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의료 AI 예산 2.5배 늘었는데…"공공의료·인력부족 문제 뒷전"
"재정 늘었지만 복지 전반의 질적 개선엔 못미쳐"
"공공성 확보보다 산업·기술 중심 성장에 초점"
정부의 '인공지능(AI) 강국' 도약 목표에 발맞춰 보건복지부가 AI 관련 예산을 대폭 늘렸지만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국정과제 목표와는 괴리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산 편성이 '필수·공공의료 확충'보다는 '산업·기술 성장'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분석이다.

5일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박주민·이수진·김남희 의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2026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내년 예산안이 양적 확대라는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역 돌봄·공공의료 인프라 등 질적 개선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2026년도 보건복지부 전체 예산은 올해보다 9.7% 증가한 137조6480억원, 그중 보건 분야 예산은 3.7% 증가한 18조9868억원이다. 보건 분야에서도 건강보험은 예산은 1.3% 증가한 14조3161억원, 보건의료 예산은 11.8% 증가한 4조6707억원이다. 특히 복지·의료 AI 예산의 경우 2478억원을 책정, 올해(930억원)보다 2.5배 늘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진환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교수는 건강보험 예산이 1.3% 증가한 반면 보건산업 육성 프로그램으로 분류되는 연구개발(R&D) 사업의 예산(1조4920억원)은 32.8% 증가한 점을 언급하며 "정부의 재정 배분 방향이 필수·공공의료 확충이 아닌 산업과 기술 중심의 성장 프레임에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큰 폭으로 확대된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등의 예산을 '공공 R&D'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민간의 연구 책임을 국가가 대신 부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또 지방의료원 파견 인력 예산(75억원)에 비해 권역센터와 국립대병원 AI 진료시스템 구축비(140억원)가 두 배에 달한 점을 들어 "지역의료 위기의 원인은 인력 부족인데도 공공의료 예산 구조가 대형 병원의 AI 강화에 집중돼 있다"고 했다.
최혜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기초연금·장애연금·보육·요양 등 사회서비스의 공공인프라 확충 예산이 정체 또는 감액된 반면, 보건산업 R&D와 AI 기반 서비스 예산이 확대된 것은 산업화를 명분으로 보건복지 서비스의 시장화를 확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위원장은 "표면적으로는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예산이 330% 이상 증가했으나 항목 통합 효과를 제외하면 실질 증액은 5%에 불과하고, 취약지 등 전문의료인력 양성 예산 또한 252% 증가했지만 지역 필수의사제 예산 이관을 제외하면 증가율은 167%로 축소된다"며 "결국 대형 병원 중심의 산업화된 의료체계가 강화되고, 지역·공공의료의 불평등은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형용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정과제 123개에 걸쳐 '돌봄'이 자주 등장하지만 그 내용은 AI·IoT 스마트돌봄 서비스와 돌봄 로봇 기술 개발 중심으로 설계돼 있고, 노인복지 예산 증가는 대부분 기초연금 인구 증가분에 그친다"며 "이는 돌봄을 공공복지 영역이 아닌 성장 산업의 한 축으로 보는 관점이 강화된 결과"라고 말했다.
AI 사업 예산이 단기간에 크게 증가하면서 사업 중복과 부실화 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 3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6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에선 복지부의 신규 사업인 'AI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 사업 등이 예산 졸속 편성의 대표 사례로 지목됐다. AI 기술을 활용해 고독사 예방·고령자 돌봄·복지상담 서비스 등을 상용화하는 사업인데, 지난 8월 정부가 추진 중인 'AX-Sprint 30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책이 편성되면서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되고 300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보고서는 "사업 준비 기간이 부족한 데다 AI 상용화 가능 품목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 관리운영비 요율 등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며 "사업이 지연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하고 각 부처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사업지침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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