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국무회의 참석 박상우 "국무위원들도 피해자…상황 끝나 있었다"

12·3 비상계엄 전 대통령실에 소집됐던 박상우 전 국토부 장관이 법정에서 “국무위원들도 피해자”라며 “상황이 끝나 있었고, 선택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서명하려 남아있던 건 아냐…서명은 이미 게임 끝났다”
박 전 장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 이진관)가 5일 진행한 한덕수 전 총리의 내란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박 전 장관은 12·3 비상계엄 선포 약 4분 전인 오후 10시23분쯤 대접견실에 도착했다. 그는 “국무위원으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이 벌어지고, 검찰에서 두 번 조사받고 변호사비가 들고 법정에 나왔다”고 했다.
재판장이 “증인은 어쨌든 계엄 선포 이후 국무회의에 참석했고, 국무위원으로서 가해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하자 “국무위원으로서 책임이 없다고 말씀드리는 건 아니다. 저도 모르고 간 것이고, 아쉽고 안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후 “누군가가 ‘서명하고 가셔야죠’라고 말했다”며 “한 전 총리님의 목소리는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서명을 할지 말지 고민할 상황은 아니었다. 문건이 있고 서명하라고 하면 고민을 할 텐데, 백지 상태였다”고 했다. 앞서 최상목 전 부총리도 수사기관에서 “누군가 ‘사인해달라’고 했고 무슨 사인인지 묻자 출석에 대한 사인이라고 했다”며 “국무회의의 외관을 갖추려고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벌떡 일어나서 ‘사인 못 한다’고 하고 먼저 가겠다고 했다”고 진술했었다.
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후 한 전 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과 함께 대접견실에 남아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서명을 위한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 전 부총리 등이 다 나간 다음에는 서명에 대해서는 속된 말로 '게임 끝났다'고 느꼈다, 종쳤다는 느낌이었다”며 “총리가 무슨 말을 하는 도중에 나가는 건 장관으로서 도리에 안 맞는 것 같아서 계속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특별한 말씀이 아니었기 때문에 머릿속에 남아있지는 않다”며 “국정에 대한 일반적인 말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전 부총리가 계엄에 강하게 반대했다고도 했다. 박 전 장관은 “그날 정확히 기억나는 게 ‘서명하고 가셔야죠’ 라는 말과 최 전 부총리가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다만 부총리로서 일은 하겠습니다’ 라고 세게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래 (최 전 부총리는) 조심조심 말하는 사람”이라며 “경제부총리 소임이 경제를 챙기는 거니까, 일은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서명을 두고 공개적으로 논의한 것으로는 기억되지 않는다”며 “최 전 부총리의 말은 계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고 부연했다.
최상목·이상민 불출석…이상민 과태료 500만원

당초 이날 증인신문 예정이었던 최 전 부총리 역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판부는 “최 전 부총리는 여러 차례 연락했는데 전화로 연락이 안 되는 상태”라고 했다. 재판부는 오는 17일 최 부총리를 다시 소환하기로 했다. 같은 날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소환했다. 재판부는 “불출석할 경우 제재 요건에 해당되면 제재할 것”이라며 “과태료 부과뿐만 아니라 구인영장 발부를 검토할 것이고, 현역 의원이라 체포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면 맞출 것”이라고 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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