혁했다. 과거 엔씨소프트는 개발진이 회사 자체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 수준으로 만들어져도 개발 시간을 더 주는 방식으로 무마했다. 개발 지연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비용은 더 들고, 신작 출시가 밀리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개발을 주도한 팀장들과 동고동락한 사이인 김택진 창업주가 강력하게 밀어붙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박 대표 부임 후 온정주의 문화는 사라졌다. 개발 프로젝트가 기한 내에 일정 수준으로 올라오지 않으면 가차 없이 중단 또는 수정을 명령했다. 개발 단계에서 비효율성이 상당히 사라졌다는 게 게임 업계 평가다.

게임 개발 중심이 사업팀에서 개발팀으로 넘어간 것도 변곡점으로 꼽힌다. 사업팀은 BM, 개발팀은 게임 자체 개발과 그래픽 품질 상승에 관여하는 팀이다. 사업팀은 2017년 리니지M의 대성공을 주도하며 회사 내서 존재감을 키웠다. 막대한 수익을 벌어다준 사업팀을 향한 회사 경영진의 신뢰가 굳건했다. 다만 이때부터 엔씨소프트는 ‘패착’에 빠졌다. 과거 리니지의 성공에 빠진 나머지 시장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고 리니지와 비슷한 게임만 계속 만들었다. 엔씨소프트 개발진이 과금 유도 상품만 내놓을 때, 게임 그래픽과 품질 작품성은 퇴보했다. 시장 대세는 과금 유도가 심한 게임이 아닌 대다수 대중이 즐기는 ‘저과금 게임’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여전히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 있었다. 뒤늦게 과금 유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발 방향을 틀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게임 이용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았다.

변화를 택한 엔씨는 신작 개발 주체를 사업팀서 개발팀으로 바꿨다. 수익 모델보단 게임 품질 상향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아이온2 이후 나올 ‘신더시티’와 같은 작품은 기존 엔씨소프트와 결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제대로 칼을 갈고 작품을 내놓을 것이란 분석이다”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가 체질 개선을 단계적으로 밟고 있다.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사진은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매경DB)
개선 첫 신호탄은 아이온2

사명 변경도 추진, 이미지 개선하나

체질 개선 성공 여부를 판단할 분수령은 올해 11월 19일 선보이는 ‘아이온2’다. 아이온2는 다수의 이용자가 접속, 함께 캐릭터를 키우며 게임을 즐기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 게임이다. 리니지와 게임 장르는 똑같지만 확고히 변화를 줬다.

우선 과도한 과금 체계를 제외했다. 아이온2의 주요 유료 상품은 월정액 형태의 ‘배틀패스’와 편의성을 제공하는 ‘멤버십’으로 구성된다. 아직 최종 가격이 결정되진 않았지만 멤버십의 경우 2만~3만원대의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할 계획이라고 엔씨소프트 측은 밝혔다. 동시에 캐릭터 꾸미기 기능을 대폭 강화해 이용자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게임 자체의 재미와 그래픽 품질을 올리는 데 상당히 공을 들였다. 엔씨소프트 내부에서는 기존 작품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자신감을 내비친다.

증권가 전망도 밝다. NH투자증권은 2026년 아이온2 매출을 5946억원으로 추정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6년 아이온2 성과에 따라 엔씨소프트 영업이익이 정상화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호평했다.

아이온2에 이어 ‘브레이커스’ ‘신더시티’ ‘타임테이커스’ 등 신작을 줄줄이 공개한다. 2026년은 넷마블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신작 예고가 없는 해다. 엔씨소프트가 시장 빈틈을 공략하면 충분히 반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넘어야 할 산도 적잖다. 아이온2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이가 많다. 일부 젊은 게임 이용자 사이선 아이온2 과금 시스템도 과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핵심 소비층인 2030 게임 이용자의 편견을 극복하는 게 과제다. 시장도 100% 신뢰를 보내진 않는다. 신한투자증권을 비롯한 일부 증권사는 엔씨소프트에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이온2 공개에도 이익 회복이 제한적이다. 2026년 나올 ‘브레이커스’ ‘신더시티(LLL)’ 등의 신작들이 흥행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한다. 신작 출시에도 상승 여력이 없고 ‘아이온2’ 흥행 실패 시 개발력에 대한 의문까지 더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과 이용자 의구심을 떨쳐내기 위해 엔씨소프트는 사명 변경을 포함, 다양한 변화를 추진 중이다. 창사 27년 만에 회사명을 변경한다. 엔씨소프트에서 ‘소프트’를 떼고 ‘엔씨’로 변경하는 안이 유력하다. 자회사 NC AI·NC QA·NC IDS 등과 통일성을 고려한 조치다. 엔씨소프트는 그간 한국 시장 중심의 모바일·PC 게임 시장에만 치중한 다는 이미지를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사명 변경은 글로벌 게임사로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게임 홍보에도 적극 뛰어든다. 11월 13일부터 16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5’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한다. 엔씨가 지스타 메인 스폰서를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는 지스타 B2C관에 단독 300부스 규모의 최대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아이온2’ 시연 및 체험 부스를 대대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3호 (2025.11.05~11.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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